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 임명은 ‘차일피일’, 사무실 임차료는 ‘술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2 10:23
  • 호수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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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논의 미뤄지면서 靑 특별감찰관 공석 장기화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청와대 특별감찰관실. 한때 30명 가까운 직원들이 북적이던 이곳에 10월15일 현재 남아 있는 직원은 단 3명뿐이다. 10개 남짓한 각 사무실은 대부분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다. 외부인의 방문도 드물다. “특별감찰관이 임명돼야 제대로 (일을) 할 텐데, 우리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3명의 직원은 각각 행정안전부와 조달청 등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 현재 사무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행정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수장인 특감 임명은 2년 넘게 깜깜무소식이다. 특감권한대행을 비롯해 감찰 업무를 담당하던 정식 직원들도 모두 약속된 임기를 마치고 지난봄 조직을 떠났다. 특감실의 본업무인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고위 인사들에 대한 감찰활동은 자연히 ‘올 스톱’ 상태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처음 시행돼, 이듬해 3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현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으로 정식 활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특감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비위 감찰 건으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2016년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별감찰관법상 보장받아야 할 ‘직무에 관한 독립된 지위(3조1항)’가 무너진 것이다. 수장이 떠난 특감실은 이후로 급격하게 힘을 잃어버렸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청와대 특별감찰관실 ⓒ 시사저널 고성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특감 부재 상태

곧장 특감이 가진 권한의 한계와 실효성 문제가 국회 안팎에서 지적됐다. 그러나 이듬해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특감이 법률상 기구로 적정하게 운영될 의무가 있다며 폐지 대신 복원을 지시했다. 신임 특감 임명에 대한 대통령 의지에 따라 청와대는 곧장 법률에 명시된 대로 국회에 특감 후보 3명을 추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추천 방식 등을 두고 여야 간 장기간 갈등이 이어지고 새로운 이슈들에 번번이 묻히면서 특감 임명은 또다시 차일피일 미뤄졌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하게 주장해 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건과 맞물려 어느 순간 국회는 후보자 추천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공수처가 신설되면 특감의 역할 상당 부분이 공수처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특감 임명 논의를 후순위로 미뤄둔 것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감찰관을 먼저 임명해 버리면 애매해질 수 있어 지금은 논의를 중단했고, 이후 공수처 문제를 처리하면서 특감 제도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야당의 반대로 공수처 설치 논의가 진전 없이 장기간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야가 어렵사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면서 멈췄던 공수처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위 활동기간이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여야가 공수처에 대한 기존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합의가 기약 없는 상황에서 특감실의 업무 공백도 막연히 길어지고만 있다. 이석수 특감이 임명됐을 때 함께 특감실로 배정된 직원들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떠난 지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특감에 연간 20억원 이상 예산이 편성되지만 실질적인 활동이 없어 지난해 9월 기준 예산의 30%도 채 집행되지 못했다. 쓰인 예산의 상당 부분은 사무실 임차료가 차지하고 있다. 직원 3명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특감실 사무실 임차료는 지금도 매달 5000만원씩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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