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살리자” vs “죽을 지방은 죽어야”…도시재생법 두고 ‘열띤 토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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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GOOD CITY FORUM 2018’…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강연과 토론 등 이어져
10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열린 '굿시티포럼2018'에 참석한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가 '내몸재생에서 국토재생까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기자

“지방을 살려야 한다. 때를 놓치면 소멸할 수 있다.”(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모든 지방을 다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죽을 도시는 죽어야 한다.”(심교언 건국대 교수)

 

과연 죽어가는 대한민국 지방 도시를 살려낼 비책은 있을까. 이 난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어떻게’ ‘얼마나’ ‘어떤’ 도시를 살려내야 하냐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약간의 견해차를 보였다.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은 10월23일 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굿시티 포럼 2018(GOOD CITY FORUM 2018)’을 개최했다. 지방의 소멸 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책 등이 화두에 오른 가운데, 포럼에 참여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도시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세션에서는 ‘지방 소멸 위기, 어떻게 대응하나’를 주제로 《지방도시 살생부》 저자 마강래 중앙대 교수와 《골목길 자본론》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가 강연을 진행한 데 이어,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Keynote Speech’(기조연설)로 오후 세션을 열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강 원장은 국토연구원 위촉연구위원,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강 원장은 최근 유명인사가 된 프랜차이즈 사업가 백종원씨 얘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강 원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백종원씨가 진행하는 유명프로그램을 유치하기 위해 몇 억을 협찬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도시 재생을 얘기하려면 우선 정부가 과연 백종원씨 보다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고 혹은 어떤 점이 부족한 지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원장이 강조한 것은 ‘도시를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에만 목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지 ‘도시 재생이 중요하니 예산을 투입하자’는 뻔한 논리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도시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얘기다. 보다 세밀하게 도시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해법, 더 나아가 도시재생을 달성해 얻어낼 수 있는 ‘당근’도 같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 원장은 “참여자들의 행동 동기와 인센티브 구조를 다루지 않고 당위로만 (도시 재생을) 주장하거나 예산만 투입해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지역마다 상이한 도시재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설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도시재생, 어떻게’를 주제로 《도시의 발견》 저자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와 《부동산 왜? 버는 사람만 벌까》 저자 심교언 건국대 교수가 강연에 나서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 전체를 하나의 몸으로 가정하고 장기적인 플랜(plan)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강연 내내 ‘지방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교수는 “도시를 생명체로 본다면 팔과 다리를 다 잘라내고 머리와 심장만 남아 잘 살 수 있을까. 신체 어느 부분을 쉽게 죽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죽어가는 지방을 살려낼 처방전은 결국 ‘사람’에 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지방에 보내는 것밖에 없다. 청년이 루저(패배자)가 돼서 지방에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 내려가서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 분권이 중요하다. 지방이 주권을 가지고 예산을 나누고 협력, 상생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토계획을 주도하던) 개발시대에 만들었던 도시 행정시스템 방식이 재생시대에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10월23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굿 시티 포럼[GCF]이 열리는 가운데 심교언 건국대교수가 '도시재생과 부동산대책'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기자

 

 

이어 연단에 오른 심 교수는 정 교수와는 다소 다른 주장을 전개해 이목을 끌었다. ‘살리자’에 방점을 찍었던 정 교수와는 달리, 심 교수는 ‘죽일 건 죽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죽어가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다 살릴 수는 없는 게 현실이란 얘기다. 그래서 도시 재생 정책 역시 ‘선택과 집중’이 매우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모든 도시를 다 살리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내 마을이 죽으면 가슴은 아프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지방 거점을 만들면 인근 주변이 초토화 될 수 있지만, 그 거점이 해당 지역의 경제를 이끌 수도 있다”며 “물론 이 선택은 시민의 몫이지만, 나는 이게 맞지 않나 싶다. 죽을 건 죽어야 한다. 죽을 도시에 수 백억씩 붓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도시 재생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 했다. 도시 재생 중 낙오되는 시민을 보살피고, 지켜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도시와 지방 간 불균형이 별 수 없다고 치자. 중요한 것은 어느 도시든 서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은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도시 재생에서 효율성을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도시, 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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