또 다시 심의 중단, 흑산공항 건설 향방 ‘안갯속’
  • 전남 신안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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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심의중단 요청…‘이동권 vs 환경보호’ 갑론을박 10년째 파행

‘10년 째 끌어온’ 전남 신안군 흑산공항 건설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다. 환경부가 승인도, 취소도 못해서다. 국립공원 내 공항 건설사업은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에서 승인을 해야 추진이 가능하다. 그래서 흑산공항 건설의 향배는 무엇보다 공원위 심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이달 초에 열기로 한 공원위 심의는 흑산공항 건설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심의가 또 다시 중단됐다. 

 

이로써 ‘환경보호’냐, ‘주민의 이동권 보장’이냐를 두고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공항 건설 여부는 불투명성이 고조됐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논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자가 다시 보완한 서류를 제출하면 또다시 같은 과정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당장 흑산도 주민들은 심의 보류 소식이 전해지자 상경 시위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공항건설 사업예정지인 대봉산 일대 전경 ⓒ신안군 제공

 

 

지루한 ‘환경심의 싸움…’환경부 ‘심의 중단’ vs 사업자 ‘보완서류 제출’ 반복

 

환경부는 10월2일 흑산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 방안에 대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업자가 서류를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이달 5일 이전에 열기로 한 공원위 심의, 불과 사흘 전이다. 

 

환경부는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제124차 국립공원위원회 개최 안건인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 관련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겠다는 공문을 어제 제출했다”며 “현재 정회 중인 제124차 위원회는 자동 폐회됐다”고 전했다. 

 

현재 공원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위원들이 흑산 공항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당장 표결에 들어갈 경우 부결이 될 가능성이 큰 상태였다. 공원위는 정부 위원 당연직 11명과 민간위원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민간위원들은 모두 반대를 하고 있다. 정부 측 위원 중 일부도 불참이나 기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의 심의 중단 요청으로,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흑산공항 건설 여부는 교착 상태를 맞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환경부는 사업자가 심의 안건인 ‘재보완 서류’를 추가 보완해 다시 제출하면 국립공원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심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심의 통과가 예상되면 심의까지 가고 결과가 좋지 않게 예상되면 발을 뺄 수도 있어 흑산공항 건설 여부 결정은 또다시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잇따른 심의 중단에 주민들 허탈…“이러다 제2의 오색 케이블카 될라” 

 

심의 절차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흑산도 주민들은 허탈해 했다. 공항이 건설될 경우 응급환자 후송이나 부식·생필품 조달 등 생활여건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2년여 동안 3차례에 걸쳐 심의가 보류된 아픔을 겪은 주민들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국립공원위원회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8년간 추진된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민들은 ‘철새 기착지’나 국립공원 여부를 떠나 최소한의 의료·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촉구했다. 전남 목포항에서 92㎞가량 떨어진 흑산도는 풍랑 및 안개 주의보가 발효되면 발이 묶이기 일쑤여서다. 결항률이 11%에 달해 대체수단이 꼭 필요하다는 게 전남도와, 신안군, 주민들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온종일 여객선 운항이 불가능했던 날이 52일, 하루 1회 이상 운항이 통제된 날이 115일이나 됐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주최로 9월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흑산공항 건설 찬반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 등은 흑산공항을 ‘제2의 설악산오색케이블카’로 규정짓고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희귀 조류의 터전 훼손 △조류와의 충돌 등 안전 문제 △신뢰하기 어려운 경제성 분석 결과 등을 들어 공항건설에 반대한다.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으로 일컬어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환경성은 물론이고 경제성도 없는 정치적 사업으로 규정해 강하게 반대했다. 2012년과 2013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2차례나 부결됐다가 2015년 8월 28일 35년을 끌다가 삼수(三修) 끝에 조건부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2016년 12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안건을 심의해 최종 부결했다. 일각에선 흑산도 환경훼손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경우 오색 케이블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총 1833억원의 예산을 들여 흑산도 북동쪽 끝 지역인 예리 일대에 1200m 길이의 활주로를 만드는 게 골자다. 원래 올해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0년에 경비행기가 흑산도를 오가는 게 계획이었다. 2009년 본격 추진된 흑산공항 건설은 2015년 12월 기본계획 수립 고시까지 이뤄지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사업의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을 두고 사업자·지자체와 국립공원위원회, 환경단체 간에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파행을 거듭해왔다. 이 사업은 2016년 11월 첫 제동이 걸렸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나면서다. 이어 보완서(2017년 7월), 재보완서(2018년 2월)가 제출됐으나 지난 9월19일 철새대책, 환경수용력, 경제성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또다시 최종 결론을 미룬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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