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EU③] 유로존 도우려다 EU탈퇴 바람 부나
  • 강성운 독일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5 08:00
  • 호수 15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 EU에 대한 시민들의 호감도 높은 편
경기침체 빠진 유로존 위기가 변수

독일은 유럽연합(EU)에 대한 시민들의 호감도가 매우 높은 축에 속하는 나라다. 2018년 10월 유럽의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독일이 EU 회원국이라서 좋다”고 대답했다. 이는 룩셈부르크(85%)와 아일랜드(8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로, 28개 EU 회원국 전체 평균인 60%보다도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친(親)EU 성향의 정부가 세워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의 영국이나 우파 포퓰리스트 정권이 들어선 이탈리아와 달리, 독일에서 반(反)EU 프로파간다는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독일이 EU로부터 혜택을 얻었다”(75%)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덕분이다.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와 브렉시트 논의는 독일의 친EU 정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 가장 위협적인 반EU 세력인 극우파 독일대안당(AfD) 역시 몇 년 전부터 반EU보다 난민 이슈를 악용해 독일 국내에 외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화할 조짐이 있다. 유로존 회원국 곳곳에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초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이웃 국가들에서 독일이 자국의 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유로존 전체의 경제를 돌봐야 한다는 요구가 들려오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 전문지 ‘레 제코(Les Echos)’는 “독일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초거대 IT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EU 디지털 세금법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유로존에서 경제 상황이 가장 안정적인 독일이 미국의 경제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유로존 전체에 추가 세 수익을 가져다주는 디지털 세금법 제정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 해결 요구에 독일 “우리도 힘들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알레산드로 페나티는 유로존에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독일이 “국내 예산 흑자를 포기하고 공공 투자와 감세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독일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일지 모르나, 유로존 전체가 불황에 빠지면 독일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독일이 지금 개발 모델과 경제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요구들은 EU 전체를 두고 보면 합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다른 EU 국가를 위해 자국의 예산 흑자를 포기하는 정책은 되레 독일에서 반EU 감정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 실제로 현재 외국인 혐오 정서와 반EU 프로파간다가 대중적 기반을 확보한 배경에는 2010년대 초반의 유로존 위기가 있다. 독일이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할 상황이 오자 “우리도 힘들다” “그리스인들은 사치하며 살지 않느냐”며 차라리 EU를 탈퇴하자는 움직임이 인 것이다. 유로화 체제의 최대 수혜국인 독일은 10여 년 만에 다시 한번 유로존의 더딘 성장세와 국내의 반EU 정서 통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국 내 주정부 간의 연대 세금도 폐지한 와중에 독일 정부가 과연 자국민들에게 다른 유로존 국가의 경제적 부담을 나누자고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관기사

[혼돈의 EU①] 도전받는 ‘하나의 유럽’
[혼돈의 EU②] 방향 잃은 브렉시트, 초조한 EU 
[혼돈의 EU④] 마크롱vs노란조끼, EU에 미칠 나비효과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