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강의에 폭언, 끊이지 않는 ‘교수 갑질’ 논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7 11:09
  • 호수 15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대·목원대 사제 간 ‘진흙탕 싸움’…제자 고발에 교수는 ‘명예훼손’, 대학은 ‘쉬쉬’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이 ‘교수 갑질’ 추문(醜聞)으로 얼룩지고 있다. 경기대는 한 교수가 수년에 걸쳐 대리 강의를 반복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전의 목원대는 한 조교가 학과장을 맡고 있는 교수의 상습 폭언 의혹 등을 제기, 교수와 제자가 서로를 형사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해당 교수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고발에 나선 한 피해학생은 “수년에 걸쳐 교수의 자질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를 해결해 줄 주체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중재자로 나선 대학과 교육부가 학내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일러스트 정재환

 

 


“동아리원이 교수 대신 강단에 섰다”

‘교수 갑질’ 파문에 휩싸인 대학은 경기대와 목원대다. 경기대는 2015년, 목원대는 올해 9월에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지역 언론을 통해 교수의 갑질 사례가 보도됐고, 대학에서는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논란이 발생한 지 최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갑질을 둘러싼 사제(師弟) 간 갈등은 봉합은커녕 더 곪아버린 상황이다.

경기대는 수원캠퍼스 스포츠경영학과에서 ‘대리 강의’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해당 학과 교수인 K교수가 개인 사유를 핑계로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다른 강사를 올리는 일이 학기마다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K교수는 2015년 한국체육학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뒤 일정이 바빠지자, 인적자원관리 강의를 본인 연구실에서 공부하던 제자에게 맡겼다. 2016년에는 수영 강좌를 지도하면서 교내 수영 동아리원을 불러 강의를 시키기도 했다. K교수의 대리 강의 및 수업 불참 사례가 올해까지 이어졌다는 게 제보자인 A씨의 주장이다.


“너 조현병이다”…목원대, 조교 ‘교수 폭언’ 고발

대전 소재의 사립대학인 목원대에서도 ‘교수 갑질’ 문제가 불거졌다. 해당 대학의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조교로 재직 중인 최국호씨(30)가 학과장으로 일하던 J교수가 ‘폭언 및 부당 지시’ 등을 일삼았다며 내부고발에 나선 것이다. 최씨는 J교수가 학생들의 성적을 빌미로 ‘갑질’을 벌였으며, 자신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학생 2명의 졸업을 고의적으로 막았다고 주장한다. 또 업무처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교인 자신에게 ‘조현병 아니냐’ ‘정신과 치료 받아라’ ‘뇌조직이 잘못된 것 같다’는 폭언을 일삼았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실제 최씨가 시사저널에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J교수는 수차례에 걸쳐 최씨를 ‘정신병’으로 몰아붙인다. 일례로 J교수는 2017년 6월22일 최씨를 자신의 교수실로 불러 “내가 너하고 6개월 일해 보니까 신경에 나사 하나, 시냅스(뇌 신경세포의 연결지점) 하나가 빠졌어. 얘가 조금 정신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니까”라며 “야 조현병이 무지하게 많아. 너 조현병 아냐?”라고 되묻는다. 그는 이어 “가짜로 보이는 것. 헛것 보이는 것 있잖아. 그런데 그게 무지무지하게 많다고 봐”라고 말한다.

J교수는 또 지난 7월24일 최씨에게 “너 신경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정해. 여러 가지 뇌 조직에 뭐가 하나가 있어. 그것이 그 전에는 모를 수가 있어. 이게 일을 통해서 알거든. 너 이런 일 처음 해 보잖아”라고 말한다. 최씨가 “네”라고 답하자 J교수는 “그 전에는 알 수가 없잖아. 일을 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너 신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라며 다시 한번 최씨의 ‘정신 문제’를 지적한다.

이에 대해 최씨는 “조교의 업무 인수인계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J교수는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인격모독성 발언을 했다. 교수가 직접 해야 하는 업무를 내가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라도 생기면 일방적으로 나를 정신이상자로 몰아붙였다”고 토로했다.

J교수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학생의 졸업을 고의로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J교수는 앞서 2017년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신입생을 뽑는 실기고사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상황묘사’를 출제했다. 이에 당시 시험에 참여한 한 학생이 SNS를 통해 “울면서 어떻게든 그리려다 진짜 아닌 것 같아서 검은 색으로 다 색칠하고 그냥 나왔다”고 증언, 시험 주제의 적절성 등이 언론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이에 학과 학생 2명이 J교수에게 해당 문제를 제기하며 사과 등을 요구했는데, J교수가 하필 이 2명의 졸업 작품을 심사하며 졸업 기준에 미달하는 점수를 줬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건물 ⓒ 시사저널 임준선

 


3년 넘었지만…‘사제 갈등’ 현재진행형

실제 J교수에게 심사를 받은 뒤 졸업에 실패한 학생 B씨는 학교에 ‘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해당 조사 요구서에 따르면, B씨는 ‘J교수에게 이(세월호 관련 시험 문제 출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며 이후 “건방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전화를 약 세 차례나 받았다. 또한 통화 중 학번과 이름을 외우고는 내년 졸업 심사 때 본인이 담당이라며, 그때 보자는 듯이 말씀한 걸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졸업이 안 된 이유를 물으니 J교수는 정확한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내가 내년에도 담당인데, 너 다음에도 졸업 안 시켜주면 어쩌려고 이러냐?’며 협박성 짙은 말씀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부연했다.

