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활용 방안 놓고 ‘동상이몽’
  • 천경환 시사저널e. 기자 (chunx101@sisajournal-e.com)
  • 승인 2018.11.14 13:44
  • 호수 15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개발되면 세계적 명소” vs 시민 “주거난 해소가 먼저”

최근 미군 용산기지 활용 방안이 부동산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약 260만㎡의 대규모 땅인 데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곳이 개발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용산기지를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임대주택을 지어 주거난을 해결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의견 대립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용산 미군기지는 지난해 7월 미8군 사령부의 평택 이전을 시작으로 올 6월에는 평택기지에 주한미군사령부가 개소하는 등 이전이 계속되고 있다. 향후 용산 미군기지 내 모든 시설의 이전이 완료되면 부지 반환 협상, 환경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기지 반환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미군 용산기지 활용 방안을 놓고 정부와 일부 시민들 간에 입장차가 커 주목된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정부 “용산기지에 주택 공급 계획 없어”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 1월 시행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르면, 국가는 용산기지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며,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면 안 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월2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에서 열린 ‘용산기지 첫 버스투어’에서 “114년 만에 용산기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으니 이제 용산공원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별법에는 서울특별시장이 용산공원정비구역의 조성 및 관리를 위해 각종 절차 및 조치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투어 행사에 참석해 “용산기지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공간”이라며 “온전한 공원 조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조해 가겠다. 또한 용산공원 조성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박 시장의 발언이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기 위한 작업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박 시장은 여의도를 업무·주거지가 어우러진 ‘신도시급’으로 조성하고, 용산에는 광화문 광장급 대형 광장과 산책로 등을 만들겠다는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용산기지는 국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서울시민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며 “주변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지만 온전한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경제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구는 땅값이 비싸 공공임대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없다. 아울러 용산기지 부지에 영구임대주택이 아닌 분양전환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할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지역에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용산기지는 세계적인 명소로 조성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주거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산기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용산기지에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용산기지 개발이 제도적으로 묶여 있지만 무엇보다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선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법안을 개정하거나 이를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11월7일 서울 용산구 시티파크 내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용산기지 공원화가 부동산 시장 자극할 수도

용산기지 공원화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최근 용산구 집값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와 금리인상 여파 등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11월6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2% 오르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용산구 집값은 0.01%에서 지난주 -0.02%로 하락 전환했다. 철옹성 같았던 강남권 아파트 가격 또한 강남구가 -0.02%에서 -0.06%로 내림세가 확대됐다. 서초구(-0.02→-0.07%)와 송파구(-0.04→-0.05%) 또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각종 개발 호재 소식이 들리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산공원 계획은 오래전부터 이야기해 오던 거라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용산기지 공원화와 같은 대규모 개발 소식은 집값 안정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 용산에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공원이 들어서면 주변 단지들은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 집값이 무섭게 상승하자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한 바 있다. 당시 여의도·용산 지역 집값은 박 시장의 개발계획으로 들썩였다. 박 시장이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밝힌 이후 8월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1% 올랐으며, 그중 여의도동이 위치한 영등포구가 1.84% 오르며 서울 시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산구 집값 또한 1.78% 상승해 인근에 위치한 동작구(1.81%)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올랐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향후 집값의 흐름을 예단하긴 이르지만 정부가 용산공원 개발을 본격화하면 용산 집값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임대주택은 안 된다고 선을 긋지 말고 용산기지에 임대주택과 공원을 함께 조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등 절충안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