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으로 남미 하나 돼…한국 존경한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6 10:00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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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대사관] 페르난도 다누스 주한 칠레 대사 인터뷰
그가 전하는 ‘생생 남미’

‘지구촌’ 시대라곤 하지만 국경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전 세계 230여 개 국가가 어떤 곳인지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한다. 반대로 그들도 우리를 잘 모른다. 다만 그 간극을 메워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해외 각국의 대사관들이다. 한국과 교역하는 국가는 190개, 그중 112개국이 우리나라에 공관을 설치했다. 두 나라에 정통한 대사의 시각에서 양국을 이해하면 어떨까. 그 다섯 번째 시간,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나라, 칠레다.

‘지구촌’ 시대라곤 하지만 국경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전 세계 230여 개 국가가 어떤 곳인지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한다. 반대로 그들도 우리를 잘 모른다. 다만 그 간극을 메워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해외 각국의 대사관들이다. 한국과 교역하는 국가는 190개, 그중 112개국이 우리나라에 공관을 설치했다. 두 나라에 정통한 대사의 시각에서 양국을 이해하면 어떨까. 그 다섯 번째 시간,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나라, 칠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우리나라와 칠레는 지리적으로 정반대에 있지만 경제적으론 가장 먼저 가까워졌다. 2004년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우리나라는 칠레와 사상 첫 FTA를 체결했고, 칠레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문호를 열었다. 이후 양국의 교역량은 4배 이상 증가했다. 한·칠레 FTA는 올해 15년 만에 개정을 앞두고 있다.

늘어난 거래만큼이나 문화적 교류도 활발해졌다. 지구 건너편에 있는 칠레에선 K팝이 이미 익숙하다. 10여 년 전부터 칠레에 전파된 한류는 ‘반짝’을 넘어 일상이 됐다. 매년 개최되는 K팝 축제엔 1000여 팀이 넘게 참가를 신청하고, 우리나라 대형 연예기획사는 칠레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물론 전석 매진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칠레는 남미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의 근원지로 꼽힌다.

칠레가 한류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뭘까. 칠레를 대표해 한국에 온 페르난도 다누스(Fernando Danús) 주한 칠레 대사는 “한국과 칠레의 가치관은 서로 비슷하다”면서 “그 점을 한국 정부가 잘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K팝을 통한 한국의 공공외교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지금껏 이룬 성취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칠레는 국제사회에서 여느 남미 국가와는 다르다고 평가받는다.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경제협력기구(OECD)에 가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칠레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22년에 남미 국가 중 최초로 3만 달러를 돌파할 거라 전망했다. ‘먼 나라 이웃나라’, 칠레의 일상을 페르난도 대사가 소개했다. 

(왼쪽)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 (오른쪽)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1월18~19일 칠레 국립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 marcachile.cl·SM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 (오른쪽)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1월18~19일 칠레 국립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 marcachile.cl·SM엔터테인먼트 제공

칠레는 한류열풍의 근원지로 꼽힌다. 동감하나.

“물론이다. K팝은 남미 관객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문화로 통한다. 칠레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한 건 한류열풍이 양국의 교류를 더욱 확대했단 점이다. 한류가 인기를 끈 이후 한·칠레 워킹 홀리데이가 체결돼 성공적으로 운영됐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엔 세종학당이 설립돼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공공외교를 성공적으로 이끈 거다.”

한·칠레 교류의 초석은 2004년 발효된 FTA였다. 지난 15년 동안 양국의 교역량은 4배 넘게 증가했다. 그런 FTA가 올해 개정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선 지적재산권 보호를 요구할 걸로 알려졌는데, 칠레가 희망하는 건 무엇인가.

“칠레는 농축산물 품목 추가개방을 추진 중이다. 당초 한·칠레 FTA가 체결될 땐 도하개발어젠다(DDA·세계무역기구의 다자간 무역협상) 품목이 빠졌다. 그사이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DDA 협정을 맺었다. 이 때문에 DDA 부문에서 칠레산 제품이 높은 관세를 적용받아 경쟁력을 잃었다. 한·칠레 FTA 개정 협상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처음 열렸고, 올 상반기에 산티아고에서 또 열린다. 올해 안으로 협상이 완료될 걸로 보인다.”

요즘 한국에서 칠레산 와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혼술족’을 공략했다. 한국 음식에 어울릴 만한 칠레산 와인 품종을 소개해 달라.

“지난 5년간 한국에 대한 칠레산 와인 수출은 10% 증가했다. 칠레에서 가장 유명한 품종은 ‘카르메너르(Carmenere)’다. 프랑스에서 재배되던 품종인데, 19세기 발병한 전염병 탓에 전 세계에서 이 품종이 전멸됐지만 칠레만은 예외였다. 칠레의 해안과 계곡에서 재배되고 있는 카르메너르의 진하면서 부드러운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칠레 하면 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부터 관광객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 칠레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 관광지를 추천한다면.

“한여름에 스키를 즐기고 싶다면 산티아고가 제격이다. 칠레의 겨울은 6월부터 9월이다. 안데스산맥 기슭에 위치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엔 최고급 스키 시설들이 있다. 2시간만 나가면 바로 해안도시가 나오고, 조금만 더 가면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에 다다른다. 환상적인 날씨 속에서 칠레의 다양한 해산물을 즐기고 싶다면, 10월에서 4월까지가 가장 좋다. 무엇보다 한국인이라면 칠레 어디서나 환대를 받을 수 있을 거다.”

한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세먼지다. 칠레는 남미 국가 중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나라로 꼽히는데 환경오염 문제는 없나.

“칠레도 겨울철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는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공해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날아오는 먼지는 없다. 우리 문제는 지역적이다. 오늘날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 칠레는 지구온난화와 사막화 등 위험에 극도로 노출되는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칠레 정부는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재생에너지 개발과 화석연료 근절을 위해 힘쓰고 있다. 민간과 국제사회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2016년 부임한 이후 대사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어떤 곳이었나.

“한국과 칠레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공통의 가치관을 토대로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나는 한국인들이 지난 수십 년간 성취한 것을 굉장히 존경한다. 한국인들의 근면 성실한 태도, 예의 바름, 높은 교육 수준이 한국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느꼈다. 칠레 대사로서 앞으로 한·칠레 우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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