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 해법⑤] “현 자유한국당으론 보수 재기 어렵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3 10:04
  • 호수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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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형준 前 청와대 정무수석 “새로운 보수는 자유·민주·공화주의 세 축으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행보에 여의도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17대 의원,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 전 수석은 개혁적 보수의 색채가 강하다. 교수 출신답게 이론적 토대도 탄탄하다. JTBC의 시사·예능 프로그램 《썰전》에선 보수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혼선 이유를 ‘생각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국가전략부터 집권 후 사회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많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재기를 모색 중인 보수진영에도 박 전 수석이 똑같이 던지는 화두다. 11월28일 국회 의정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수석은 자유·민주·공화주의라는 세 가지 틀 속에서 보수정치의 희망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보수 재건을 위한 움직임을 준비한다고 하던데.

“바람직한 보수가 돼야 하는데 그런 수준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체적인 형태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 보수의 새로운 가치와 담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쭉 해 왔다. 꼭 정당은 아니어도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그나마 대중에게 신망이 있거나, 기존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여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는가.

“다양하다. 참여정부 때 활동한 사람도, 사회민주주의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은 다양하지만 국가전략과 관련해 추구하는 방향성이 비슷하다.”

박 전 수석이 생각하는 새로운 보수란 무엇인가.

“앞으로의 보수정치는 자유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동시에 미래를 지향하고 선도해야 한다. 지금 보수는 궤멸과 자멸 중간쯤에 있다. 상대의 정치적 공격에 의해 궤멸된 부분도 있지만, 자멸한 측면이 훨씬 크다. 그 과정에서 무너진 것에 대해 통감해야 하는데 그걸 서로 미루거나 회피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탁월함을 가져야 한다는 게 대의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인데,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회사원으로 전락했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회사원으로 전락”

공화주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민주주의는 한 손에는 자유주의, 반대 손에는 공화주의가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 인민이 지배하는 사상이다. 민주주의에 있어 직접민주주의냐, 대의민주주의냐는 중요한 구분이다. 개인적으로 대의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보다 우월한 정치형태라고 본다. 공화주의는 공동체의 공동선을 중요시하는 사상이다. 국가가 권력을 자의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공화주의와 민주주의가 잘 결합되는 철학적 기초는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다. 개인의 자유가 있었기에 다원주의, 시장경제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주의로 변질되지 않았나.

“우리나라에선 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제도로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바로 이식됐다. 경제발전기 국가가 권력을 남용한 데는 시대적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보수진영에서 숱하게 정당 혁신을 통해 이를 제거하려 했는데 충분치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더욱 강화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안보로는 반통일, 경제로는 재벌 등 기득권을 옹호하는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았나.

“번영으로 이룬 나라 중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시장경제를 활용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좌파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이기적인 사람들의 탐욕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본다. 전혀 그렇지 않다. 시장은 이기적인 것과 이타적인 것이 만나는 곳이다.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수든 진보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 일원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에선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접근법이 다르다. 지금 정부는 북한을 자신 있게 다룰 수 있다고 과소평가한다. 반대로 우파는 북한을 너무 두려운 존재로 본다. 그러기 때문에 현실적인 눈으로 보는 것이다. 또, 체제를 보는 눈도 다르다. 자유·민주·공화주의를 내건 보수정치의 적은 전체(全體)주의다. 북이 전체주의 체제를 갖고 있는 이상 체제의 근원적 차이를 넘어선 통일은 불가능하다.”

우파 진영의 갈등에 있어 박근혜, 탄핵이라는 화두가 여전히 쟁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은 상당히 정치공작이 개입돼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게 박근혜,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 것을 가릴 수는 없다. 어찌 됐건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덕목은 책임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탄핵 때 찬성했느냐, 반대했느냐를 따지면 보수정치는 미래가 없다.”

인적 청산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그렇다. 책임이라는 게 중요하지 않나. 보수가 궤멸, 자멸하게 된 데는 지난 세 차례 총선의 공천이 잘못된 거다. 또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도 필요하다.”

 


“文정부 실정이 보수 혁신 가로막아”

2020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보수의 재기가 힘들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기대에 못 미쳐 잘 모르겠다. 그게 보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보수 통합은 더 어려워지지 않나.

“선거제도 개편이 변수다. 어찌 됐던 보수진영은 새로운 인물을 계속해서 수혈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에는 그런 인물들이 꽤 많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새로운 신당 요구가 더 강력하게 흐를 것 같다.”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보수정치 위기의 요인으로 보이는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기존 인사들은 자산도 많지만 부채도 많다. 부채 청산에 힘이 많이 들 거다. 새로운 인물을 찾으면 좋은데, 안철수 현상에서 봤듯이 그것도 쉽지 않다. 새로운 사람이 안 나오면 부채를 같이 청산해 주면서 새로운 기치를 들고나와야 한다. 솔직히 내 주변에서 새로운 보수를 고민하는 분들의 공통된 생각은 지금 자유한국당으론 힘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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