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②] 통치자금 고갈, 김정은 ‘속이 타들어간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9 09:27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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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로 北 경제난 심각
對北협상 주도권 쥔 트럼프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만 해도 전체적인 주도권은 북한이 쥐고 있는 듯했다. 회담 직전 협상을 깨는 초강수를 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측 협상단은 첫 만남에 의미를 두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회담은 상황이 다르다. 1차 때처럼 국내정치 용도로 쓸 수도 없다. 지난해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하원이 민주당으로 넘어가 의회 협력마저 기대할 수 없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대북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두 번째마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라며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다.    

1월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방송을 보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1월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방송을 보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北, 작년 對中무역 사상 최대 적자

최근 미국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입장 변화는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 트럼프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Take your time)”는 말을 수도 없이 강조했다. 1차 회담을 앞둔 지난해 4~5월 ‘일괄타결’을 강조하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왜 그럴까. 북핵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조기 타결에 따른 정치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데다 완전한 비핵화가 쉽지 않은 현실론에 부딪혔다고 보고 있다. 

사정이 다급해진 것은 북한이다. 협상의 ‘등가성(等價性)’만 놓고 보면, 북한은 불만을 쏟아낼 만하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 억류 인질을 석방했지만 여전히 북한 경제는 국제사회의 제재 아래 놓여 있다.

경제난도 심상치 않다. 1월14일 발표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9억7000만 달러(약 2조2200억원)였다. 양국 간 무역 규모가 공개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대치다.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이 올 상반기부터 고갈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통치자금의 성격을 ‘당과 군 등의 간부에게 선물 등을 전달하고 충성을 맹세하게 만드는 돈’으로 규정하면서 “현재 30억~50억 달러(약 3조3800억~5조6300억원)가량의 통치자금이 있지만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빠르게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에서 북한은 2차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하면서 즉각적인 경제제재 해제도 동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뚜렷한 답을 주지 않고 ‘2월말 회담 개최’만을 약속한 상태다. 되레 미 정부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월20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소통은 정말 놀랍다”면서도 “2차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이행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영철을 워싱턴으로 불러들이면서도 북한을 압박한 것이나, 지난해와 달리 김영철을 적극 환대하지 않은 것도 미국의 느긋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년사에서도 밝혔듯 북한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문인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부정부패 근절과 관료주의 타파를 주문한 것은 경제발전에서 존재하는 방해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이번에 물꼬를 튼 ‘친서 외교’ 역시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이 시작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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