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인적쇄신’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거 없다더니…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1 08:45
  • 호수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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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현역의원 21명 교체 대상에 올려…“인적쇄신 효과 미미” 지적

자유한국당 인적쇄신을 놓고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 혁신의 단초가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인적쇄신 효과가 미미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한국당은 최근 김무성·최경환 등 현역의원 21명을 당협위원장 교체 및 공모 배제 대상에 올렸다. 친박(친박근혜)계 12명, 비박계 9명이 포함되면서 당내 권력구도에 변화가 예고됐다.

하지만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적쇄신 폭이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보수의 텃밭’인 영남 지역 쇄신 폭도 크지 않은 데다 2019년 2월 당 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월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당 대표 선출되면 무위로 돌아갈 수도

한국당이 12월15일 의결한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 임명안’을 보면 친박계에선 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재원·곽상도·윤상직·정종섭 의원 등이, 비박계에선 김무성·홍문표·김용태·권성동·이은재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기소 및 유죄 판결 전력, 국정농단과 20대 총선 패배 책임을 이유로 당협위원장에서 퇴출됐다. 교체 심사를 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쇄신’과 ‘안정’ 사이에서 어정쩡한 타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친박계는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조직적 반발을 하지 않고 있다. 구심점이 없어 탈당 카드를 빼들지 못하고 2019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을 도모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더 이상 과거 친박·비박 얘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친박은 폐족이 된 지 오래고 실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혁신의 신호탄이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애초 조강특위는 교체 대상자를 40명 가까이 뽑았다가 모두 교체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해 다음 지도부 몫을 남겨두고 일부를 추려낸 것으로 전해진다. 초·재선 의원 중에서도 교체 대상이 있었지만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조강특위는 또 ‘영남 다선’ 대폭 교체를 목표로 했지만, 인적쇄신에 포함된 영남권 4선 이상 의원은 김무성·김정훈·이군현·최경환 의원 4명이다. 특히 대구·경북(TK) 다선 의원은 최 의원뿐이어서 TK 정서를 감안해 손을 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패배 책임을 기준으로 제시해 놓고도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제외시켰다.

2019년 전대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적쇄신의 실효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차기 당 대표가 다음 총선을 앞두고 당협위원장 재편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친박계 의원 등 물갈이 대상인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친박계는 당권 탈환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친박계의 지지를 얻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복당파 김학용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이기면서 당내 복당파의 구심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가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교체했던 선거구 중 상당수가 이번에 새 공모 지역으로 선정된 점도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금 의원들이 특별히 반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어차피 당 대표가 선출되면 거기에 따라 또 조직강화특위를 만들고 당무감사를 다시 하고 공천을 하기 때문이다. 그때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좀 두고 보자’ 이런 생각들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이 12월15일 비대위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친박계 ‘신당 창당’ 검토

나 원내대표도 이와 관련해 “(교체 대상에 오른) 이분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면 구제하는 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친박계는 차기 당권 장악이 어려울 경우 ‘신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 의원 3~4명이 이미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당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으며, 내년(2019년)에 형 집행 정지 등으로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날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속 중인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은 자신을 면회 온 한국당 의원들에게 “친박 신당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친박과 비박이 하나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김무성 의원이 계파 통합 차원에서 친박계와의 화해를 모색했던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이 12월18일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을 선언했다.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경우 한국당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선의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학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으로 돌아가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복당을 계기로 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의 연쇄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한국당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발표하면서 바른미래당에 속한 유승민(대구 동구 을)·이학재(인천 서구 갑)·오신환(서울 관악구 을) 의원 지역구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비웠다. 일각에선 이들이 복당 의사를 밝히면 우선권을 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진곤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은 “당에서 (바른미래당 의원을) 영입 형식으로 모셔온다면 좀 더 유리한 조건이 부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인적쇄신이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병국·이혜훈·유의동·지상욱·정운천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지역구와 겹치는 한국당 당협위원장이 교체 대상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안 된 것도 걸림돌이다. 조강특위가 ‘분당 책임’을 인적쇄신 기준에 포함시킨 데다 복당파 당협위원장 9명이 교체돼 복당 명분이 약화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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