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피의자 소환된 양승태, 구속 가능성은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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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 무게
법조계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 낮아”…범죄혐의 소명이 관건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양 전 대법원장이 개입·지시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하면서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월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바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반면 법조계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4명 가운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단 1명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됐다.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스모킹 건’ 나올까

1월1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은 곧 재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조만간 재소환해 나머지 혐의들을 차례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추가 소환조사를 통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의혹,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의혹,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사건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1차 소환에서) 전체 수사로 볼 때 절반 정도 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조만간 재소환해 나머지 혐의들을 차례로 조사할 방침이다.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 19건을 비롯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총 26개에 달한다. 검찰 관계자는 “(1차 소환에서) 전체 수사로 볼 때 절반 정도 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월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등 소송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양 전 대법원장이 개입·지시한 정황과 소환됐던 판사들의 윗선 지시 관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과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양 전 대법원장 면담 결과 내부문건 등이 주요 물증으로 꼽힌다. 

검찰은 그가 일제 강제징용 재판 사건과 관련, 일본 전범기업 미쯔비시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독대했다고 판단, 이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내부정보를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에 귀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거래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소환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소환조사에 앞서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부당한 인사개입이나 재판개입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4분여의 입장 발표를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차량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고, 검찰 포토라인에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검찰의 초라한 성적표, 양승태 구속으로 만회할까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전반에 대한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 사건 의혹의 정점인 만큼 (수사팀에서) 구속 수사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한 검찰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수사 중반까지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90%가 넘었다. 사법농단 의혹 구속영장 발부율은 25%에 머무는 실정이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물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도 나란히 기각됐다.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발부하게 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증거인멸의 우려도 크지 않고 도주 가능성도 적은 전직 대법원장이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그간 법원이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의 구속영장을 대부분 기각했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도 발부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한 변호사도 “법원의 그간 행태를 볼 때 전직 사법부의 수장을 구속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 경우 법원 자체가 사법 개혁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자백하는 꼴”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구속적부심에선 법리적으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소명되려면 검찰이 제시하고 있는 범죄사실이 대법원장 직권에 속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직권은 당사자의 일반적 직무권한인데, 이를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해당 업무지시 등이 당사자 직권에 속하지 않는지 속하는지 여부가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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