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고씨의 ‘ㅇㄱㄹㅇ 다이어트’ 관찰기④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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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보다 지방이 빠져야 건강한 다이어트…술은 '살찌는 약'

 

여성 직장인 고아무개씨(29)는 7월17일 이대목동병원 비만 클리닉을 찾았습니다. 몸매가 아닌 내면의 건강을 다지기 위해 전문의의 다이어트 처방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비만클리닉 소장인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금(食禁) 시간을 정하라'는 등 6가지 처방을 추천했습니다. 고씨는 3개월 동안 그 처방대로 다이어트를 진행 중입니다. 제작진은 이번 다이어트를 'ㅇㄱㄹㅇ 다이어트'라고 부릅니다. ㅇㄱㄹㅇ은 '이거레알'의 초성으로 '진짜'라는 의미로 10~20대가 주로 쓰는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고씨가 어떻게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있는 지를 점검한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이야기 

☞7월21일 20대 여성 고씨의 ‘ㅇㄱㄹㅇ 다이어트’ 관찰기①​ 기사 참조​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6552 

☞8월2일 20대 여성 고씨의 ‘ㅇㄱㄹㅇ 다이어트’ 관찰기② 기사 참조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6719 

☞8월20일 20대 여성 고씨의 ‘ㅇㄱㄹㅇ 다이어트’ 관찰기③ 기사 참조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7022 

 

29세 여성 고아무개씨는 9월11일 이대목동병원 비만클리닉에서 심경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다이어트에 대해 상담했다. (최준필 시사저널 기자)

 

고씨는 9월11일 이대목동병원 비만 클리닉을 다시 찾았다. 총 3개월에 걸친 'ㅇㄱㄹㅇ 다이어트'를 진행 중인 그가 중간 점검을 받기 위해서다. 건강한 다이어트 처방을 받기 위해 처음 병원을 방문한 때가 7월17일이니까 약 2개월 만의 병원 방문이다. 이날 고씨는 비만 클리닉 소장인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다이어트 진행 상황에 대해 상담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2개월만에 고씨의 몸무게는 61kg에서 58kg으로 3kg 줄었다. 외형적으로는 옆구리살이 빠져 바지나 치마가 약간 헐렁해졌다. 심 교수는 "몸무게가 얼마나 줄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이어트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체중 10kg을 감량했더라도 근육이 7kg 빠졌다면 문제다. 감량 체중이 3kg이라도 지방을 빼야 건강한 다이어트이고 요요현상도 없다"고 말했다. 

 

고씨는 그동안 간이 체지방측정기를 구입했다. 양 손가락으로 측정기를 잡으면 지방과 근육량이 측정되는데, 지방이 빠졌고 근육이 늘어난 것으로 측정됐다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심 교수는 "굶으면 근육이 빠진다. 당장 몸매는 보기 좋아진다. 그러나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은 건강한 다이어트라고 할 수 없다.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려면 먹을 것은 먹으면서 유산소 운동을 해서 지방을 태워야 한다. 고씨의 외형은 2개월 전부터 많이 빠져 보인다. 그러나 실제 체중이 3kg밖에 줄지 않은 것은 근육이 그만큼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매우 바람직한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씨는 체중이 60kg대에서 50kg대로 빠지는 과정이 힘들다고 했다. 50kg대를 유지하다가도 어느새 60kg대가 된다는 푸념이다. 심 교수는 "체중은 계단식으로 빠지므로 어느 시점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가 70kg대에서 60kg대로, 60kg대에서 50kg대로 즉 두 자리 숫자를 넘길 즈음이다. 이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으므로 체중에 신경 쓰지 말고 꾸준히 다이어트를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50kg대에서 머물고 있는 체중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고비를 넘기면 빠르게 체중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고씨는 특히 허벅지살이 고민이다. 또래처럼 날씬한 허벅지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헬스클럽에서 허벅지 살을 빼기 위해 주로 하체 운동을 했다. 준비운동으로 걷기를 30분 동안 한 후 20분간 근력운동을 하고 20~30분 동안 자전거를 탄다. 심 교수는 "다이어트를 해도 허벅지 살은 제일 나중에 빠진다. 그리고 젊을 때는 허벅지가 굵은 게 정상이다. 지방이나 당분 등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하체 살을 인위적으로 빼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보톡스를 맞고, 수술을 해서라도 허벅지를 슬림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다리 근육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절대 필요한 것이므로 인위적인 방법으로 줄이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씨는 오히려 상체가 빈약하므로 상체 운동을 하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여자에게 근육이 생긴다는 게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여자의 근육량은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너무 적은 편이다. 심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운동하면 근육이 생긴다. 그래서 여자들은 운동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자는 근육이 너무 없으니 건강 유지가 어려운 지경이다. 출산할 때도 근육이 없으니 그만큼 힘들다.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일상생활에서 신체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계단 오르기에 열중하고 있다. (임준선 시사저널 기자)

