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EU④] 마크롱vs노란조끼, EU에 미칠 나비효과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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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유럽의회에서 프랑스 극우 세력 승리 가능성 농후

“유럽의 수호자에서 유럽의 악몽으로.”

지난 1년 사이 유럽연합(EU)에서 추락한 프랑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2017년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취임 1년6개월여가 흐른 지금 조기진화에 실패한 노란조끼 시위로 인해 자국 내 입지가 추락함은 물론, 시위 여파가 프랑스 국경을 넘어 주변국으로까지 번지면서 유럽대륙 전체에 정치적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란조끼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예상치 못하게 과다 지출을 함으로써 올해 EU가 제시하고 있는 부채 상한선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 모범생에서 문제아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오는 5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는 프랑스는 물론 EU 전체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킬 변곡점으로 주목된다. 현재 프랑스에서 무서운 기세를 떨치고 있는 정당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이다. 실제 프랑스 내 여론조사에서 르펜 대표의 호감도는 노란조끼 시위 국면으로 접어든 이래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부풀 대로 부푼 노란조끼 시위대의 불만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향후 유럽의회 선거 승리마저 국민연합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1월1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8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9차 노란조끼 시위가 진행됐다. ⓒ AP 연합
1월1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8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9차 노란조끼 시위가 진행됐다. ⓒ AP 연합

극우진영 득세에 ‘프렉시트’ 요구까지 

만약 국민연합이 프랑스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향후 EU의 정치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반(反)이민 정책으로 프랑스는 물론 EU와 각을 세워온 헝가리와 폴란드, 최근 마크롱과 연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반EU 연대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은 프랑스의 재정 지출 초과를 두고 EU의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반EU 전선은 유럽연합의 근간부터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극우진영의 지지를 받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는 국민연합 리더 르펜의 경우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공공연히 ‘프렉시트(Frexit)’ 즉, 영국과 같은 프랑스의 EU 탈퇴를 외쳐왔다. 대선에서 그는 프렉시트와 함께 유로화의 폐기, 프랑화로의 회귀까지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프랑스 내에서 전혀 설득력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아니다. 파리 시내 순환도로변엔 프렉시트를 주장하는 포스터가 적지 않게 배치돼 있기도 하다.

위기를 직감한 프랑스 정부는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여론 설득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노란조끼 시위대는 폭력 과격 시위에도 불구하고 80%의 지지를 얻었다. 1월 들어 50%대 지지세로 내려앉아 잠시 소강상태를 맞고 있지만 시위의 불길이 완전히 잡힌 것은 아니다.

유럽의 새로운 리더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마크롱은 이제 국제무대에서조차 설 자리를 위협받는 지도자로 전락했다. 그에게 2019년은 노란조끼 시위대와 대타협을 이끌어내고, 이를 발판으로 EU에서 존재감을 되살려야 하는 쉽지 않은 해가 될 전망이다. 마크롱의 정치 행보에 따라 향후 EU 전체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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