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靑통④] “‘이건 나라냐’ 실망이 지지율 하락세 핵심”
  • 김종일·이민우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4 08: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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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모두 이겼다. 총선보다 대선을, 대선보다 지방선거를 크게 이겼다. 3연속 전국 선거 승리라는 ‘트리플 크라운’은 민주당 사상 처음이다. 지방권력은 물론 중앙과 여의도의 권력 지도를 바꿨다. 권력 주류 교체라는 말이 나왔고, 민주당은 “20년 집권”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

“이게 나라냐”며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했다. 이 사회의 적폐를 도려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시민의 기대와 응원은 컸다. 광장의 에너지는 쉬이 꺼지지 않고 높은 지지율로 연결됐다.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민심은 무섭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국정운영의 가장 큰 동력으로 작동하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민심이 흔들리니 굳건해 보이던 청와대 내부에서 문제가 자꾸 터져 나온다. 레임덕 조짐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배를 띄우던 민심은 왜 배를 흔들고 있을까.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문재인 정부가 그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시사저널은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 컨설턴트로 평가받는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를 1월8일 만났다. 박 대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 문제를 독창적 시선으로 통찰력 있게 분석해 내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쓴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정치의 몰락》 등 저서는 ‘여의도 필독서’로 꼽힌다.

박 대표의 진단은 명확했다. 문재인 정부는 준비가 충분치 않았음에도, 시민들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았다. 분명한 성과를 위해선 담대한 협치가 필수적이었음에도 지지기반을 계속 좁히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시민들은 민생정책에 ‘성과’라는 결과를 요구하는데, 집권세력은 ‘진정성’과 같은 의도를 말했다. 점점 오만하고 무능한 모습이 겹쳐 보이는 가운데 그에 대한 해명마저 과거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니 속수무책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까지 문재인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민심이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어떻게 보나. 

“지난 세 번의 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분노한 민심의 심판 성격이 강했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지지율 하락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담겨 있다. 집권 초기 누리던 기저 효과는 이제 사라졌다.”

지지율 하락세의 주된 요인은 뭔가. 

“가장 큰 원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다. 누군가 ‘이게 나라냐’에 빗대 ‘이건 나라냐’고 했더라. 이게 핵심이다. 민심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라고 몰아 ‘청산’하고 있는 것들 중에 이 정부가 안 하고 있는 건 대체 뭐냐고 말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과 블랙리스트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논란을 보면 이전 정부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여길 만하다. ‘달라진 게 없다’고 느껴진다는 점, 이게 최근 지지율 하락세의 첫 번째 이유다.”

다른 이유는 뭔가.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이 이전 정부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고 여겨진다는 점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보단 변명하기 급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집값 폭등에 성난 민심에 이 정부는 어떻게 대처했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라고 했다. 이른바 ‘강남 발언’은 역대급 실언으로 역사에 기록될 거다. 이런 대응 방식이 반복되자 실망한 중도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도 비슷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맞다. 청와대 행정관(별정직 5급)이 육군참모총장(장관급)을 카페로 불러냈다는 게 말이 되나. 더 큰 문제는 역시 대응 방식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일하는 행정관이 육참총장을 못 만날 일도 아니다’고 해 더 큰 후폭풍을 자초했다. 이런 대응 방식을 ‘위선적’이라고 민심은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민생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도 있지 않나.

“일자리위원회·일자리수석·일자리전광판을 두면서 일자리정부를 강조했지만 실적은 민망하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거듭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해 지지한 사람들은 사실 많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진정성’을 믿고 기다려 달라고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정부는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지 선한 의도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경질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세 무리뉴 전 감독은 지고 싶어서 졌겠나. 결과가 안 좋으니까 경질당한 것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국가대표는 증명하는 자리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비판한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청와대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문재인 정부에선 청와대만 보인다.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이라 하지만 내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도 마찬가지다. 당 대표나 대권주자, 초·재선 그룹이 청와대를 향해 반대 의견을 얘기하는 ‘레드 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못 하고 있다. 오히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다른 의견이 나오자 당 대표가 가장 먼저 이를 누르는 상황이다. 당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안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는데.

“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탄핵 연대’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 연대’로 끌어안지 않았을까. 탄핵 연대로 지칭되는 국회의원은 무려 234명이었다. 국민의 80%가 지지했다. 그렇다면 탄핵은 우리끼리 한 게 아니니 그 에너지를 모두 모아 헌법도 바꾸고, 선거제도도 바꾸고, 수많은 개혁과제를 1년 안에 다 처리했어야 했다. 그렇게 ‘2017년 체제’ ‘2018년 체제’를 만들었어야 했다. 촛불혁명과 탄핵 주역을 민주진영으로 축소하며 골든타임을 다 허비해 놓고 이제 와서 국민들에게 ‘손을 잡아 달라’ ‘도와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아쉽지만 문 대통령도 결국 ‘비토크라시’의 늪에 빠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20년 집권을 말한다.

“공허한 얘기다. 어떤 동력으로 20년 집권을 말하는지 내용이 없다. 지금 한국 정치는 변하고 있다. 군부독재 시절로 상징되는 하드 파워(물리력) 정치는 물론 3김 시대가 대표하던 카리스마 정치는 몰락했다. 소프트 파워(매력)라는 상징자본, 즉 문화적 매력이 있어야 지지받는 시대가 왔는데, 20년 집권엔 그런 통찰도 이를 채울 콘텐츠도 없다. 이해찬 대표가 그런 매력이 있나. 메신저와 메시지가 불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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