경기대와 목원대에서 불거진 ‘교수 갑질’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목된 교수들이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경기대의 경우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태는 더 악화하고 있다. 해당 문제를 제기한 A씨는 교수는 학칙을 당연히 지켜야 하며 대학 본부가 진상 규명 요구를 고의적으로 묵살했으며, 해당 교수의 비위(非違) 행위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처분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A씨는 “등록금을 내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얘기하고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수차례 해당 교수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대학 본부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였으나, 교수는 부정하고 학교 측은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했다.

앞서 경기대 스포츠경영학과복학생협의회 학생 46명은 2015년 12월 회의를 열고 수업의 질(質) 개선을 위해 ‘스포츠경영학과 발전을 위한 개선안’을 도출했다. 이후 다음 학기가 시작된 2016년 3월 개선 방안을 학과에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그해 6월에는 학교법인에 ‘개선안 호소문’을 접수한다. 이후 2016년 11월 대학 내 평가감사팀의 조사가 이뤄졌으나 학생들이 요구한 개선 및 조치사항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후 올해 7월 2차 호소문을 법인에 접수하고 교무처에 후속조치 사항 공문을 발송했지만, 공식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결국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올해 8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한 뒤, 9월 총장실과 교무처에 전화로 공식 답변을 요구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이에 대해 경기대 관계자는 “감사는 끝났고 현재 이에 대한 처분이나 입장 등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해당 문제의 감사를 담당하던 사람이 바뀌어 현재 (진행 경과 등을) 알려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목원대는 문제가 불거진 뒤 ‘갑질방지위원회’를 꾸리고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다만 고발자로 나선 최씨는 학교가 해당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최씨와 문제가 된 교수를 분리조차 시키지 않은 채 합의만을 종용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목원대 관계자는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중재가 쉽지 않았다. 현재 3차 조사까지 진행했고 내년 1월까지는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문제가 된) 교수의 입장도 있기에 (진정인과) 무조건 분리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해당 학과 교수들이 문제 교수의 학과장직 박탈 등을 건의했고, 현재는 학과장직에서 피진정인이 물러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대 캠퍼스 ⓒ 경기대 홈페이지

 

 

 

정부 지침 비웃는 대학…교수는 ‘명예훼손’ 고소

일각에선 학생들의 ‘갑질 고발’ 후 보인 학교의 태도가 정부의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 10월 ‘교육분야 갑질 근절 기본계획’을 정리해 배포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자료를 발표한 이유로 ‘법·제도적 근거 없이 일방에 사회적 권위를 부여하는 사제관계는 교육분야를 타 분야와 구별하는 핵심’이라며 ‘일부 교원의 갑질이 이슈가 되어 교육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하, 잔존하는 사제관계 갑질을 근절하여 교원이 존경받는 문화를 조성하고 교육분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할 필요’라고 적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육계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강화’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피해자 희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고 피해자의 조력인을 지정하도록 권고했다. 또, 신고 지원센터에서 2차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자와 신고자의 신상정보는 대외비에 준해 관리하게 했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대학 모두, 신고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조처는 없었다. 교육부는 이외 사립학교의 경우 내부규정에 교원의 갑질 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도록 권고한 바 있으나, 두 대학 모두 이에 대한 새로운 징계 기준 등은 신설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대학이 사제 간 갈등을 ‘쉬쉬’하는 사이 사태는 캠퍼스 울타리를 넘어 법정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학생들의 고발이 자신들의 명예를 일방적으로 실추시키고 있다며, 신고자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대 K교수는 “(신고자를) 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수로서의 양심을 걸고 그런(대리 강의 등) 것을 하지 않았다. 신고자 외 말 없는 다수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강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강의 평가 등이 매 학기마다 이뤄지고 있고, 여기서 미달되면 재임용도 힘들다. 많이 참았지만 계속 (신고가) 이어진다면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고소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12월11일 목원대를 찾아가 J교수를 만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J교수는 12일 다시 전화를 걸어와 “(갑질을 고발한) 조교가 실수를 수백 차례에 걸쳐 했다. 그 과정에서 정신병 등을 언급한 사실은 있지만 (녹취는)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졸업을 막았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고 당시 채점했던 교수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조별 졸업 작품에 거의 참여를 안 해서 점수를 낮게 줬던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현재 조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고 사법 당국에서 사실을 명확히 밝혀주면 그때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관기사

“제자를 ‘정신병’으로 모는 스승은 없다”

 

[알려드립니다] “제자를 ‘정신병’으로 모는 스승은 없다”, “대리 강의에 폭언, 끊이지 않는 ‘교수 갑질’ 논란” 관련

인터넷 시사저널은 지난 2018. 12. 19.자 사회면 “제자를 ‘정신병’으로 모는 스승은 없다”, “대리 강의에 폭언, 끊이지 않는 ‘교수 갑질’ 논란”의 제목으로 J교수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학생의 졸업을 고의로 막는 등 조교와 학생이 같은 학과 J교수의 ‘갑질 및 폭언’을 폭로·고발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J교수 측은 “학생의 졸업학점 미달로 성적이 낮게 나온 것으로, J교수가 임의로 성적을 낮게 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졸업논문 및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운영 시행규정에 의해 합법한 심사를 한 결과”라면서 “이 외 강요, 협박, 업무방해 등에 관련해서는 대전지방검찰청 수사 결과 지난 4월29일 무혐의 처분, 9월19일 재정신청 기각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와 함께 J교수 측은 “현재는 학과장직에서 물러난 상황이나 이에 대해서는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