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 경제, 시진핑도 위험하다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2 14:09
  • 호수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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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의 화살은 권력 정점으로…시험대 오른 시진핑 리더십

지난 10월23일 전 세계 증시의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구촌 증시에 휘몰아쳤다. 아시아권에선 한국 코스피는 물론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급락했다. 독일·영국 등 유럽 국가도 폭풍우를 피할 순 없었다.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증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중국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연일 전방위적으로 나서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덕분에 10월19일과 10월22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각각 2.58%, 4.09%나 급등했다. 특히 22일 상승폭은 2016년 3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컸다. 그런 상승장 속에 중국 개미투자자들은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중국 정부도 경제위기설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상하이 종합지수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시장에선 “죽은 고양이의 반등”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죽은 고양이의 반등’이란 주가가 대폭락한 뒤에 반짝 상승하는 장세를 가리킨다. 이런 자조 어린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올해 중국 증시의 상황은 끔찍했다.

경제사회가 흔들리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은 도전받을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인들이 시 주석의 권력 집중과 사회통제 강화를 받아들였던 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무너지면 불만의 칼날은 권력 정점으로 향한다.

 

최근 중국 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악화하면서 불만의 칼날이 권력 정점에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으로 향하고 있다. ⓒ AP 연합


미·중 무역전쟁의 ‘쓰나미’

1월2일 첫날 중국 증시 분위기는 좋았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3314.03으로 개장해 전장 대비 1.24% 상승한 3348.32로 장을 마쳤다. 그 뒤 연일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1월29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장중에 3587.03을 찍었다. 이는 2016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당시 중국 내 상황은 장밋빛으로 가득 찼다.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총서기를 연임한 뒤였다. 시 주석은 자기 이름을 내건 ‘시진핑 새 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헌에 삽입했다. 시 주석은 부하들인 시자쥔(習家軍)을 권력 핵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에 대거 발탁했다. 시 주석의 집권체제 강화와 권력 집중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행위였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일부 지식인들은 거세게 반발했으나 대중들은 시 주석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국을 이끌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1월18일 국가통계국은 2017년의 경제실적을 발표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 총액이 82조6122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6.7% 오른 수치였다. 두 달 전까지 중국 정부가 내놓은 목표보다도 높았다.

중국 증시의 랠리는 이런 정치·경제적 상황이 뒷받침됐다. 2월 들어선 급등에 반발한 조정 흐름이 이어졌다. 횡보장은 3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도 한동안 이어졌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무역전쟁의 타격을 이겨낼 만큼 내성을 갖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최근 수년간 중국 증시는 다른 나라와는 따로 움직였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증시는 미국이 기침하면 몸살을 앓았지만, 중국은 살짝 감기만 걸리는 정도였다. 당시 중국 증시는 2015년 6월 상하이 종합지수가 5178.19로 최고점을 찍은 뒤 30% 이상 하락한 상황이었다.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발동하면서 시장은 급변했다. 3월23일 3.58%나 급락하면서 중국 증시는 조금씩 무너졌다. 특히 3차례의 미·중 무역협상이 공동 성명 없이 결렬된 6월3일부터 완전히 약세장에 진입했다. 7월 들어 미국이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뒤 그 규모마저 늘려가자,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미·중 무역전쟁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안 보이면서 중국 증시는 베어 마켓이 고착화됐다. 결국 10월18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2.94% 급락한 2486.42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월 연중 고점보다 31%나 추락한 수치다.

주식시장은 국가 경제와 경기의 선행지표다. 경기가 둔화되고 경제가 침체될 기미를 보이면 증시가 먼저 반응한다. 현재 중국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외환시장, 소비자물가 등 모든 경제지표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3분기 GDP 성장률은 6.5%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1분기의 6.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본래 중국 정부는 6.6%를 예상했었다.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 10월18일엔 위안화 환율이 장중 6.9446위안을 기록해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중국이 더 두려워하는 것들

10월16일 국가통계국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월간 CPI 상승률은 1%대를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1%대를 지켜오다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7월부터 2%대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상승 폭이 점차 커지고 있고 에너지와 식품류가 상승을 주도하는 데 있다. 에너지와 식품류는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중국 현지에서 생활하는 필자도 지난 몇 달 동안 시장과 할인마트에서 구매하는 식품류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는 걸 체감할 정도다.

