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기 신도시, ‘메갈로폴리스’ 시대 온다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08 14:00
  • 호수 15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본적인 수도권 정책 변화의 시작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될 듯

많은 역사적 사건들은 당시에는 가치나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보면서 의미가 부여되고, 가치를 인정받곤 한다. 1962년 10월 서울시 행정구역 조정이 강남 개발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1975년 2월 20분 만에 결정된 서울지하철 2호선 계획이 서울의 공간구조를 바꿔놓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도 거의 없었다. 

정부가 2018년 12월19일 발표한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은 일상적인 주택공급 계획으로 생각하지만 그 속에는 향후 오랫동안 큰 변화를 가져올 요소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8년 12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와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8년 12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와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3기 신도시는 정말 작을까 

발표된 주택공급 계획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남양주, 하남, 인천 계양, 과천에 15만5000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큰 남양주 왕숙의 경우 1134만㎡로 분당(1960만㎡)의 57% 수준이었으며, 인천 계양(355만㎡), 과천(155만㎡)의 경우 신도시라기보다는 택지개발지구 규모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신규 공급을 통한 주택가격 안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정부는 지난해 9월21일 발표된 3만5000호, 이번에 15만5000호 공급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총 19만 호 공급계획을 구체화했고, 나머지 11만 호의 경우 2019년 상반기 추가로 발표할 예정임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공급되는 총 30만 가구의 신규 공급은 1기 신도시 공급물량과 같은 수준이다. 1기 신도시 사업으로 인해 거의 10년 동안 주택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생각해 보면 30만 가구의 신규 공급은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정부의 주택공급계획 및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은 단순한 주택공급 계획 차원을 넘어서는 수도권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신도시 및 주택공급 계획과 차별화되며, 근본적인 수도권 정책 변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밀억제’라는 명분의 충족을 위해 기존 시가지와 연접한 지역의 개발을 극도로 억제해 왔다. 1기, 2기 신도시의 경우 이를 위해 서울과 일정 거리를 두고 건설됐으며, 이로 인해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 혼잡과 환경비용이 발생했다. 수도권 교통망의 경우 수요가 폭증함에도 불구하고 균형발전 논리에 입각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 지연되기 일쑤였다. 한편 서울의 경우 2000년대 뉴타운 광풍으로 인한 부작용의 후유증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아파트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계획은 오랫동안 금기시돼 오던 서울 연접지역에 대한 개발과 수도권 광역교통망에 대한 투자확대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수도권 정책의 일대 전환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4가지 개발 방향에 첫 번째로 제시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라는 표현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1기, 2기 신도시 등 주요 주거지역 모두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은 현재보다 훨씬 긴밀한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며, 이는 기존의 ‘메트로폴리스’를 뛰어넘는 ‘메갈로폴리스’(띠 모양으로 연결되는 초거대 도시)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서울 도심개발 활성화와 철도 중심으로 전환

30분 내 출퇴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거리와 더불어 교통망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더불어 기존에 논의되던 거의 모든 교통대책을 총괄하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평균 출퇴근 시간은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8분의 2배를 넘어선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다면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철도는 대량수송 능력과 더불어 정시성이라는 측면에서 도로교통보다 월등히 우수하지만 높은 건설비용과 운영비용으로 인해 제대로 확충되지 못했다. 2002년 계획이 확정됐으나 17년째 착공조차 하지 못하는 신안산선, 1998년 공사가 시작됐으나 아직까지 완공되지 못한 수인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베를린자유대학교 크놀 교수 등이 세계 12개 주요 국가의 부동산 가격변화를 분석한 결과 철도 건설의 중단과 폐선이 발생하면서 실질 주택가격이 상승했음을 밝혀냈듯, 철도망 건설의 지연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 지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됨은 분명한 사실이다.

GTX A~C노선과 신안산선으로 대표되는 신설 노선 이외에 3호선을 비롯한 기존 서울 지하철의 연장은 수도권 내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주택공급을 간접적으로 대폭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서울 외곽에 대한 신규 공급과 교통망 확충이 서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간접적 수단이라면 직접적 수단은 서울 내 공급확대다. 서울시는 1만9000호 공급계획 이외에 추가로 5만5000호를 공급할 것임을 밝혔다. 2011~16년 연간 5만 가구 내외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됐음을 감안할 때 서울시의 공급계획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서울시 발표의 핵심은 단순한 물량공급이 아닌 서울도심에 대한 고밀도 개발을 통해 직주근접을 희망하는 수요층의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점에 있다. 서울 도심에서 이루어지는 재개발사업은 그동안 오피스 등 상업용 건축물 위주로 진행됐으며, 아파트 등 주거 비율은 50%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받아 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세운상가 주변지역을 포함한 종로구, 중구 지역과 영등포·여의도, 용산, 청량리, 마포, 신촌 등 8대 중심지역에서의 재개발 시 주거비율을 90%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주거 위주의 도심재개발 활성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외곽으로의 확산이 아닌 도심으로의 회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근본적인 도시계획 방향의 전환인 셈이다. 

많은 이들은 1970년대 강남 개발, 중화학공업 정책 등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의 발자취를 찾아보면 혼란과 임시변통의 연속이었다. 비틀거리지만 넘어지지는 않고 한 방향으로 나아갔고, 결국 그 정책을 처음 수립한 사람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번 발표 역시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점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이다. 과거 금기시되었던, 어려워서 못할 것으로 간주되던 여러 요소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남은 것은 신속한 집행과 일관된 방향의 유지다. 새로운 변화는 시작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