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는 닛산의 ‘파워게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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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회장 결국 기소…일본인 사장도 기소 가능성 제기돼

‘카리스마 경영자’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결국 법원에 서게 됐다. 그 물밑에선 일본 측 경영진과의 세력 다툼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진마저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12월10일자로 구속기간이 끝나는 곤 전 회장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 이 외에 그레그 켈리 전 닛산 대표와 닛산 법인도 함께 기소 대상에 올랐다.

 

곤 전 회장의 구속기간도 연장됐다. 최근 3년간 보수를 유가증권 보고서에서 낮춰 적은 혐의다. 그가 체포된 지난 11월19일 거론된 혐의는 ‘2011~2015년 회계연도 보수 축소 신고’였다. 같은 사안에 대해 조금씩 다른 혐의를 적용해 반복 체포하는 일은 일본에서 흔한 관행이라고 한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 연합뉴스


 

이번에 곤 전 회장의 유죄가 입증되면 최대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도쿄 히토츠바시 대학 법대 왕 윤하이 교수는 NHK에 “서양에선 (보수 축소 혐의에 대해) 벌금형이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구속까지 시키진 않는다”며 “하지만 일본 검찰은 많은 직원을 대량 해고한 임원이 수천만 달러를 몰래 챙긴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구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곤 전 회장은 체포되기 3일 전인 11월16일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사장을 내쫓으려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12월9일 익명의 소식통을 빌려 “곤 전 회장은 닛산의 미국 내 부진한 실적과 일본에서 반복된 품질 문제로 사이카와 사장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며 “곤 전 회장은 11월 말에 열리는 닛산 이사회에서 사이카와 사장 경질안에 투표하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곤 전 회장이 체포되면서 도리어 본인이 이사회에서 축출되고 말았다. 일본에선 선고 결과를 떠나 기업 경영진이 기소되거나 구속되기만 해도 공식 직함을 내려놓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사이카와 사장은 평소 곤 전 회장의 권력과 장기 집권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이카와 사장 측에서 내부고발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친위 쿠데타(Palace Coup)”란 표현까지 썼다. 현재 닛산에선 사이카와 사장이 회장을 겸임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팬타임스는 “닛산의 힘의 균형추가 사이카와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이카와 사장 역시 희생양을 자처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은 곤 전 회장 보수와 관련된 문서에 사이카와 사장의 서명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닛산 법인이 이번에 기소된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나아가 사이카와 사장 본인도 기소를 피하기 힘들 거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12월10일 “사이카와는 닛산이라는 주군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내놓은 사무라이”라며 “본인의 영달보다는 닛산 회사의 미래를 위해 희생을 감행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이카와는 본인이 회장직을 겸직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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