이런 경제지표보다 더 무서운 건 천문학적인 부채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과 연구기관은 중국의 부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은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급증한 중국 부채를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부채 증가액의 43%가 중국의 것이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중국 GDP 대비 민간 비금융 부문의 부채 비율은 208.7%에 달했다. 이는 2007년의 115.6%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10월16일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한 보고서는 더 충격적이다. S&P는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최소 30조 위안에서 최대 40조 위안(약 6550조원)에 달한다”면서 “아주 거대한 신용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채무 빙산”이라고 경고했다. 40조 위안은 지난해 중국 GDP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중국 지방정부가 각종 사회기반시설 건설, 국유기업 개혁, 퇴직자 연금(退休工資) 지급 등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부담해 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별도의 자금조달기관(LGFV)을 만들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방대한 재정운영, 대규모 인프라 건설, 부동산 부양, 산업 구조조정과 수출 증대 덕분에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오히려 2015년엔 ‘중국제조 2025’라는 새로운 산업 고도화와 기업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그에 따라 중앙 및 지방정부는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이런 과정에서 쌓이게 됐던 것이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과 경기침체가 중국인들이 체감할 정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과 물가 상승은 그 일면일 뿐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의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은 치명적이다. 장시(江西)성 상라오(上饒)시는 9월 주택 거래가 전달보다 22% 줄었고,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감소했다.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도 주택 판매가격은 8월보다 3%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4% 하락했다. 10월초 상라오에선 부동산 개발업체가 쌓이는 재고 주택을 30%나 할인된 가격에 팔자, 기존 구매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중국 개별 가구의 총자산에서 부동산은 70% 안팎을 차지한다. 부동산은 중국인에게 부와 지위의 상징이다. 지난 수년 동안 일부 중국인들이 명품 쇼핑과 해외여행에 몰두했던 배경 중 하나는 부동산에서 재미를 크게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금세기 들어 집값이 오르는 데만 익숙해졌다. ‘부동산 대박’의 환상을 갖고 은행 대출을 끼고 주택 구매에 나섰던 중국인들이 부지기수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 소득의 수십 배에 달하는 집을 사야 했다. 이들이 ‘팡누(房奴)’라 불리는 부동산의 노예다.

 

중국의 올해 3분기 GDP는 작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사진은 중국 장쑤성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 EPA 연합


中 정부도 대책 마련 나섰지만…

따라서 주가와 집값 하락은 중국인들의 생활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 그로 인해 최근 중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하다. 지난 10월7일 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매체 ‘둬웨이(多維)’는 ‘최근 중국 사회의 10대 근심’이라는 기사로 진단했다. 10대 근심은 △정치 방향 △경제 발전 형세 △미·중 무역전쟁의 앞날 △대언론 통제 △기층민중에 대한 통치 △하급관리 △민간기업가 △중산계급 △노령화와 저출산 △국가정책에 대한 예측의 애매모호 등이었다. 둬웨이는 방화벽에 막혀 중국인들이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VPN(가상사설망)으로 뚫려 중국 SNS에 퍼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격화되는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민중에 대한 공권력의 권익 침해와 폭력적 행사 △국유기업을 우대하고 민영기업을 옥죄는 국진민퇴(國進民退) 바람 △중산층이 주택·교육·양로·의료 등에서 겪는 어려움 △헤어나기 힘든 노령화와 저출산의 늪에 크게 공감했다. 이런 심상치 않은 경제사회 분위기를 중국 최고지도부도 느끼고 있다. 9월 이후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10차례나 개최해 주식 및 외환시장 안정과 인플레 예방을 논의했다. 또한 경제사령탑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무역전쟁 종식과 경기부양 의지를 과시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의 위기를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 건설과 중산층의 소비 확대로 해소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지방정부가 1조3500억 위안(약 221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개인소득세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감세안도 발표했다. 내부에서 커지는 암세포에는 눈감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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