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늘 내일의 준비 없이 ‘오늘만 산다’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09 17:00
  • 호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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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2루 충돌 방지법 도입, 공인구 반발계수 낮추기로
상당히 민감한 규정·규칙 변경, 준비 없이 바로바로 도입

연말과 연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두 가지 중요한 규정·규칙을 변경했다. 하나는 공인구 반발력을 허용범위 안에서 낮추기로 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2루 충돌 방지법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2루 충돌 방지법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강정호 룰’. 2015년 9월1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는 병살 수비 도중 상대 시카고 컵스의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 태클로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무릎 인대가 파열된 강정호는 필드에 복귀하는 데 1년의 긴 재활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6년부터 1루 주자가 병살 방지를 위해 거친 슬라이딩을 할 수 없게끔 규칙을 개정했다.

2018년 11월12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루 충돌 방지법, 판정 신뢰성 확보해야

KBO가 올해부터 실시할 2루 충돌 방지법도 메이저리그와 엇비슷하다. 주자가 병살을 방해하기 위해 야수에 접촉하거나 접촉을 시도하려고 슬라이딩을 할 경우 주자는 물론이고 타자 주자까지 모두 아웃이 선언된다. 선수의 부상 방지라는 측면에서 도입이 늦은 감도 있다. 그런데 2루 충돌 방지법은 비디오 판정의 대상이 된다. 결국, 비디오 판독센터가 얼마만큼 정확한 장면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느냐가 중요하다. 비디오 판정이 도입된 후, 비디오 판독센터의 판단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그렇기에 과거 홈 충돌 방지법이 도입됐을 때처럼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2루 충돌 방지법과 관련이 있는 네이버후드 플레이는 비디오 판정의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는 야수가 2루에서 주자를 포스 아웃시킬 때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않거나 공을 잡기 전에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도 아웃으로 용인됐다. 그런데 2루 충돌 방지법이 도입된다면 네이버후드 플레이도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와 달리 1루 주자가 거친 슬라이딩을 하지 못하는 만큼, 2루를 커버하는 야수는 제대로 베이스를 밟고 포구 후 송구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 또 심판(혹은 비디오 판독센터)의 재량권이 커진 만큼 판정의 신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KBO와 심판진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등을 통해 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을 최소화할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정·규칙의 변경을 곧바로 리그에 적용해야만 할까.

공인구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공인구의 반발계수(타격 후 공이 튕겨 나가는 정도)는 0.4134~0.4374였다. KBO는 올해부터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와 같은 수준(0.4034~0.4234)으로 낮추기로 했다. 공의 반발력이 크면 타구 속도가 빨라지고 멀리 날아간다. 그만큼 안타나 홈런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이전부터 KBO리그를 지배하는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반발력을 줄인다고 해서 타고투저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타고투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공인구의 반발력이 강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타고투저의 근본적인 원인은 투수보다 타자의 타격 능력 향상이 빠른 데 있다. 그렇기에 근본적인 타고투저의 해결책은 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슨 말일까. 투수가 투구 연습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 기본적으로 공을 받아주는 포수가 있어야 하고 투·포수 간의 거리(18.44m)도 확보돼야 한다. 그런 만큼 투수는 특정 장소(필드나 불펜)에서 투구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실외에서는 날씨의 영향도 받는다. 게다가 투수의 어깨나 팔꿈치는 분필에 곧잘 비유된다. 쓰면 쓸수록 닳는다. 결국 투수의 투구 연습은 장소와 날씨는 물론이고, 하루 투구 수 등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타자는 그 제약이 크지 않다. 피칭머신만 있으면 실내나 실외에서 마음껏 타격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투수의 투구와 달리 타자의 타격은 하루 몇 개라는 제한도 없다(물론 자기 체력을 넘어서는 타격은 부상은 물론이고 몸 상태 저하로 이어지지만). 많은 연습을 할 수 있는 만큼 기량 증가도 빠를 수밖에 없고, 이것이 타고투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타고투저, 공인구 반발력 줄인다고 해소될까

지난해 KBO는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면서 타고투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는가. 지난해 타자들은 역대 최다인 175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래서 투수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한, 타고투저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든 효과를 투수 대다수가 누리기보다 구위와 제구를 갖춘 A급 이상의 투수가 물 만난 물고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제구가 불안한 투수는 항상 볼을 잇달아 던져 볼카운트가 몰려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던지다가 안타나 홈런을 허용한다. 그런 투수에게는 반발력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

KBO리그의 장점은 예측 불허의 승부에 있다. 경기 종반이라도 4~5점은 한 번의 기회에 뒤엎는 역전의 묘미. 그런 점에서 타고투저가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타고투저는 KBO리그만의 매력일 수도 있다. 물론 공인구를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기준으로 바꾸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다. 다만 공인구 반발력을 줄였을 때 투타의 균형은 어떻게 될까. 또 KBO에서 생각하는 투타의 균형은 몇 대 몇일까. 투타가 5대5면 좋은 것일까. 프로스포츠는 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팬을 즐겁게 하는 투타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 항상 그렇지만 KBO의 결정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부터 적용되는 공인구의 새로운 반발계수는 다가오는 시범경기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규정·규칙의 변경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단순히 경기 승패만이 아니라 리그의 특징이나 흐름도 바뀔 수 있다. 그런 만큼 리그에 도입하기까지는 준비가 필요하다. 공인구나 2루 충돌 방지법을 퓨처스리그 등을 통해 미리 실시해 봤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한두 해 퓨처스리그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만큼, KBO리그에서 겪을 시행착오도 줄어든다. 그런데 KBO는 항상 오늘만 산다. 내일을 위한 준비는 먼 나라 이야기다. 이것이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리그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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