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 60명 미만 유치원장 연봉이 ‘8300만원’?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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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영형 ‘한양제일유치원’ 세출결산표 분석해보니…“세금 먹는 하마”

 

공짜 유치원은 없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사태의 대안으로 고려중인 공영형 유치원이 '세금 먹는 하마'란 지적이 제기됐다. 8000만원이 넘는 돈이 원장 연봉으로 들어가서다. 

 

지난 11월16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한양제일유치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서울에 있는 공영형 유치원 4곳 중 하나다. 공영형 유치원은 공립 수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법인형 사립유치원이다. 회계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유 장관은 "공영형 유치원 확대를 포함해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이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공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모든 유치원은 현행법에 따라 회계 등 주요 정보를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에 공시해야 한다. 여기에 따르면, 지난해 한양제일유치원의 원아 수는 57명이었다. 그리고 원장과 교사, 사무직원 등 교직원은 총 9명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11월16일 오전 공영형 유치원인 서울 영등포구 명신유치원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서 원아용 의자에 앉아있다. 공영형 유치원은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해 학부모 부담을 낮추고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공립과 사립의 장점을 살려 운영하는 유치원 모델이다. ⓒ 연합뉴스



한양제일유치원 교직원 9명, 인건비 4억여원 지원돼

 

시사저널은 한양제일유치원의 '2017년 세출결산표'를 토대로 원장 연봉을 계산해봤다. 기본급은 5912만원. 이 외에 원장은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받는다. 단 초과근무수당이나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사학연금료 등은 적용 여부가 불분명해 제외했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등 법정부담금을 더했다. 그 결과 연봉은 8297만원으로 산출됐다. 이를 포함해 교직원 9명에게 들어간 인건비는 총 4억 704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업무추진비가 별도로 편성된다.

 

한양제일유치원의 재무현황을 두고 김주일 공인회계사는 12월4일 "원아 57명이 다니는 소규모 유치원에 왜 8000여만원의 연봉을 받는 교장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공영형 유치원을 세금 집어삼키는 하마라고 부르고 싶다"고 꼬집었다. 

 


“공영형 유치원 회계운용에 의혹 있다”

 

서울의 다른 공영형 유치원들은 원장의 급여를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서울에는 한양제일유치원을 포함해 대유유치원, 영천유치원, 명신유치원 등 공영형 유치원 4곳이 운영 중이다. 시사저널이 나머지 3곳의 회계 자료를 유치원 알리미를 통해 찾아봤다. 모두 인건비 총액만 나와 있을 뿐, 직급별로 급여 액수가 적혀 있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의원은 11월14일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공영형 유치원 회계운용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형 유치원 원장의 급여에 법적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모든 교직원의 기본급과 수당, 복리후생비 등은 공무원보수규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장을 포함한 교직원의 급여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때문에 유치원 규모에 따라 더 많은 돈을 챙길 수도 있다. 



“사립은 망해도 나라가 망하는 건 막아야”

 

다만 사립유치원은 재정 수입의 일부를 학부모에 의존하고 있다. 원아 수 감소로 원비가 줄어들면, 교직원 급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립유치원 원아 수는 최근 2년 사이 약 3만 명이 줄었다. 공영형 유치원은 학부모가 내야 하는 돈이 사립유치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신 그만큼 많은 세금이 투입된다. 지난해 한양제일유치원 전체 세입 결산액 중 서울시와 교육청의 지원금은 약 95%를 차지했다. 

 

전북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사립은 망해도 되는데 나라가 망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국공립 단설유치원에 들어가는 돈은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공형 유치원과 같은 법인은 나름의 타당성을 갖추고 임직원 등의 보수를 산정할 것”이라면서도 “유치원 규모에 비해 급여가 과도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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