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악당 대통령” vs “최고의 공약 이행자”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8 22:02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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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리아 철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의지 반영

“호들갑을 떠는 것은(bombastic) 미디어일 뿐이다. 트럼프처럼 자신의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는 대통령이 또 있었느냐?” 친(親)공화당 성향인 워싱턴의 한 정치 분석가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격 철군을 단행해 파문이 이는 것에 관해 한 말이다.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이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이든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다 공약한 사항인데 반(反)트럼프 성향의 주류 언론들이 오직 트럼프 공격에만 앞장서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은 일시적인 감정도 아니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한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의 이러한 언급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내놓은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12월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가짜뉴스(Fake News)들은 우리 젊은이들을 결코 끝나지 않는 전쟁에서 데려오는 것은 ‘실수’라고 말한다. 그러한 전쟁은 19년 전에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0일에도 트위터에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 되기를 원할까. 우리가 하는 일에 고마운 줄도 모르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과 수조 달러를 써가면서? (그래도) 그곳에 영원히 머물기를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세계의 경찰’로 대표되는 국제문제에 대한 간섭과 개입을 이제는 그만두고 ‘미국 우선주의’에만 치중하겠다는 철학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요구하며 연방정부 ‘셧다운(폐쇄)’을 무릅쓰고 있는 것도 그의 철두철미한 계산법에서 나온 발상일 가능성이 커진다. 

 

시리아 북부의 시골 길에서 2018년 4월28일 미군 장갑차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 AP연합

 

트럼프式 ‘마이 웨이’ 계산법

취임 초부터 미국 노동자 보호를 내세우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면서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반란’은 끝없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잘사는 동맹들이 비용을 전부 부담하라며 주둔 미군의 전격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인 25일에도 해외에 파병된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못을 박았다. 최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동맹을 중시하라”며 사표를 내던지고 물러날 만큼 미 정치권은 혼돈에 빠졌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을 비롯한 우방들도 내심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절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쩌면 그는 이러한 불안감과 혼돈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월25일, “누구도 이러한 말을 동맹국에 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나와 이전 대통령을 차별화시키는 대목”이라고 자신의 속내를 분명히 밝혔다. 쉽게 말해 미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간단한 논리로 유권자 표심을 결집하겠다는 계산법인 셈이다.

‘최고의 악당 대통령’ ‘통제 불능의 질서 파괴자’라는 미 주류 언론들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마이 웨이’만을 고집한다. 하지만 앞서, 이 같은 비난을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미디어들의 호들갑이라고 강조한 전문가는 “그러한 집착(adherence)이야말로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어차피 대선후보 시절부터 워싱턴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establishment)과의 싸움을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철학을 고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주류 세력의 엘리트와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것은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은 철저하게 공약을 이행하는 대통령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10월2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고 있다. ⓒ UPI 연합

 

‘한다면 하는 트럼프’ 과연 성공할까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하나로 치부하는 워싱턴포스트(WP)도 2018년 10월 칼럼을 통해 “그가 자신의 정책 성과에 관해 과장과 허풍을 일삼고 있지만, 선거공약 이행에서는 근래 대통령 가운데 단연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한다면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근대 미국 역사에서 어쩌면 가장 정직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면서, “그의 호언대로 최고의 공약 이행자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떠나서 집권 후반기를 맞이하는 새해부터 워싱턴 정가(政街)가 일대 대혼돈 시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에는 거의 의견이 일치한다. 특히, 의회 하원 다수당 자리를 내준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더욱 강경한 자세를 고집해 워싱턴 정가는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섹스 스캔들’과 ‘러시아 스캔들’에서 국제문제에 이르기까지 ‘마이 웨이’를 고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찬반 대립이 더욱 불을 뿜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법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은 물론 비서실장에 이어 국방부 장관까지 단칼에 쳐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이 과연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내주면서, ‘절반의 실패’를 맛보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더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물론 우방국과의 불협화음도 노출하면서 그가 가장 내세우고 있는 경제 성과도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돌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주변 상황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부 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만둔 참모들이 하나같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조언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다. 모든 이슈를 강대강(强對强)의 불구덩이로 몰아넣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공화당 지도부도 내심 좌불안석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미국의 우방으로 불리는 나라들의 불안감도 마찬가지다. 최근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격 철수 명령으로 가장 당황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가장 믿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이제 더는 ‘중동의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며 발을 빼자,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데려오고 싶다”고 이미 말을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에 한국은 물론 일본도 귀추를 살피며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2020년 재선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법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공화당도 마땅한 후보나 대안이 없는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최종적으로 그의 ‘마이 웨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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