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없는 르노에서 ‘왕’ 노릇하는 佛 정부, 日 닛산 압박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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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르 곤 회장 체포되자 ‘르노-닛산 합병안’ 추진에 나선 프랑스
프랑스-일본 정부의 자존심 건 대리전으로 비화될까 주목

일본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르노-닛산 합병설’에 대해 프랑스 정부가 부인하고 나섰다. 그동안 두 회사의 병설을 둘러싼 가능성은 사실 수년 전부터 반복돼왔다. 하지만 늘 회사 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성사되진 않았다. 단,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체포 이후엔 프랑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의견마찰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일본 닛케이신문과 교도통신은 120일 프랑스 정부가 르노-닛산의 합병을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프랑스 정부 대표단이 일본 경제산업성에 이러한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곤 전 회장의 후임을 직접 지명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자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합병 추진설은) 안건에 올라와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8년 전부터 제기돼온 르노-닛산 합병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르노-닛산 결합 방식은 공동 지주사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양사를 종속시킨 다음 지분율에 따라 모두 지배·관리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이를 전하며 프랑스가 합병을 받아들이라고 일본을 압박(press)했다고 썼다. 일본 측의 반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르노-닛산 합병설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2011년 당시 카를로스 곤 회장은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3년 내 지주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지주사를 만들면 서로의 기술을 교류할 수 있고 부품 사용에 있어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주사에서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경영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지주사 엑소르(Exor) 아래에서 뭉쳐 도약을 꾀한 사례도 있다.

닛산은 곧바로 지주사 설립 계획은 없다며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닛산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은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자사보다 실적이 떨어지는 르노와 같이 움직인다는 게 달가울 리 없었다. 국민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닛산은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자동차 산업 부흥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합병에 반대하는 일본의 자존심닛산

곤 회장도 이후 입장을 바꿔 르노-닛산 합병을 보류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지주사 설립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됐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까지 가세해 합병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르노-닛산 경영에 프랑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배경은 그 지분구조에 있다. 르노의 최대주주는 지분 15%를 가진 프랑스 정부다. 또 르노는 닛산 주식의 43%와 함께 그에 준하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닛산도 르노 주식의 15%를 갖고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이처럼 상호 출자로 얽혀 있어 둘 사이는 동맹(얼라이언스)’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엄연히 따져보면 프랑스 정부가 르노를 통해 닛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 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더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곤 회장이 보수축소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된 시점(201811)과 맞물린다. 처음에 프랑스 정부는 곤 회장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그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엔 곤 회장의 후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곤 쳐내려는 정부, 합병안 밀어붙일수도

올해 들어 르메르 프랑스 장관도 곤이 영원히 르노를 지휘할 수 없다면 우리는 새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곤은 닛산에 이어 르노에서도 해임될 위기에 놓였다. 프랑스 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새 경영인을 통해 르노-닛산 합병을 추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르노-닛산 합병을 지지하는 걸로 알려졌다.

지분구조상 닛산과의 이해관계가 없는 일본 정부는 직접 의견표명을 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해 11월 르노-닛산 동맹 유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가 르노-닛산 합병을 계속 주장하면, 양국 정부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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