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확장에 창업가들 몰린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2 16:24
  • 호수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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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가능…지자체 차원 적극적 지원 필요

공유경제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독점 사용하는 상업경제와 다른 개념이다. 제품을 공유해 사용하는 다수 소비로 사회적 관계에 의해 조절되는 ‘디스오너십(disownership)’ 모델이다. 즉, 소유보다 이용에 가치를 두는 소비경제를 뜻한다. 공유경제는 본질적으로는 부(富)의 양극화 해소와 환경보호, 그리고 일자리 창출에 사회적 가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선도기업으로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거론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브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즉 기습확장으로 단기간에 성장하는 모습을 본 창업가들이 최근 공유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빌리티(Mobility), 공간 서비스 등에 제한적으로 선보이던 공유기업에 새로운 콘텐츠나 재능 등을 더해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건설현장이나 인테리어 시공 등에서 쓰다 남은 잉여 자재를 소비자와 연결하는 건자재 플랫폼 기업 ‘인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진태 대표(47)는 20여 년간 인테리어 시공을 해 오면서 남은 재료를 버리는 일이 늘 안타까웠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처리비용도 부담이 되는데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2월22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개최한 창립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존 상업경제와 차별화된 모델

통상 건설·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시공 오차나 파손 등을 감안해 2~5% 전후의 예비 자재를 준비하는데, 가설재나 마감재 등에서 잉여 자재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폐자재를 연결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고, 사회적으로는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유사한 모델로는 핀란드의 두랏(Durat)이 있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잉여 자재, 혹은 재생 제품만으로 시공하는 대표적인 자원순환 기업이다. 이 회사는 보수가 필요한 경우, 잉여 자재를 사용하면서도 서비스 보증기간을 10~15년까지 둘 정도로 품질을 자신하고 있다.

부모의 재능공유를 목적으로 교육품앗이 플랫폼에 도전한 ‘지원지투’(김희정 대표)도 공유기업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학교나 학원과 같은 제도권 교육기관과 다르게 숨어 있는 학부모들의 재능을 필요할 때마다 구조적으로 활용하는 게 이 회사의 취지다. 그동안 진행해 온 주제도 ‘가윤엄마의 건축이야기’ ‘준희아빠의 치아건강’ ‘혜나엄마의 스피치 훈련’ 등이다.

부모는 교육비를 줄이고 수익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직접적인 효과도 있지만 경력단절 부모의 묵은 재능을 되살리는 파워업(power-up)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기혼여성 942만 명 중 경력단절 여성이 205만3000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사교육비 경감과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재능품앗이 모델로 손색이 없다.

이처럼 공유기업을 지향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자리 잡아가는 이면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몫을 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대체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초기자본이 많이 들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를 정부가 지원해 정책적으로 풀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취지다.

경기도(소통협치국)가 지원하는 공유기업 지정제도가 대표적이다. 공유경제를 통해 복지·문화·환경·교통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육성에서 투자유치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 산하 실행기관인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에서 선도적 공유기업을 매년 발굴하고 있는데, 올해는 20개 회사를 육성하고 있다.

경기도가 발굴한 또 다른 공유기업 모델을 보자.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디자이너 플랫폼을 준비 중인 ‘캐치디자이너’ 배수정 대표(28). 그녀는 미국 네바다주 관광청 반응형 웹과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 웹 디자인 등에 관여하면서 산재해 있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한데 묶을 필요성을 절감했다. 디자인 분야만큼 다양한 특화직종은 드물다. 웹 디자인, 의상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 등 30여 개 분야로 나뉘며 종사자 수도 50여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업무는 대부분 불규칙적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직군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59%나 될 정도로 상황이 불안정하다. 반면에 수요처인 중소기업은 막상 디자인이 필요해도 적시에 디자이너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케이스다.

점포의 유휴공간을 제공해 숍인숍(Shop in Shop) 창업을 지원하는 ‘위드인샵’(권혜진 대표)도 주목된다. 권 대표는 미국 버클리와 카이스트 MBA(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 공유경제에 투신했다. 그녀는 맞춤형 매칭을 위해 수익성 분석, 매칭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매칭, 챗봇 상담 등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매년 10만 명 이상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상생모델이 될 수 있다.

 

차량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모델로 꼽힌다. ⓒ 연합뉴스

 

공유경제 지향 비즈니스 모델 다양

일본에서 이웃 점포 간에 프런트를 공유하고,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Sears)가 의류소매점 포에버21에 전대(Sublet)하듯, 제과점에 커피전문점을, 미용실에 네일케어숍을 숍인숍으로 매칭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애틀랜타(Atlanta) 프랜차이즈 빵집(Little Tart Bakeshop)과 커피전문점(Octane Coffee)이 숍인숍으로 운영해 본 결과 10~15%의 매출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공유경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특화된 서비스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디어 캐치가 필요하다면 전술한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고, 시드머니가 필요하다면 지원기관을 찾아 상담해 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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