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의 일감몰아주기…아우님 한 입, 아드님 두 입 떠먹여줬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0 14:00
  • 호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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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 실태] 강영중 회장 형제기업까지도 일감 지원
논란 일자 지분 승계 작업은 ‘일단 중지’

학습지 ‘눈높이’로 잘 알려진 대교그룹은 국내외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이다. 4조원대 학습지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산 규모만 2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시작은 미약했다. 그룹의 모태는 1975년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문을 연 ‘종암교실’이다. 4평 남짓한 방에 꾸려진 수학 과외방이었다. 이듬해인 1976년 일본 구몬과 제휴해 ‘한국공문수학연구회’로 정식 출범했다. 기존 과외방에서 학습지 방문판매로 업종을 전환한 건 1980년이다. 정부의 과외금지 조치에 따라 한국공문수학연구회의 수학교실이 금지된 것이 계기였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 학습지 방문판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사교육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 대교는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가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대교그룹은 오너 일가 2세의 개인회사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형제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대교그룹은 오너 일가 2세의 개인회사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형제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SI 업체와 2세 개인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창업주인 강 회장은 71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활발한 경영활동을 펴고 있다. 강 회장은 현재 지주사인 대교홀딩스의 최대주주(82%)이기도 하다. ‘대교홀딩스→대교 등 계열사→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셈이다. 강 회장의 두 아들도 현재 경영일선에 나서 있다. 장남 강호준 해외사업 총괄본부장은 2004년 설립된 출판 및 교육콘텐츠 업체 크리스탈원(옛 대교글로벌쏘시에이츠)에서 2009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내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크리스탈원은 대교가(家) 2세가 지분 98.04%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후 강 총괄본부장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2011년부터 대교 미국법인의 본부장을 맡았다. 여기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대교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차남인 강호철 대교CNS 대표는 강 총괄본부장에 이어 크리스탈원 대표를 지내오다 현재는 대교CNS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대교그룹의 2세 승계 이슈는 2009년 부상했다. 호준·호철 형제가 처음으로 대교 지분을 매입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승계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사내에 경영 성과를 내야만 회사를 물려줄 것이라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강 회장은 ‘팔이 안으로 굽는’ 행보를 보였다. 아들 형제들의 지분 승계 작업에 본격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동원됐다. 내부거래가 높은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지분을 형제가 확보하도록 하거나 형제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그동안 재벌가의 지분 승계에 전통적으로 애용돼 온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승계의 핵심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졌다. 먼저 SI 업체인 대교CNS가 있다. 당초 대교홀딩스의 100% 자회사이던 대교CNS의 주주 구성은 2011년 크리스탈원의 e-biz 사업부를 67억원에 인수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사업부 이전의 대가로 대교CNS가 보통주 98만9888주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탈원의 최대주주이던 호준·호철 형제는 대교CNS 지분 매입에 참여해 16.6%씩 모두 33.2%를 확보했다. 대교CNS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도 참여했다. 오너 2세를 주주와 경영진으로 맞은 대교CNS는 화답이라도 하듯 전례에 없던 배당(5억3800만원)을 실시했다. 또 형제의 주주 참여 전년인 2010년 121억원(내부거래 비중 60.37%)이던 내부거래 규모는 2011년 196억원(63.26%), 2012년 157억원(65.83%)으로 증가했다.
 

2017년 10월28일 파주 출판문화산업단지에서 열린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아이레벨 트라움벨트’ 개관식에서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오른쪽)이 트라움 홀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 10월28일 파주 출판문화산업단지에서 열린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아이레벨 트라움벨트’ 개관식에서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오른쪽)이 트라움 홀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배당 지렛대 삼아 대교홀딩스 지배력 확보

