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가 퓨마를 쏘았나?”
  •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2 11:17
  • 호수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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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1. 퓨마는 캐나다 서부에서 칠레 파타고니아까지 북·남미 대륙에 넓게 분포해 살아가는 고양잇과 동물이다. 쿠거(cougar), 산사자(mountain lion) 등으로도 불리며, 애초부터 호랑이·사자가 없었던 아메리카 대륙에서 표범·곰과 함께 최상위 포식자다. 다 자라면 몸길이는 2m에 달하고, 몸무게도 100kg에 달한다. 몸통 색깔은 적갈색·황갈색·회색·갈색 등으로 다양하되, 보통 몸 아래쪽은 흰색이고 귀와 꼬리 끝은 검은색이다. 환경에 대한 적응성도 좋아 평지에서부터 4000m 고지에 이르기까지, 사막과 열대우림에도 모두 서식한다. 주로 야행성으로 사슴 등을 먹이로 삼고 가축을 덮치기도 한다. 그러나 성질은 온순한 편으로 사람을 습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2. 미국에서 1978년부터 1991년까지 큰 인기를 끌며 장수한 《댈러스》라는 TV 드라마가 있었다. 텍사스의 한 석유재벌 가문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인기의 비결이었다. 그런데 주연은 아니지만 한 악역 등장 인물 때문에도 이 드라마는 인기를 더할 수 있었다. 바로 JR 유잉이란 캐릭터인데 이 재벌 가문의 큰아들로서 온갖 나쁘고 얄미운 짓만 골라 하는 인물이며 래리 해그먼이란 배우가 이 역을 계속 맡아 열연했다. 원래 조연이었지만 이 극 중 인물이 하도 인기를 얻은 나머지 주인공보다 더 유명해졌고, 2013년에는 TV가이드란 전문잡지에서 ‘TV 드라마 역대 최대의 악역 60인’ 중 1위로 꼽힐 정도였다. 제작자는 이 점을 이용해 1980년 시즌에 이 인물이 누군가에 의해 총에 맞는 장면을 만들어 시청률을 더욱 끌어올렸다. 곧바로 “누가 JR을 쏘았나?”라는 키워드로 여러 언론이 이 주제를 다뤘고 결국 일종의 문화현상이 돼 버렸다. 수개월이 지나서야 그 범인이 바로 이 인물의 아내였다는 것이 방영됐다.

#3. ‘매스킹(masking) 효과’라는 것이 있다. 주로 청각상 어떤 음이 다른 음에 가려 듣기 어렵거나 아예 안 들리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런데 미각에도 이 효과는 있다. 단맛 등으로 시거나 쓴맛이 가려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생활에서도 이 미각상의 매스킹 효과는 많이 접할 수 있다. 주방장의 솜씨가 시원치 않거나 좋지 않은 (그래서 저렴한) 식재료를 쓴 나머지 맛을 잘 내지 못하는 식당은 주로 맵거나 짠맛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있다. 고춧가루와 소금이 솜씨나 식재료 자체를 가려주는 매스킹 효과를 노린 것이다.

9월 중순경에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관리 실수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다. 마취총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자 결국 경찰이 이 동물을 사살했다. 당시 여러 신문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NSC)가 퓨마 사살 명령을 직접 지시하는 등 사건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얼마 전 한 야당 의원이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을 상대로 진행한 국감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데 퓨마가 눈치 없이 출몰해서 인터넷 실검 1위를 장식하자 작년 북한의 ICBM 발사 때보다 더 신속히 소집된 NSC가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섰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 측 관계자는 이를 즉시 부인하고 현장에서 그리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국회의원은 퓨마가 남북회담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가리자, ‘매스킹 효과’를 우려한 중앙정부에 의해 처리됐다고 본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앞날에 드리운 구름이 갈수록 짙어지는 양상이다. 고용대란, 성장률 하락 현상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세계적인 경기후퇴 조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 경제팀은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뾰족한 묘수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요즘 남북관계만 주로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에 혹시 ‘매스킹’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짜고 매운맛’으로만 승부하는 식당도 오래가려면 주방장과 식재료 개선이 꼭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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