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앱 하나, 열 플랫폼 안 부럽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03 08:16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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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스타트업 저격 시장 된 앱 아이디어
미러링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

미국의 역사가이자 작가였던 헨리 애덤스(Henry Adams). 그는 유난히 친구에 대한 글을 많이 남겼다. 그중 하나를 여기 옮겨본다. “인생에서 친구는 하나면 족하다. 둘은 많으며,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One friend in a lifetime is much, two are many, three are hardly possible).” 대학 시절 도강으로 들었을 때는 동의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갈수록 가슴을 깊이 파고드는 시(詩)다.

얼마 전, 작곡을 하는 한 청년이 ‘수익모델 개발’차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한 적이 있다. 문득 이 시가 생각나 “스스로 위로가 되는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조언해 준 아이디어가 바로 ‘자작곡 애플리케이션(App)’이다. 한두 명의 친구를 두기도 어려운데, 고독한 인생을 진심으로 위로해 줄 내 주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위로가 실제로 진심으로 와 닿을까. 결국 ‘나를 위한 위로는 내 스스로’라는 생각에까지 미친 것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유저 스스로 작사·작곡 가능한 앱 인기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미 있었다.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일상 속의 흥얼거림을 음악으로 바꿔주는, 즉 허밍(humming)으로 작곡할 수 있는 험온(HumOn)이 이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활용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지 못해도 원하는 스타일의 음악 장르를 선택하면 멜로디에 어울리는 멋진 반주를 자동으로 완성해 주는 게 특징이다.

유저 스스로 작곡할 수 있는 앱은 이외에도 몇 개 더 있다. 악보를 쓰고 만들 수 있는 작사·작곡앱 스코어 크리에이터(Score Creator), 음악루프에 ‘콩나물’ 대신 동물 아이콘으로 대체해 재미를 더해 주는 사운드캠프(Soundcamp) 등이 대표적이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AR(증강현실)을 접목해 실시간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앱(Wavy Music)도 최근 등장했다. 이런 앱은 SNS, 특히 음악 콘텐츠가 주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musical.ly나 틱톡(TikTok)의 이용자들에게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각 콘텐츠가 일반화될수록 허전해진 감정, 즉 위로와 심리안정을 위한 청각 콘텐츠는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차별화된 앱이 스타트업들의 저격 시장이 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공해 이용자들에게 널리 애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앱스토어인 애플스토어에서 올해의 앱 트렌드로 동기 부여, 명상, 심리 치료 등 손쉽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을 꼽았다는 점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해 준다.

구글플레이가 ‘2018 올해의 베스트 앱’에 선정한 ‘오늘의집’은 이미 지나간 듯한 개인화 트렌드를 다시 소환했다. 다양하게 설계된 인테리어 템플릿을 제시하고 관련 제품을 역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150만 다운로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가 2018년 만난 홍콩과학기술대 학생도 온·오프 연계 앱을 개발해 홈퍼니싱 시장에 도전장을 낸 케이스다. 다양한 인테리어 템플릿을 맞춰보고, 그에 어울리는 가구를 오프라인과 연계해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한술 더 뜬 하우스크래프트(Housecraft)는 AR 기술을 활용해 방의 배치도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미리 설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90년대 말에 일시적으로 유행했던 DIY(Do-it-yourself) 시장이 예고된 세계적 불황에 대비해 뉴트로(New-tro) 트렌드, 즉 옛것을 재창조한 형태로 복귀한 모양새다. 

아이패드가 선정한 올해의 앱은 프로기피디아(Froggipedia)다. 이 앱 역시 AR을 활용해 개구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 앱이다. 실제 개구리를 해부할 필요 없이 가상의 실험을 통해 해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 앱의 확장성은 상당히 크다. 동물보호 운동이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VR(가상현실)이나 AR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동물 체험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서 불멸의 키워드다. 이 가운데 특히 음식은 갈수록 다양한 콘셉트로 고도화되고 있다. 음식사진을 찍으면 레시피와 요리 방법 등을 알려주는 픽스푸드(Fixfood)를 비롯해,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단과 진행 결과를 알려주는 앱도 있고, 푸드캐시(Foodcache)처럼 식재료 낭비를 알려주는 알람기능을 가진 앱도 있다. 식재료 입력이 귀찮겠지만 절약과 규칙적인 식습관에는 도움이 될 듯하다. 

여행의 재미를 더해 주는 앱도 인기다. 해외여행자를 위한 시차조정 정보를 제공하는 타임시프터(Timeshifter), 가고 싶은 여행지를 미리 등록해 두면 친구들이 주변 맛집이나 그 지역 이색 여행지를 추천해 주는 스테어포스(Stairforce) 등이 대표적이다. 스테어포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여행을 통한 건강관리다. 걷는 거리를 모두 합산해 우주로 올라가는 단계별 그림으로 표현해 준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내가 걸었던 거리가 지구를 어느 정도 정복했는지’를 환산해 보여준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삼성이 음악앱 접은 이유 주목

이렇듯 다양한 앱들이 우리의 건강과 감정의 공백을 파고들고 있지만 최근 출시된 가장 획기적인 앱은 GPS 기반의 레이스러너(Racerunner)가 아닌가 싶다. 세계 친구들과 동시에 달리는 앱이다. 예컨대 세계 각지의 친구들과 동시에 출발해서 마침(finish)과 동시에 뛴 거리와 순위를 보여주는 앱이다. 운동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가 ‘혼자는 재미가 없어서’인데, 이 앱을 활용하면 재미도 있고, 기록도 남길 수 있으며 여러 나라 친구도 사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출시한 자작곡 음악앱 사운드캠프(soundcamp)가 12월28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앱은 제조나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프로바이더(CP) 영역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현존하는 아이디어에 미러링(Mirroring)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얹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도전할 기회가 열려 있다. 기술은 그 무엇이든 구현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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