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①] 트럼프式 비핵화냐 파키스탄 모델이냐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9 09:27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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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3大 관전 포인트
복잡해진 北 비핵화 해법

1월17일부터 19일(현지 시각)까지 2박3일간 진행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訪美) 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이번 미국 방문은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백악관 방문 직후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월말 개최’라는 큰 틀만 만들어졌을 뿐이다.  

ⓒ AP 연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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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회담서 북·미 ‘스몰딜’ 나오나

올 초 북한 신년사는 앞으로의 비핵화 행보를 살펴보는 좋은 판단 기준이다.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공화국(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년사에서 외신이 주목한 단어는 ‘새로운 길’이다. 경우에 따라선 2017년과 같은 대결구도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엄포로 해석된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통해 북한은 미국 측에 이러한 뜻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또 1월21일 자신의 트위터 글을 통해선 “2월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볼 때 판 자체를 뒤엎을 것 같지는 않다. 

북한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톱다운(하향식)’ 방식 선호가 뚜렷하다. 회담장에서 정상끼리 만나 해법을 찾자는 거다. 그런 면에서 현재로선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취소될 가능성보단 높다. 양측 모두 대리인을 통한 협상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양국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선 최고 의사결정권자끼리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속도는 더딜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식(式) 모델’이다. 1차 북·미 회담 전까지만 해도 외신은 북·미 협상이 성공할 경우 트럼프식 모델엔 미국의 일괄 타결 방안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방안을 절충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1차 회담은 만나는 데만 의미를 둘 뿐 성과는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북·미 협상은 이대로 좌초될까. 이 상황에서 새삼 다시 주목받는 것이 ‘트럼프식 모델’이다. 외교가에선 올해를 북한 비핵화의 변곡점으로 본다. 내년 11월 미국에선 대선이 열린다. 다시 말해, 북·미 양측 모두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북한은 내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정권이 바뀔 경우 지금까지의 관계 개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대화 파트너인 남한의 문재인 정권도 내년이 집권 4년 차에 들어가 초반처럼 화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없다. 

북한은 김 부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간 뒤인 1월24일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장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이 제시한 정상회담 실무준비를 위한 과업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움직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측 모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번 2차 회담을 앞두곤 양측 모두 의제 조율부터 신중한 모습”이라면서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보다 사고가 유연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실무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2차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은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카드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을 빌려 말했지만,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을 경우 영변 핵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 싱크탱크들은 트럼프 모델을 ‘단계적 비핵화’로 본다. 내년 대선 전까지 미국을 위협할 잠재력을 제거하고 핵물질 확산 억제에 우선적으로 주력할 거라는 얘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단계는 핵동결, 2단계는 핵폐기다. 

만약 북한이 핵동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경우 미국이 내줄 수 있는 카드는 제재의 부분 완화다. 단적으로 남북 경협이나 금강산 관광에 한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부분적 유류 공급도 가능하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조야에선 북한이 ICBM 폐기와 핵물질 동결 정도만 들고나와도 경제제재에 대한 부분적 완화를 해 줘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일각에선 ‘스몰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실험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과 핵물질 해외 반출이라는 확실히 진일보된 카드를 선제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을 향해 북한은 연락사무소 개설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다자회담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월18일(현지 시각) 북·미 고위급회담을 시작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P 연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월18일(현지 시각) 북·미 고위급회담을 시작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P 연합

2. 北 핵동결 진짜 의도, 파키스탄 모델?

올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북한판 핵동결 4대 원칙’인 생산·시험·사용·전파 포기를 최고지도자가 수용한 거라고 봐야 한다. 핵동결은 ‘미래 핵’에 대한 포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한다면 이는 ‘과거·미래 핵’에 대한 포기다. 남은 것은 ‘현재 핵’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미 보수층에선 북한의 핵동결 전략에 트럼프 행정부가 말려들어가는 거 아니냐고 우려한다.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만 중단하고 실질적인 핵 무력 증강을 위한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 NBC방송은 지난해 말 “현재의 생산 속도라면 북한이 2020년까지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1월20일 프랑스 파리 국제관계연구소 강연에서 “북한은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 모델로 가려고 한다”며 “가급적이면 핵을 가지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주일미군 사령부가 지난해 말 자체 제작한 동영상(USFJ Mission Video)에서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동북아 3대 핵 보유 선언국으로 규정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5개 이상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우려를 낳게 만든다. 

미국과 우리의 비핵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은 초기부터 우려됐던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본토에 대한 위협 요소만 제거하고, 대안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던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겉으론 ‘핵 보유’를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속내는 ‘이미 핵 보유국으로서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부분에 관심을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핵 동결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의 의도대로 ‘파키스탄 모델’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실장은 “본토를 겨냥한 ICBM을 폐기한 상황에서 남한이나 일본을 직접 타격하는 것은 한·미, 미·일 방위동맹 체제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핵 동결이라는 어정쩡한 상태로 북한과 합의할 경우 미국 내 여론에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이 1월21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남·북·미 회의를 마치고 현지 북한대사관에 도착했다. ⓒ AP 연합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이 1월21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남·북·미 회의를 마치고 현지 북한대사관에 도착했다. ⓒ AP 연합

3. 南·中·러시아 활용한 對美 압박

미국과의 대화와 함께 북한의 또 다른 외교전략은 ‘반미(反美)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은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쿠바 역시 미국과 오랜 기간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나라다. 

새해 들어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 일정은 사실상 실시간으로 대내외에 보도됐다. 통상 중국을 다녀온 뒤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관련 소식을 쏟아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대중관계에 있어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답방도 예고돼 소원했던 북·중 관계는 단숨에 봉합됐다.  

문제는 북한의 의도대로 우방들이 움직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당장 최우방인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다. 무역협상이 실패로 끝나 올해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6%에 다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내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입장만 대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은 “북·미 대화의 ‘종속변수’였던 남북관계가 경우에 따라선 ‘독립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언론들이 한·미 관계를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로 비유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부로선 부담거리다. 

또 다른 우방인 러시아를 활용하기도 마땅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비난을 무릅쓰고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마당에 또다시 러시아가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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