다른 한 축은 크리스탈원이다. 이 회사는 기존 출판 및 교육콘텐츠 사업에서 저작권 중개와 학습지 도소매, 부동산 임대, 여행 알선, 보험대리점업 등으로 계속 영역을 확대했다. 매출 대부분은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의존했다. 2017년까지 매년 16억~20억원의 매출 중 80%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웠다. 이렇게 올린 매출은 대교홀딩스(1.8%)와 대교(9.53%), 대교인베스트먼트(14.29%), 대교아메리카(24.25%), 강원심층수(7.14%) 등 계열사 지분 매입에 투입됐다. 또 매년 2억~3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 호준·호철 형제는 이를 바탕으로 대교와 대교홀딩스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교그룹 2세가 대교CNS와 크리스탈원을 지렛대 삼아 향후 대교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 나가리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2세 형제에 대한 지분 승계 작업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우선 대교CNS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2014년 대교홀딩스의 지분율을 80.27%까지 늘렸다. 다시 말해 호준·호철 형제의 지분율이 20% 밑으로 낮아졌다는 얘기다. 이는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법’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비상장사의 경우 오너 일가 지분이 20% 이상일 때 규제 심의 대상에 오른다. 지분율 조정을 통해 규제 범위에서 벗어난 대교CNS는 이후 계속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실제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4년 59.63%(총매출 258억원-내부거래액 154억원)에서 2015년 63.03%(230억원-145억원), 2016년 81.22%(177억원-145억원), 2017년 82.94%(187억원-155억원)로 오름세를 보였다.

크리스탈원도 2016년부터 정리 수순을 밟아오고 있다. 대교CNS에 이어 승계의 핵심사로 지목받으면서다. 그해 주력 사업부문을 모두 그룹 계열사에 양도했고, 지난해에는 100% 자회사이던 크리스탈와인컬렉션과 크리스탈앤컴퍼니를 대교D&S에 넘겼다. 사실상 개점폐업 상태로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만 남아 있는 셈이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 면에서는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크리스탈원은 사업을 모두 정리해 대교그룹 계열사와의 거래가 전무한 상태”라며 “현재 2세 지분 승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대교그룹은 오너 일가의 형제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강영중 회장의 동생 강경중 회장이 운영하는 타라그룹이 그곳이다. 양사의 거래는 타라의 전신인 ‘바른인쇄’가 설립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경중 회장은 당초 강영중 회장과 함께 대교를 이끌어오다 1988년 독립해 인쇄사업에 뛰어들었다. 타라그룹은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6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12년에는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쇄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타라그룹은 지금까지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년 내 글로벌 인쇄기업 ‘킨코’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배경엔 대교그룹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타라그룹이 그동안 대교에 각종 인쇄물을 납품하는 업무를 도맡으며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강경중 회장이 지분 68.1%를 보유한 타라티피에스를 통해서다. 실제 대교그룹은 그동안 타라티피에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왔다. 타라티피에스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42.73%(677억원-289억원), 2014년 37.57%(685억원-257억원), 2015년 36.79%(670억원-246억원), 2016년 35.32%(697억원-246억원), 2017년 33.08%(766억원-253억원) 등이었다. 
 

ⓒ 뉴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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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중 회장 형제회사 ‘타라’와도 계속된 거래

또 타라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타라유통 역시 타라티피에스는 물론 교보로부터도 일감을 넘겨받고 있다. 타라유통은 강경중 회장과 그의 여동생 강인경씨가 지분을 각각 83%와 6.4% 보유한 업체다. 타라유통은 2017년 전체 매출 1144억원 가운데 타라티피에스와 대교로부터 각각 125억원과 62억원의 일감을 받았다. 전체 매출의 16.30% 규모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타라그룹은 현재 계열분리가 돼 있는 상황이고, 타라티피에스는 정상적인 경쟁입찰 과정을 거쳐 사업을 수주한 것이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주사인 대교홀딩스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배당 등 지주사 수익을 제외한 매출의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실제 지주사 수익을 제외한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63.85%(19억원-12억원)에서 2014년 76.12%(36억원-27억원), 2015년 75.42%(37억원-28억원), 2016년 82.84%(43억원-36억원), 2017년 81.64%(43억원-35억원) 등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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