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라인 新 핵심실세 3인방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7 15: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대 전략통' 김혁철 전 대사 등장 북핵 변수
통전부 소속 김성혜, 박철도 주목받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2월말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최근 양측 협상단에 변화가 생겨 주목받고 있다. 1차 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체적으로 회담의 틀을 짜고, 실무협상은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맡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을 상대로 해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파트너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성 김 대사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맡아 협상을 진행해왔다.

◇북‧미 ‘북핵 담판’ 협상 구도는?=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장에 외무성 고위 관료들을 내보내왔다. 이런 전례로 볼 때 폼페이오 장관의 대화상대로는 리용호 외무상이 적합하다. 리 외무상은 당장 실무협상에 나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핵과 관련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지난해 5월 펴낸 책《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리용호는 1990년 미국의 군축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해 6개월 동안 다양한 싱크탱크들을 돌아보았다. 리용호는 남들보다 빨리 핵 위기를 예상하고 미국 학자들이 쓴 핵협상 관련 책을 밤을 밝혀가며 모두 읽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8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태 전 공사는 “외무상이 되기 전부터 북·미 협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리용호에게서 나왔다. (1994년) 제네바 회담 때 핵 개발을 중지하는 대신 경수로를 지어 달라고 했는데 이는 리용호가 낸 전략”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월21일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연합포토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월21일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연합포토

 

그런데도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김영철 부위원장을 내보는 건 왜일까. 이는 북핵이 단순한 외교 사안이 아니라, 북의 체제와 직결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직급상으로도 김 부위원장은 리용호 외무상보다 높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만난 뒤 김 부위원장을 가리켜, ‘북한에서 두 번째로 힘이 센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동안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로 활약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건강상의 이유로 최근 외부 활동이 뜸하다. 그 자리를 대신해 활약하고 있는 이가 바로 최선희 부상이다. 태 전 공사는 “최선희의 아버지는 김일성의 책임서기(청와대 비서실장)였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평범한 집 아이들은 볼 수 없는 자료들을 대단히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북핵’ 볼튼은 ‘이란 등 중동문제’ 해결

반대로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협상 대상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북핵과 관련해 초강경파로 분류되다보니, 북한의 반대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핵’, 볼튼 보좌관은 ‘시리아, 이란 등 중동 현안’으로 역할을 구분한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 바로 아래 성 김 대사가 실무협상을 주도했다. 또 막후에서 앤드류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협상을 조율했다. 하지만 성 김 대사는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앤드류 김 역시 지난해 말 공직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공백을 채우고자 임명한 인물이 바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다. 원래 이 자리는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한 조셉 윤이 활동해 왔다. 비건 특별대표가 임명되기 전까지 무려 반년 가까이 공석으로 있던 자리다. 비건 특별대표는 미시간대에서 러시아어와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2001~2005년)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을 보좌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12월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포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12월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포토

 

1월 초 진행된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에서 북한 협상단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화제다. 우선 가장 주목받는 이는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다. 폼페이오 장관은 1월22일(현지 시각) 세계경제포럼(WEF) 연설 직후 문답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 파트와 만날 기회도 가졌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인물은 김혁철 전 대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건 상대로 격을 맞추기 위한 포석= 김 전 대사의 등장은 어떤 의미일까. 첫 번째는 협상의 격을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외교라인은 ‘격식’을 굉장히 따지는데, 이는 자존심을 중요시 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사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선희 부상 자리는 우리로 치면 차관보급이다. 그 위로 차관급인 제1부상(김계관), 장관급인 외무상(리용호)이 있다. 1차 회담 때까지 최선희 부상이 만난 인사는 성 김 대사다. 성 김 대사는 2011~2014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으며, 그 전에는 국무부에서 한국과장을 맡았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뒤에는 대북정책 특별대표(부차관보)를 지냈다. 주필리핀 미국 대사에 취임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고 부원장은 “북한은 성 김 대사를 차관보급 인사라고 판단하고 있기에 최선희를 내보낸 것인데, 비건 특별대표가 부차관보급 인사여서 대화상대를 김혁철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철, 40대 대사 지낸 외무성 전략통

김혁철 전 대사는 초대 스페인 주재 대사를 지내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지난 2017년 추방된 인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김 전 대사가 평양외국어학원 프랑스어과, 평양외국어대 프랑스어과를 졸업했으며 부친은 대사를 지낸 외무성 고위 관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태영호 전 공사도 1월25일 자신이 블로그(남북행동포럼)를 통해 “김혁철은 리용호와 김계관이 체계적으로 양성한 전략형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 전 대사는 2000년대 초 외무성에 발을 들인 뒤 주로 외교정책과 전략을 세우는 전략부서에 활동했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 때는 김계관 제1부상의 연설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김혁철은 6자 회담과 2006년 첫 핵실험과 관련된 대응에서 특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9국 부국장으로 승진했는데 30대의 외무성 전략부서 부국장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외무성 참사(부상급)로 승진한 것도 북한 외교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고영환 부원장도 “40대 대사는 북한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북한에서 외무성 참사직은 국장보다 반 단계 위이기 때문에 부차관보인 비건 특별대표와 격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는 30대부터 북한 외교라인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사진은 김 전 대사가 추방전 2017년 4월 21일 마드리드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연합포토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는 30대부터 북한 외교라인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사진은 김 전 대사가 추방전 2017년 4월 21일 마드리드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연합포토

 

정보기관에서는 김 전 대사가 에티오피아와 수단 주재 북한 대사를 지낸 인물로 보고 있다. 두 나라 역시 아프리카 내 북한 외교의 거점이다. 이런 지역에 40대 인물을 대사로 보낸다는 것은 권력상층부의 엄청난 신임을 얻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 외교에 정통한 한 인사는 “에티오피아는 2010년 북한이 탄약공장을 지어줄 정도로 가까운 나라”라고 설명했다.

◇ 미국과의 협상판 흔들기?= 두 번째, 판을 흔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호 전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김 전 대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략통을 미국에 보내 6ㆍ12 싱가포르 합의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외무성 전략통을 김영철 옆에 붙임으로서 김영철이 미국방문 기간 김정은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목적이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핵 협상에서 통전부 위상 강화?=통일전선부(통전부)의 위상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 전 공사 역시 “김영철이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하면서 김정은에게 요구하여 외무성에서 전략형인 김혁철을 통전부로 아예 데려왔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일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우리 당국은 김혁철이 통전부 소속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강일 북한 미주 부국장(오른쪽)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2018년 6월11일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 대사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포토
최강일 북한 미주 부국장(오른쪽)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2018년 6월11일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 대사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포토

 

이런 관점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인물은 김성혜 통전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다. 김 실장은 이번 북한 방미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김 실장에 대한 김영철 부위원장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배석자인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다. 고영환 부원장은 “통전부 내 실장이라는 자리가 없기 때문에 김 실장의 실제 직책은 과장급일 것이며, 박철 역시 통전부 과장급 정도의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