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체입법 오제세 의원 사무실에 정치후원금 전달”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1 14: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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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요양기관측 작성한 ‘대체입법 국회통과 추진활동 내역’ 내부자료 입수
오 의원, “불법 후원금 받은적 없다”

더불어민주당 4선 오제세 의원이 민간요양기관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고 대체입법안을 발의한 혐의로 고발됐다. 시사저널은 지난 16일 이 같은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단독보도했다. ‘오제세법’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민간요양기관에 대한 강화된 재무·회계 규칙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공공성보다 민간요양기관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사저널은 민간요양기관 측에서 작성한 ‘대체입법 국회통과 추진활동 내역(이하 추진내역)’이라는 내부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민간요양기관의 로비활동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오제세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민간요양기관은 대체입법안 발의를 위해 정치후원금을 전달하거나 때로는 실력 행사에 나서는 등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했다.

오 의원은 법안 통과를 위해 다른 의원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등 민간요양기관을 위해 움직였다. 이와 같은 모습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한유총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 의원은 한유총으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고발된 7명의 의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오제세 의원 ⓒ 연합뉴스
오제세 의원 ⓒ 연합뉴스

선관위, “조사 불가피”

정영모 정의로운시민행동 대표는 지난 1월15일, 오 의원과 민간요양기관들이 만든 대체입법국회통과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 장아무개 본부장 및 관계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 대표는 “민간요양기관 측에서 오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전달한 정황이 나왔다”면서 “이는 정치자금법 31조(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오 의원은 민간요양기관의 로비성 청탁을 받고 대체입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이 역시 정치자금법 32조(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3호,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를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제세법과 관련한 오 의원과 민간요양기관 간의 인연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말, 민간요양기관들은 재무·회계 규칙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으로 강화한 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민간요양기관들은 현금출납부 및 총계정원장 등 회계장부를 만들어 이를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한 장기 요양급여 중 일부를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직원의 인건비로 편성해야만 한다. 이 법안으로 인해 민간요양기관들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보장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민간요양기관의 시설장들은 사유재산 침해라며 집단 반발했다. 이런 와중에 오 의원이 민간요양기관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민간요양기관 측의 추진내역에 따르면, 오 의원은 2017년 12월7일 민간요양기관 시설장들의 단식 농성 현장을 방문해 대체법안 발의를 약속했다. 오 의원의 약속이 떨어지자 민간요양기관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오 의원에게 정치자금이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내역 자료에는 2018년 2월11일자에 “대체입법발의 추진을 위해 오제세 의원님 지역사무실(충북 청주시 서원구)을 방문해 충북회원기관들의 정치후원금을 전달함”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법인 또는 단체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정치자금법 31조 위반이다.

이와 관련해 추진본부 관계자는 “오 의원이 12월7일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대체입법 발의를 약속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치 후원금은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오 의원 역시 “지역 사무실에서 받았다면 회계처리를 했을 것이다. 불법 후원금을 받은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익집단이 전달한 후원금의 경우에는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부 자료를 통해 정치적 후원금이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조는 오제세법이 민간요양기관만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며 오제세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전국요양서비스노조는 오제세법이 민간요양기관만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며 오제세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요양기관들, 대체법안에 처음부터 관여

민간요양기관들은 오 의원의 대체입법안 작성에 처음부터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19일 대체입법초안 문안에 대해 논의함” “5월9일 대체입법발의안 1차 완성” “5월31일 대체입법발의안 국회법제처 검토 후 완성” 등의 내역이 기록돼 있다. 이렇게 완성된 것이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으로, 일명 ‘오제세법’으로 불린다. 오제세법은 강화된 재무·회계 규칙을 무력화하는 법이다. 민간요양기관이 보건복지부령이 아닌 상법에 따른 일반회계 원칙을 준수하도록 했다. 또한 인건비 비율 의무 조항도 삭제했다.

발의 동의를 이끌어낸 것도 민간요양기관의 힘이었다. 6월1일~7월10일자 추진내역을 보면 “고양, 광주, 순천, 대구, 파주, 청주 등 각 지역 원장님들의 열정적 면담을 통하여 국회의원 10명 이상 발의 동의 이끌어 냄-오제세, 김성수, 변재일, 유은혜, 김광수, 최경환, 윤후덕, 최도자, 주호영, 성일종, 박주선(이상 11명)”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들은 모두 오제세법 공동 발의자에 등재됐는데, 한유총 사태를 책임졌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당시 국회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국정감사에서도 민간요양기관 입장 대변

