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文의 문제는 ‘문어벙’ 아닌 ‘지적능력’”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1 08:40
  • 호수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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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수논객’ 전여옥 前 새누리당 의원이 진단하는 문재인 리더십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여성 보수 정치인 중 단연 선두주자였다. 화려한 방송기자 생활을 끝마치고 여의도에 입성했을 때 그에게는 ‘핵심 친박(親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중심에서 밀려났다. 패거리 정치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답답함은 2016년 출간한 《오만과 무능: 굿바이, 朴의 나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의도 정치와 헤어진 후 그는 출판과 방송을 오가며 보수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 정치권의 대세인 유튜브 방송도 운영 중이다.

전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 원인인 ‘오만과 무능’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다고 본다. ‘친박’이 ‘친문’으로, 무능한 지도자는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11월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자리에서 전 전 의원은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기업에 가해지는 전반적인 규제를 풀어야 하며 노동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면서 “노동계에 대해서는 법이라는 원칙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문재인은 김정은 에이전트에 불과”

현 시국을 어떻게 보는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진 않았지만, 정말 좋은 나라를 만들기 바랐다. 주변에서 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말할 때 난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포용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모태 보수’는 아니지만 보수주의자는 맞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참담한 짓을 하지 않았나. 부끄러움에 대해 우리 보수는 정권을 반납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기대를 거뒀나.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에 가서 비정규직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걸 보고 쇼크를 받았다. 이는 시장경제 체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에는 지지층에 대한 개업(開業) 선물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 더 심해지더라. ‘복수혈전’치고 너무 심하다. 솔직히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의 실정으로 정권을 거저 주운 거 아닌가. 그런데다 너무 반(反)기업, 반시장적이다. 또, 무능하다.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치를 떤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봤다. 개인 문재인의 역량도 생각했던 것보다 작더라.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천재성 같은 거라도 있었다. 최근 남북관계에 지나치게 환상을 갖는 걸 보면서, 난 더 이상 이 정권에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에이전트다. 자기의 좌표가 없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똑같다.”

역대 정부마다 반복되는 위기가 시스템 문제일까, 리더십 문제일까.

“궁극적으로는 리더십이 문제다. 지적이고 미래 비전이 있으며 정치적 자기 신념이 확고해야 하는데 그게 역대 대통령들에겐 부족했다.”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인텔리전트(지적 능력)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뭘 알아야 하지 않나. 아는 만큼 나라를 이끌어가는 법이다. 독서의 수준을 보면 너무 편향돼 있다. 지금 읽어야 할 책들은 그런 게 아니다. 시스템은 지도자가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 국민의 80%가 대학을 나왔는데 뭘 못 하겠는가.”

인텔리전트? 의외다.

“아는데 어떻게 무능할 수 있는가. 어떻게 알면서 탈원전을 할 수 있는가. 지도자는 선구안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갖고 있는 지식, 캐파시트(능력)가 중요한데, 그 기본은 인텔리전트다.”

역대 정부마다 부족한 인재풀이 반복되는데.

“대한민국 국회의 책임이다. 먹고사는 국민들이 오세훈이 어떤지, 황교안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겠는가. 국회에서 겪은 사람들은 다 안다. 어느 나라든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충분히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친박(親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용해 자기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다. 요사이 ‘문어벙’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왜 이런 말이 나왔겠는가. 친문, 친노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 굉장히 단순하고 착하고 심플하다. 우리가 저 사람 앞세우자. 더군다나 노무현의 유산을 갖고 있고 비서실장이지 않았나’라고 생각한 거다. 노무현 없이 문재인이 있는가. 둘은 쌍둥이다.”

 

2005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식에서 전여옥 새누리당 대변인이 박근혜 대표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있다. ⓒ 연합뉴스


 

“文은 朴의 실패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우리 정치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가.

“누구나 될 사람이 안 되서 이런 거 아니겠는가. 솔직히 진보진영에도 문재인 대통령보다 괜찮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도 친박과 같은 친노, 친문이 있어서 그런 거다. 노무현은 권력을 쟁취한 것이다. 반면 문재인은 그런 게 아니다. 박근혜 역시 아버지인 박정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박정희 없는 박근혜가 없듯 노무현 없는 문재인은 없다.”

문재인 정부, 앞으로 어떻게 보나.

“남북관계는 잘되기 힘들다. 상대가 김정은이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 정부는 남북관계에 올인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면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워질 거다. 또다시 헌정(憲政)이 중단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임기는 채워야겠지만, 지금 시장에 대한 정책을 볼 때는 자생적인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지칭)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적폐청산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보수들은 기가 약해서 이 정권처럼 못 했다. 이 정권은 완장 차고 홍위병처럼 행동한다. 보수들은 끼워주기라도 했다. 지금 좌파정부는 그런 게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積弊)청산을 한답시고 적(敵)폐를 청산하고 있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이렇게 당했던 보수가 좌파들처럼 하겠다는 게 걱정이다. 보수가 어진 마음을 갖고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은 뭐라고 생각하나.


“경제를 내팽개친 거다. 반시장적이다. 지도자들은 직관력이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안목이 없는 거 같다. 남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시즌2’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박근혜 시즌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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