 

고씨는 심 교수의 처방대로 일상생활에서 신체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산책을 규칙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최근 2개월은 유난히 더워 산책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파트 8층에 사는 고씨는 매일 퇴근 후 집에 갈 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처음에는 약간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소 수월해졌다. 다리 근육에 힘이 붙었고, 또 8층까지 올라가면 성취감도 느낀다는 게 고씨의 말이다. 심 교수는 "올여름은 겨울 같았다. 너무 더우니 운동하기보다 실내에 머무는 일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신체활동을 늘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신체 활동량을 늘리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되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었다. 그런데 간식을 먹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과거엔 간식으로 과자를 주로 먹었다면 지금은 과일과 견과류를 섭취한다. 그러나 간식을 먹어도 되는지 의문이다. 요즘은 볶은 검은콩을 간식으로 먹는데, 칼로리가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칼로리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20~30년 전에는 칼로리에 유난히 집착했었다. 그러나 의미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보다는 영양소가 중요하다. 열량이 높아도 지방세포로 가는 게 있고, 잘 타는 게 있다. 즉 열량이 지방으로 쌓이는지, 내 몸에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또 끼니를 줄이는 데 간식을 이용할 수 있다. 간식을 먹음으로써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저녁 식사량은 적어야 한다. 아무래도 신체 활동이 적은 저녁에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적게 먹는다는 것은 남들보다 적게 먹는다는 게 아니다. 자신이 먹던 양보다 적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씨의 점심, 비프셀러드와 케모마일. 고씨는 스마트폰 앱에 음식의 칼로리를 기록하며 '셀프 자극'으로 체중을 조절하고 있다. (임준선 시사저널 기자)

 

고씨는 또 지인들로부터 '오늘 먹은 음식은 이틀 뒤 살이 찐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근거 없는 얘기다. 먹은 후 신체 활동이 없으면 살은 찌게 돼 있다. 오늘 먹은 음식은 오늘 태워 없앤다는 생각으로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 이는 이미 살이 찐 후에 지방을 태우는 것보다 훨씬 수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지난 2개월 동안 술을 3차례 마셨다. 그는 자주 술자리를 갖지는 않지만 한 번에 폭음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폭음한 다음 날 쓰린 속을 달래려고 무언가를 먹으려는 습관이 있다. 심 교수는 "술은 살찌는 약과 같다. 알코올은 체내 수분과 근육을 감소시킨다. 운동하는 사람은 술을 먹지 않는다. 술만 먹으면 그래도 좀 낫다. 그러나 대부분은 술을 마시면 안주도 먹는다. 안주는 뱃살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술은 한 달에 한두 번 적당히 마시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음주 횟수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문제다. 참고로, 지방을 빼면 술이 빨리 취한다. 반대로 뚱뚱할수록 술을 더 마신다. 살을 빼면 술을 덜 마시는 선순환 체질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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