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원 뚫은 ‘포스트 스타트업’ 3곳 해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7 11: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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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스타트업 CEO, 뉴 패러다임으로 레드오션 뚫어
AI·IT·SNS가 기업과 소비자 일상 바꿔

퇴근 후 밤 10시 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주문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배송은 새벽 동안 이뤄졌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 앞을 확인하니 냉동식품을 담은 아이스박스와 치즈를 담은 보냉봉투, 베이커리가 담긴 상자가 놓여 있었다. 휴대폰을 보니 배송이 완료된 시간은 새벽 3시35분. 배송 완료 안내 문자가 도착해 있다. 이 재료들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장을 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직장인,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주부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마트에 가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고, 다음 날 바로 소비할 제품을 고르기 때문에 전체 구매량도 줄일 수 있었다. 산지에서 채취한 채소와 수산물뿐 아니라 해외 유명 식재료, 유명 베이커리 빵도 주문할 수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메쉬코리아·남대광 SNS
ⓒ 뉴스뱅크이미지·메쉬코리아·남대광 SNS

IT 기술 활용해 기존 배달과 차별화

이 서비스는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 컬리(구 더파머스)가 운영하는 마켓컬리의 ‘샛별 배송’이다. 신선식품을 최적의 상태로 배송하기 위해 시작한 샛별 배송은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배달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들이 신선한 채소나 고기, 각종 식료품들을 밤에 주문해 다음 날 아침 밥상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도 시도하지 못한 새벽 배송을 마켓컬리는 성공적으로 해냈다. 마켓컬리에서 다루는 상품 품목은 4000개가 넘고, 일 평균 주문량은 1만2000건이 넘는다. 3년 만에 회원 수는 70만 명을 넘어섰다. 마켓컬리 서비스를 시작한 첫해인 2015년 매출은 29억원이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174억원, 2017년 4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마켓컬리가 새벽 배송의 시장성을 입증하면서 쿠팡, 이마트, GS리테일도 새벽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가 신선한 제품을 확보해 바로 배송할 수 있는 비결은 인공지능(AI)이다. 마켓컬리는 AI의 일환인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몰 일일 주문량을 예측하고, 그 물량만 입고하고 있다. 

이렇게 신기술로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레드오션을 뚫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먼저 달성한 ‘맏형’급 스타트업인 배달의 민족, 야놀자, 소카 등에 이어 ‘포스트 스타트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마켓컬리(더파머스), 블랭크코퍼레이션, 부릉(메쉬코리아) 등이다. 주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O2O 서비스가 1세대 스타트업의 주축을 이뤘다면, 30대의 젊은 CEO들이 창업한 이 포스트 스타트업들은 IT와 AI, SNS를 활용해 기업과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형태로 진보했다.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는 1인 가구에 생필품을 대신 배달하거나 심부름을 해 주는 ‘부탁해’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이후 배송과 배달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부릉’으로 특허를 받았다. 배달 대행 사업으로 시작한 메쉬코리아의 부릉은 수많은 배달 대행 서비스와 유사해 보였다. 그러나 메쉬코리아는 정보통신기술을 앞세워 기존 배달 대행 서비스 회사들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메쉬코리아를 들여다보면 배달 회사라기보다는 IT 회사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 총 직원 중 절반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배달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콜센터를 대신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효율적 물류 시스템의 기반을 정보통신기술에서 찾았다. 그것이 바로 배송 과정에서 쌓인 막대한 데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배송배차 솔루션, 부릉이다. 메쉬코리아는 IT 기술을 접목한 운송관리 시스템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지금까지는 배달 콜센터에 있는 직원이 배달기사에게 배차를 해 주는 형식이었지만, 메쉬코리아는 다르다. 부릉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계산해 자동으로 배차 순서를 도출하고, 주문을 실시간 좌표로 전환해 효율적인 배차 순서를 정해 준다. 자체적인 지리정보 데이터에 티맵과 구글맵을 활용하고,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적의 배송 순서, 최단의 경로를 계산해 낸다.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주문량이 많은 시간대에 부릉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기사 한 명이 시간당 처리하는 주문량은 다른 회사의 2~3배에 이른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월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배달 서비스 부릉은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이륜차 물류를 전국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배송기사들의 쉼터이자 도심형 물류 거점인 부릉스테이션도 배달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전국에 100개 이상 분포된 부릉스테이션은 배달기사들이 휴식을 하고 서비스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메쉬코리아의 부릉은 IT 기술을 접목한 운송관리 시스템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 뉴시스
메쉬코리아의 부릉은 IT 기술을 접목한 운송관리 시스템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 뉴시스

SNS 영상 활용한 소비자 공략 통했다

이제 치킨집, 중국집 등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도 메쉬코리아의 고객이다. 메쉬코리아는 정보통신기술과 플랫폼 기술을 대형 물류회사에 판매하면서 그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공차 운행을 줄이는 솔루션은 이마트에서 실제 적용됐고, 지난해 12월에는 CJ대한통운과 배차 계획을 최적화하기 위한 복화 운송엔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글로비스, CJ푸드빌, 카카오톡 등과도 지속적으로 배달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해 B2B 물량을 대거 확보해 나가고 있다. 메쉬코리아의 최종 목표는 도심물류 플랫폼이다. 지금은 배달 대행에 주력하고 있지만, IT를 기반으로 도심물류 전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콘텐츠와 상거래의 융합을 주도한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블랭크)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스스로를 ‘미디어커머스’이자 ‘콘텐츠커머스’라 칭하는 블랭크는 SNS에 올리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기획 제품들을 광고한다. 블랭크의 콘텐츠는 일반 광고와는 사뭇 다르다. 날계란 위에 놓고 깔고 앉아도 계란이 깨지지 않는 베개, 한강에서 흙탕물을 걸러주는 샤워기, 발의 각질이 시원하게 제거되는 악어발팩, 데이트 직전에 다운 펌을 만들어주는 남성 뷰티 제품을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SNS에 소개한다. 

이 방식이 먹혔다. 2016년 2월 창업한 블랭크는 창업 첫해 42억원, 2017년 500억원의 매출을 내더니 2018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올해 초 IPO(기업공개)에도 나설 계획이다. 블랭크는 제조사들과 협업을 통해 참신한 기획 제품을 생산하고, 그 제품을 영상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침투시킨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결합시킨 것이 성공 전략이었다.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다양한 형태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직접 사용해 보며, 출시 전 체험단을 모집해 고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반영한다. 고객 후기와 수요에 대한 고도화된 CS데이터도 구축해 활용한다.

이제 블랭크는 남성 화장품 브랜드 블랙몬스터로 시작해 바디럽, 닥터원더, 공백0100 등 뷰티와 생활건강, 애견, 패션 등 자체 23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200가지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판매 전략도 한 가지를 고집하지 않았다. 블랭크는 자체 브랜드 23개가 개별 운영하는 자사몰 판매와 올리브영과 쿠팡, 네이버 쇼핑 등 외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발 각질 제거 제품인 닥터원더 브랜드의 ‘악어발팩’은 가족과 함께 팩을 사용한다는 홈페이지 고객 후기를 보고 이마트와 이마트트레이더스 입점을 결정했다. 공백 브랜드의 세탁조크리너는 주부들의 니즈를 공략해 홈쇼핑에 입점시켜 판매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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