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에 ‘도요타 바람’ 부는 이유
  • 윤시지 시사저널e. 기자 (sjy0724@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24 11:00
  • 호수 15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젤 게이트 이후 아우디폭스바겐 공백 공략
반격 예고한 기존 독일차와 격전 예고

독일차 일색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도요타가 약진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전년 대비 43.4% 증가한 1만6774대를 팔아 수입차 판매대수 기준으로 3위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전년 대비 1.4%포인트 오른 6.4%로 높아졌다. 간판 모델인 ‘캠리’의 활약이 주효했다. 지난해 캠리는 3869대, 캠리 하이브리드는 5595대 팔리며 전년 대비 각 67.7%, 64.6%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해 제품군에 추가된 프리우스C도 1180대 팔리며 힘을 보탰다. 

도요타의 한 지붕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의 판매량을 더할 경우 총 판매량은 3만114대로 집계됐다. ‘디젤 게이트’로 인해 지난해 초 겨우 판매를 재개한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량(2만7840대)을 2274대나 웃도는 성적이다.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은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10.7%까지 끌어올렸지만, 도요타·렉서스는 11.6%로 3위 자리를 지켜냈다. 디젤 게이트 여파로 수요가 분산되긴 했으나 여전히 국내에서 독일 디젤차에 대한 수요층이 견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아우디폭스바겐의 복귀 이후 도요타와 렉서스가 다시 순위를 내줄 것이란 관측이 그동안 적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도요타의 판매실적은 아우디폭스바겐이 판매 중단한 2016년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2015년까지 7825대의 판매량을 보였다. 시장 점유율은 국내 진출 이후 최저 수준인 3.2%로 고꾸라졌지만, 제품군을 보완하면서 2016년 판매량을 9265(4.1%)대로 끌어올렸다. 이어 2017년 1만1698대(5.0%), 지난해 1만6774대(6.4%)로 해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시장 연 3만 대 키운 주역

최근 계속된 도요타 성장의 배경엔 하이브리드차량(HEV) 제품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수입 HEV는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에는 3만360대의 판매량을 기록, 수입차 시장 점유율 10%의 벽을 처음으로 깼다. ‘하이브리드 명가’로 꼽히는 도요타는 차급별 HEV 모델을 완비하면서 흥행을 주도했다. 지난 2017년 신형 캠리를 들여왔고, 지난해 소형 해치백 프리우스C, 플래그십 세단 아발론을 들여와 소형부터 대형까지 이르는 세단 차급별 HEV를 완비했다. 

가솔린 모델을 덜고 HEV에 집중하려는 시도도 돋보인다. 지난해 말 출시된 신형 아발론은 기존 가솔린 모델 없이 HEV 모델로만 꾸려졌고, 한 지붕 렉서스도 지난해 출시한 신형 ES를 HEV 모델인 ES300h로만 구성했다. 디젤 게이트 이후 도요타가 선택한 HEV 노선이 확실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디젤 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저감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됐다. 우리 정부도 노후 디젤차 퇴출 의지를 보이면서 기존 내연기관이 친환경 모델로 대체됐다”며 “아직 가솔린차는 연비가 낮고 전기차는 전위적인 선택이라, 당분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차”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는 예년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 예열을 끝낸 아우디폭스바겐이 올해부터 본격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올 상반기 중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3세대 신형 투아렉을 들여온다. 아우디는 올해 SUV 제품군인 Q2, Q5를 필두로 A6, A7, A8 등 13종 이상의 신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여기에 아우디는 전기차 e-트론 출시까지 검토할 정도로 강력한 복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말 출시한 C클래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에 가솔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고성능 모델을 추가하고 A클래스를 내놓는다. 연쇄화재 사태로 흔들린 BMW는 고성능 세단 3시리즈와 중형 SUV X5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대형 SUV X7 등을 들여와 전열을 가다듬는다.

한국도요타는 연내 렉서스 브랜드의 소형 SUV UX 출시 계획만 확정한 상태여서 녹록하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하는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수입차 업체들이 HEV를 들여와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 수입차의 공격적인 할인 정책도 도요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디젤차 수요가 꺾이긴 했지만 독일 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에 예년과 같은 공격적인 할인 정책이 더해지면 판매량은 다시 늘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강화하는 디젤차 퇴출 기조에, 장기적으로는 독일차들이 친환경차를 들여오겠지만 단기적으론 투자한 개발비를 건지기 위해 국내에 디젤차 물량을 풀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관기사

도요타 강세, 혼다·닛산 부진…일본차 ‘1강 2약’ 재편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