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⑤] “플라스틱 대체품, 금속·목재 부적합”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3 15: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석·나무 발굴은 또 다른 환경오염 초래

 

[편집자 주]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 수심 1만898m에서 발견한 것은 뜬금없게도 비닐봉지입니다. 또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무인도는 30년 후 세계 최대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수만 년 전의 무공해 공기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남극의 눈에서 검출한 것은 유해 화학물질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플라스틱입니다. 세계적으로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세계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 개에 이릅니다. 해류가 순환하는 곳에는 아예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깁니다.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1조8000억 개로 형성된 쓰레기 섬이 있습니다. 크기가 남한 면적의 15배입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오염됐고, 웬만한 나라보다 큰 플라스틱 섬까지 생겼으니 가히 '플라스틱 지구'라고 부를 만합니다. 시사저널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플라스틱 지구'를 고발하는 탐사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그 1편에서는 태평양의 '쓰레기 섬'을 소개하며 플라스틱 오염을 고발했습니다. 2편에서는 플라스틱 조각 즉 ‘마이크로비즈’가 인류를 어떻게 위협하는 지를 생각했습니다. 3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2명의 여성의 사례를 들어 개인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4편에서는 사회와 국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를 살폈습니다. 마지막 5편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제시합니다. 

 

(디자인=고정희)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면 대체품이 있어야 한다. 철이나 나무 등 몇몇 대체재가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훼손, 생태계 파괴, 또 다른 오염 문제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옥수수 전분을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제시한다. 이른바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바이오라는 말 때문에 친환경적인 것으로 들리지만, 바이오 플라스틱도 분해되려면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아직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은 보이지 않는다. 꼭 필요한 곳에는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무엇보다 '일회용'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은 예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지적해온 그린피스의 행동가와 화학 전문가를 만나 대안을 모색해봤다. 

  

 

박샘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 "플라스틱 줄이도록 기업 압박해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숙제는 무엇일까.  

 

"플라스틱 생산량부터 줄여야 한다. 최근 남극 바다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그린피스는 글로벌 기업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필리핀 해변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브랜드별로 구분하는 이른바 브랜드 오딧(상표 감사)을 시행한 적이 있다. 네슬레, 유니레버 등 수많은 유명 브랜드가 확인됐다. 기업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라는 압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박샘은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캠페이너가 금속 빨대와 나무 칫솔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고성준 시사저널 사진기자)

 

큰 플라스틱 쓰레기는 눈에 보이니까 치울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세플라스틱은 1차와 2차가 있는데, 1차는 생활용품을 제조할 때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이고, 2차는 페트병 등이 세월에 흐름에 따라 잘게 쪼개져서 생긴 미세플라스틱이다. 그린피스는 1차 미세플라스틱을 먼저 줄일 것을 주장했다. 이는 바다에 유입되면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고 먹이사슬로 연결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를 위해 그린피스는 55개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2년 전부터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캠페인을 펼쳐왔다. 그 결과로, 스크럽제나 화장품의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런 노력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동참이 있어야 결실을 볼 것 같다. 

 

"그린피스는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홍콩·대만·서울 그린피스 사무소는 소비자의 인식변화 캠페인을 펴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사례를 소개하고 실천법을 공유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면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이 있어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로, 빨대를 금속·대나무·갈대·실리콘으로, 수세미를 삼베·해면으로, 비닐 랩을 밀랍으로, 식기를 유리·금속으로 대체할 수 있다." 

 

금속이나 목재를 사용하려면 광물을 캐고 나무를 잘라야 하므로 더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기술 개발로 옥수수 전분 등과 같은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플라스틱,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1980년대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이 목재 사용량을 넘어섰다. 플라스틱이 나무를 대체한 것이다. 쉬운 예로, 농촌의 밭에 가면 PVC(폴리염화비닐)가 덮여있다. 비닐로 밭을 덮으면 수분 증발을 막고, 잡초가 자라지 않아 해충도 줄어든다. 그만큼 농약이나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만일 비닐이 없다면 물·농약·비료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농약과 비료는 작게 쓰자고 하면서도 무턱대고 비닐 사용을 줄이자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꼭 필요한 곳엔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하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준 시사저널 사진기자)

 

현대 사회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술은 필요성에 의해 탄생하지만 그 부작용도 있다. 즉 필요성과 부작용이 충돌하는 게 기술이다. 현대 사회에서 부작용을 우려해 필요성을 버릴 수는 없다.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플라스틱의 유일한 부작용은 썩지 않으므로 순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플라스틱을 사용하자는 대안이 나오기도 한다. 그 예가 식당에 비치된 전분으로 만들었다는 녹색 이쑤시개다. 그 이쑤시개에도 전분으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일부는 플라스틱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되, 꼭 필요한 곳엔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또 그 쓰레기를 재활용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비닐 쓰레기를 녹이면 최종적으로 기름이나 고형 연료를 만들어 재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효율이 낮아서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수거하는 노력과 재활용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말이다. 이런 재활용 비용을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부담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자연히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은 줄어들고 대안을 찾게 된다." 

 

 

‘플라스틱 지구’ 기획 지난 기사

 

[플라스틱 지구①] 인구 20만 '쓰레기 섬' GPGP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6598

[플라스틱 지구②] 인류 위협하는 ‘마이크로비즈’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6817

[플라스틱 지구③] 두 여자의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 도전기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7183

[플라스틱 지구④] 업사이클로 쓰레기 없앤 일본 마을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8240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