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DMZ에 유엔평화대학교 세울 최적기”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5 18:08
  • 호수 15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DMZ학회 추계학술회의 10월24일 개최…학계·종교계 등 100여 명 참석

“한반도 평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파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대통령 의지만 있다면 임기 중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월24일 오전, 한국DMZ학회가 주최하고 시사저널이 후원한 2018년 추계학술회의가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학계·종교계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단단히 구축할 ‘특별한 아이디어’를 놓고 열띤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다름 아닌 비무장지대(DMZ) 내 유엔(UN) 산하 기관으로서 유엔평화대학교를 설립하자는 것.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원장을 지낸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이 제시한 이 아이디어는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DMZ 공간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각계 인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0월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국DMZ학회가 주최하고 시사저널이 후원한 2018년 한국DMZ학회 추계학술회의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文 대통령 퇴임 후 평화대학에서 역할 맡기를”

이날 행사는 크게 DMZ 유엔평화대학교의 정책적 추진 방안과 실천적 추진 방안 등 총 2부에 걸친 토론 형식으로 이뤄졌다.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기 전, 손기웅 회장의 개회사를 비롯해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 등 학술회의 개최를 도운 단체 대표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권대우 대표는 “유엔평화대학이 설립되면 그야말로 민족의 자랑이자 인류의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남북 화해 무드가 무르익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는 오늘 논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까지 전달돼, 향후 유엔평화대학이 남북 평화에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축사를 한 서영득 영락포럼 회장 역시 “유엔평화대학 설립은 DMZ라는 지역적 특성만으로도 평화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생각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통일의 밑그림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DMZ에 유엔평화대학을 세우는 것이 정말 실현 가능한 일일까. 많은 청중들의 물음표를 해소해 주기 위해, 손 회장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대학 설립에 대한 구체화된 청사진을 설명했다. 손 회장은 “1998년 DMZ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갈등과 분쟁의 상징인 DMZ를 그대로 두고선 남북 간 어떤 정치적 합의도 ‘모래 위의 집’과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남북 정상회담에, 종전선언까지 얘기되고 있지만 이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면서 “좀 더 확실하게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끝에 유엔평화대학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발표한 DMZ 유엔평화대학의 구상은 이렇다. 학교 소재지는 DMZ 및 접경지역으로 삼으며, 인근 지역에 평화와 관련한 교육기관 및 연구소도 차차 설치할 계획이다. 필요한 재정은 설립에 동참하는 국가별 기부금을 유엔을 통해 받는 동시에, 전 세계 뜻있는 단체 및 기업의 기부를 받아 채워나갈 예정이다. 손 회장은 “193개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1년에 학생 1명씩만 선발해 교육하면, 매년 193명의 평화전사들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평화대학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엔평화대학에 대한 손 회장의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대학의 정책적 추진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1부 토론에선 문광순 한국계면공학연구소 이사장, 김태우 건양대학교 교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강용범 중국 천진외국어대 동북아연구센터 소장,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 김승호 DMZ 생태연구소 소장 등이 무대에 올라 각각 대학 설립을 위한 조언과 아이디어를 보탰다. 이들은 하나같이 DMZ가 평화적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과 세계 평화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광순 이사장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세계 평화를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었다. 세계 평화 일꾼을 길러내는 건 인류가 해야 할 마지막 의무”라며 “경제력과 학술력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평화대학을 설립하면 국제사회도 두터운 신뢰를 보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발언한 김태우 교수는 “난 기본적으로 우리 안보를 희생해 가며 남북 평화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대학 설립은 국제 제재에도 해당되지 않고 안보 문제와도 상충되지 않아 진영을 불문하고 힘을 실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강용범 소장은 “지난 8월 북한 쪽 DMZ를 다녀왔는데 전과 달리 평화적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한반도 평화는 DMZ에서 시작돼야 하며,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이 됐을 때 진정한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종교 등 민간에서 남북 평화 이끌어야”

이어 대학의 실천적 추진 방안을 주제로 한 2부 토론에선 권도갑 원불교 교무, 최일도 목사, 이명권 코리안아쉬람 대표, 마가 스님, 김영택 예수회 신부 등 대표 종단 인사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평화를 위한 사업에 있어 종교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마가 스님은 “관(官)에 기대지 말고 남북 평화를 위해 민간에서 더욱 남북 평화를 위한 기금을 모으고 힘을 더하기를 바란다”며 “지금 우리가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는 것처럼 남북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주는 모습으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일도 목사 역시 민간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평화를 주도했던 이들이 남북 모두 권력자들이었다. 앞으론 민간인들이 더욱 나서서 평화를 이끌어야 하며 이들이 향후 평화대학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권 대표는 세상에서 비난받고 있는 종교의 본 역할을 환기시켰다. 그는 “정치나 군사 대립관계에서 종교는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반도 분단 극복을 위해 종교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이끄는 한국DMZ학회는 차기 남북 정상회담 혹은 향후 마련될 종전선언문에 유엔평화대학 설립 논의가 담기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대학 설립 추진 기획단을 꾸려 머릿속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