7월12일 오제세법이 결국 발의됐다. 이와 관련해 김남희 당시 참여연대 사회복지팀장은 “회계기준 강화 법안이 통과될 때도 민간요양기관 관계자들이 법사위 등의 의원들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이에 반대하는 실력 행사를 하는 등 압력을 넣었다. 그런데 이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회계기준을 완화하자는 후퇴법안(오제세법)이 나왔다.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익집단의 로비는 있을 수 있으나 국민 전체를 위한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간요양기관에는 축하할 일이었다. 7월26일자 추진내역을 보면, “발의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방문. 오제세 의원님 국회사무실 12명”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같은 날, 추진본부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오제세법이 발의된 만큼, 이제는 국회 통과를 위한 체제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진본부는 8월21일, ‘○○○ 행정사 합동사무소’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행정사는 행정기관과 관련한 업무를 대리해 주는 일을 한다. 입법 컨설팅도 그중 하나다(30페이지 ‘행정사, 합법적 로비 창구 되나’ 기사 참조). 추진본부가 행정사 사무소에 지불한 금액은 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민간요양기관 측 단체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제세 의원을 통해 요양기관이 재무회계가 아닌 일반회계 관련된 입법안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진행을 전문기관(행정사)에 의뢰했다. 1억1000만원에 용역계약해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장님들께서 어려우시더라도 십시일반 보태주시면 ○○○협회 이름으로 납부하도록 하겠다”며 “현재 쥬○○ 회장님, 실버○○, 헤○○ 원장님께서 각각 300만원씩 보내주셨고 한○○ 원장님께서 백만원을 보내주셨다”면서 모금을 위한 계좌번호를 공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추진본부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모금이 진행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면서 “이는 관할기관에 등록을 하지 않고 모금을 한 것으로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와 오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민간요양기관은 빠지지 않았다. “9월15일 오제세 의원님 청주 미팅에서 국정감사 참고인 선정 및 11월 중순 정책 세미나 추진 동의하심”이라는 추진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법안 통과 위해 동료 의원 압박하기도

국정감사의 경우, 참고인 선정뿐만 아니라 질문 내용까지 민간요양기관에서 만들었다. 추진내역에 따르면, “오제세 의원님의 국회 사무실을 다 같이 방문해 보건복지부 국정조사 시 참석할 우리 원장님들의 참고인 명단 서류를 드렸다”면서 “국정조사 시 대체입법에 대한 오제세 의원님 질문 내용을 전달해 드리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민간요양기관 측이 요청한 참고인 2명은 모두 채택됐다. 오 의원은 2018년 10월11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어떻게 민간요양 사업을 하게 됐고 어려움은 무엇이냐”면서 “재무·회계규칙, 인건비 의무 규정의 부당한 점에 대해 말해 달라”는 질의를 했다. 국정감사에서 민간요양기관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세미나도 민간요양기관의 주장을 홍보할 수 있는 또 다른 채널이 됐다. “면담자리에서 오제세 의원님 보좌관과 국정조사 후 11월 중순으로 대체입법에 대한 정책세미나를 국회 회의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추진내역에 기록돼 있다. 이 기록대로 오 의원이 주최한 ‘민간장기요양기관의 장기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가 지난해 11월14일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렸고, 추진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오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법안 통과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 위치한 민간요양기관들의 원장들이 대거 참석해 실력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9월19일자 추진내역을 보면, “○○○ 의원님을 잠시라도 면담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므로 면담 진행은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오제세 의원님께서 회의 진행 중인 ○○○ 의원님께 휴대전화를 하셔 ‘○○구 많은 원장님들이 이렇게 나를 찾아오셨으니 내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해주어야 되지 않겠냐’라고 저희들에게 힘을 실어주셨다”라고 기록돼 있다.

민간요양기관들은 오 의원의 수고에 상으로 보답했다. 민간요양단체 ‘백만인클럽’은 2018년 11월6일 ‘2018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최우수 국회의원’으로 오 의원을 선정했다. 

오 의원은 민간요양기관을 끝까지 대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12월4일 오제세법 폐기를 의결했다.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의견에서 “사회복지사업의 운영 전반은 물론이고 특히 재무회계에 있어서의 공공성, 공익성,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적극적인 이윤추구를 권장하는 상법상 회계를 요양기관에 적용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불수용을 통보했다. 이 소식을 듣고 오제세법 폐기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던 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과 전지현 사무처장은 단식 농성을 풀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오 의원이 오제세법을 ‘계류(계속 심사)’로 남겨달라고 법안소위에 요청하면서 오제세법은 다시 살아났다.

노조 측은 오 의원이 계속해서 법안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미숙 위원장은 “입법로비에 대해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밝혀지니 충격적이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요양서비스 노동자가 거의 대부분인데, 민간요양기관장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기에 급급하니 씁쓸하다”면서 “이렇기 때문에 재무·회계 규칙을 비롯한 요양서비스의 공공성은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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