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체포’ 악재 만난 르노삼성의 미래, 그 운명 걸린 車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2 13:54
  • 호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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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회장 체포로 ‘시계제로’ 빠진 르노삼성 후속모델 골라야 하는 내년 9월이 분수령

르노삼성의 어두운 앞길에 또 하나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들의 대주주인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보수 축소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다. 르노삼성에 우호적이었던 곤 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르노삼성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르노삼성에게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신차 배정 문제로 꼽혀왔다. 일본 닛산과 동맹(얼라이언스)을 맺고 있는 르노는 닛산의 소형 SUV ‘로그’의 생산을 2014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맡겼다. 그 배경엔 곤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 르노에 2년 동안 몸담았던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11월21일 “곤 회장은 르노삼성과 신제품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할 만큼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 AP연합

 

르노삼성에 힘 실어주던 곤 회장 체포 ‘악재’

덕분에 르노삼성은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왔다. 지난해 르노삼성 총 생산량(26만 4000여대) 중 로그 생산량이 12만 3200여대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해외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올 8월 로그는 북미 전체 차량 가운데 5번째로 많이 팔렸다. 로그 판매로 지난해 르노삼성은 40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내년 9월부턴 상황이 달라진다. 로그의 위탁생산이 이때 끝나기 때문이다. 곤 회장이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 계약을 연장해준다면 한숨 돌릴 수는 있다. 하지만 일본 규슈 공장이 눈독을 들인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앞날을 장담하긴 힘들다.
회사 측은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11월21일 언론에 “로그 수출물량이 르노삼성에 배정됐던 건 가격과 품질경쟁력, 공급능력 등을 우리가 노력해 증명해 보였기에 가능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로그 생산 계약 종료 후 물량 확보 문제도 경영진 교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남석 교수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경영방침은 분야별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한다”며 “곤 회장 한명이 빠진다고 해서 르노삼성의 일거리가 전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교수는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사라졌고, 닛산 또한 이번 기회에 르노삼성의 생산물량을 가져오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협상과정이 버거워질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 노조와의 임금 단체협상도 르노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노조와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유일한 곳이다. 노조는 10월 초 사측의 임금 인상 거절을 이유로 4년 만에 파업을 결정했다. 내수 실적도 저조하다. 올 9월 국내 판매량은 6만2343대로 지난해 9월에 비해 17.1% 줄었다. 또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높아지는 관세장벽은 르노삼성의 수출마저 한순간에 덮쳐버릴 위험이 있다.  

 

왼쪽부터 닛산 로그, 닛산 엑스트레일, 르노 트위지 ⓒ EPA연합·AP연합·연합뉴스



‘로그’ 위탁생산 끝나는 내년 9월 이후가 문제

이러한 배경 때문에 업계에선 르노삼성이 후속모델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몇몇 차량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일본 규슈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닛산의 중형 SUV ‘엑스트레일(X-Trail)’이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기존의 닛산 중형 SUV ‘캐시카이’의 빈자리를 메울 모델로 꼽힌다.

르노삼성은 약 2년 동안 경기도 기흥연구소에서 엑스트레일 개발을 주도해 왔다고 한다. 게다가 로그와 플랫폼(차량의 기본 골격)을 공유하기 때문에, 부산공장이 갖춘 설비로도 쉽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언론에 “(엑스트레일이) 로그 후속모델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검토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베스트 셀링카의 생산물량을 닛산이 쉽게 내어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엑스트레일의 글로벌 판매량은 81만 4000여대로, 전 세계 판매량 4위에 올랐다.

SUV 라인의 도입이 힘들다면 세단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가 그 예다. 이 차는 르노삼성의 SM5와 형제뻘이다. 플랫폼이 같고, 차량의 전체 길이는 10mm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로그 다음으로 닛산이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차량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닛산에서 물량을 배정해줄지가 관건이다. 일단 국내 시장부터 과포화 상태다. 자동차 리뷰 전문가 노은규씨는 11월22일 “한국닛산이 국내에 알티마를 수입해 판매하는 상황에서 르노삼성까지 이를 만들면 판매간섭이 생긴다”며 “이는 닛산이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르노삼성이 SM5와 SM6로 중형 세단 라인업을 구축한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을 추가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또 다른 후보는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다. 업계에선 르노가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의 트위지 생산라인을 내년에 부산공장으로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4년부터 논의됐던 계획이다. 하지만 트위지가 국내의 법적 규제를 통과하지 못해 이행이 늦어졌다고 한다.

다만 트위지의 입지가 너무 좁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국내에서 트위지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1200대를 넘지 못했다. 2016년 말까지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을 따져 봐도 2만대가 채 안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따라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트위지가 수익에 도움이 되는 모델은 아니다”라고 했다. ​

이도저도 안된다면 르노삼성의 주력 모델인 QM6의 생산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는 로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SUV다. 르노삼성이 자체 개발한 차량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수출용이 부산공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QM6 수출량은 4만3755대를 기록했다. 물론 아직 로그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이다. 올 9월 르노삼성의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로그와 QM6가 각각 6329대, 1525대로 나타났다. 차이가 4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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