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올리브네트웍스 해법 찾기 나서나
  • 김종일·이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01 08:00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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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J그룹, 지난해 올리브영 매각 추진 검토
2세 승계 시나리오 중 하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0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2013년까지 그룹 매출 38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글로벌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어서는 ‘그레이트 CJ’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위대한(?)’ 항해는 처음부터 암초를 만났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수천억원대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경영위원회가 발족했지만, 대규모 투자나 신규 시장 진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해 말 CJ그룹은 매출 17조7030억원, 당기순이익 2780억원이 적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초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었다. 

2016년 8월15일 이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2017년 5월에는 그룹 경영에도 복귀했다. 이 회장이 검찰에 구속돼 경영에서 손을 뗀 지 4년 만이었다. 이 회장은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새롭게 선포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물류회사 DSC로직스와 냉동식품회사 카이키, 슈완스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지난해와 올해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을 통해 인수한 해외 기업만 10여 개에 이른다. 인수금액이 3조원대에 육박한 만큼, CJ그룹의 재계 순위 또한 15위에서 몇 계단 상승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2017년 5월 그룹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최근 파격적인 M&A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월드베스트 CJ’를 향한 시동을 걸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 5월 그룹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최근 파격적인 M&A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월드베스트 CJ’를 향한 시동을 걸고 있다. ⓒ 연합뉴스

4년 만의 경영 복귀 후 파격 행보 

이 회장은 그룹의 지배구조도 단순화시켰다. 우선 CJ오쇼핑과 CJ E&M을 합병해 CJ ENM이란 거대 미디어 콘텐츠 회사를 탄생시켰다. CJ대한통운과 CJ건설 역시 합병한 후, 합병 법인을 CJ제일제당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룹의 핵심을 식품과 미디어, 물류 등 3개 축으로 재편한 것이다. 대신 주력이 아닌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CJ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던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IT 계열사 CJ시스템즈와 유통 계열사 CJ올리브영이 2014년 12월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연결 기준으로 2017년 2조674억원의 매출과 1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6%나 증가한 수치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년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마케팅담당 부장(17.97%)과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6.91%), 친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4.83%) 등이 이 회사의 대주주다. 이들 세 명의 지분만 합해도 45%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CJ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이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7년 결산 기준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18.9%로, 2015년 25.8%, 2016년 19.1%에서 감소 추세다. 하지만 그룹 전체 내부거래 대비 CJ올리브네트웍스의 비중은 2014년 8.1%에서 2017년 10.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2세들의 지분이 많은 이 회사가 향후 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CJ그룹이 검토한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우선 궁금해진다. CJ그룹 핵심 관계자의 증언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해 보면, CJ그룹은 2018년 한 해 동안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공개와 지주사인 CJ㈜ 및 CJ대한통운과의 합병, 올리브영 사업부문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사실은 CJ그룹이 올리브영 매각을 검토했다는 점이다. CJ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올리브영은 현재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올리브영 사업이 최근 눈에 띄게 둔화되면서 매각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J가 올리브영 매각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현재 1100여 개로, 후발주자인 랄라블라(190여 개)와 롭스(120여 개), 부츠(30여 개) 등의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다. 소식통은 “후발주자들이 올리브영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물로 나온다면, 2위 업체인 랄라블라(GS리테일)나 3~4위 업체인 롭스(롯데), 부츠(신세계) 등에서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고 매각 금액 역시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다만 소식통은 “작년 올리브영에 대한 매각 검토 작업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근 H&B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올리브영도 경쟁 격화에 따른 출점 속도 둔화, 저마진 신규 점포 증가, 마케팅 비용 증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리브영의 모멘텀이 둔화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상장 시기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장 시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CJ그룹은 올리브영을 매각하는 대신, 정보기술(IT)에 특화된 CJ올리브네트웍스를 CJ대한통운과 합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인 IT 인프라망이 필요한 CJ대한통운에 네트웍스를 합쳐 시너지를 꾀할 수 있는지 따져본 것이다. 

CJ그룹 측 “올리브영 매각 검토한 적 없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공개 시나리오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선호 부장 등 오너 일가가 주식을 상장과 동시에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을 통해 보유 지분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공개 후 구주매출을 통해 CJ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다만 관계자(이재현 회장 및 자녀들)의 연령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체력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다양한 영업양수도 내지 계열사 간의 합병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J그룹 사정에 밝은 소식통도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하려는 계획은 분명히 있었지만 경영권 승계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무산됐다”며 “승계 작업 방향에 따라 시기가 정해질 것이고 언젠가는 상장하는 방향으로 내부에서 실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CJ그룹은 시사저널의 이와 관련한 공식 질의에 “올리브영 매각과 대한통운과 네트웍스의 합병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올리브영은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난해 CJ그룹이 매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 시사저널 포토
올리브영은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난해 CJ그룹이 매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 시사저널 포토

2세들 지분 취득 과정은 여전히 의문

상황에 따라 배임 이슈로 번질 수도

현행법상 매출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계열사 중 오너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를 넘는 곳이 내부거래로 연간 매출 200억원을 넘기거나 전체 매출의 12% 이상을 올리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7년 단일 기준으로 1조8228억원의 매출 중 약 20%인 3571억원을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것이다. 

지난해 CJ그룹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상장을 포함,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현재 지주사인 CJ㈜의 지분 42.07%를 들고 있지만, 유력한 후계자인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경후 상무도 0.13%만 들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2세들의 승계를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계열사별로 고르게 분포돼 있는 내부거래 비중을 축소하는 것보다는 상장을 통한 2세 승계가 좀 더 쉬운 방편이 될 수 있다. 이 부장이 상장 지분의 매각 대금을 활용해 지주사인 CJ㈜ 지분을 확보하거나, 이 회장으로부터 받을 지분의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최근 만난 CJ그룹의 한 소식통도 “CJ올리브네트웍스는 현재 기업가치가 커져 일감 몰아주기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CJ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칼날을 피하면서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 사업재편이나 오너 일가가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줄이는 방식 등을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3세들이 이 회사 지분을 취득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CJ시스템즈는 한때 내부거래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알짜 회사였다. CJ㈜와 이 회장이 각각 66.32%와 33.18%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 부장과 이 상무는 이 회사의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4년 12월1일 장남인 이 부장에게 CJ시스템즈 지분 15.91%를 증여했다. 다음 날 CJ그룹은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을 합병하면서 이 부장은 합병법인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요 주주에 올랐다. 

1년 후인 2015년 12월 이 회장은 나머지 지분 11.36%도 이 부장과 이 상무, 조카 소혜씨와 호준씨에게 증여했다. 이듬해 3월 공시된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3454억원에서 1조558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6년 9월 이 부장 등이 대주주인 CJ파워캐스트와 또다시 합병을 공시했다. 이 거래를 통해 2세들의 지분은 더욱 높아졌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돼 왔던 내부거래율을 떨어트릴 수 있었다. 

CJ그룹 측은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증여한 지분이 바탕이 됐고, 필요한 공시 또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부장을 포함한 2세와 3세들이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챙긴 만큼 ‘2·3세 밀어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향후 승계 구도의 핵심 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편법승계 이슈가 두고두고 이 회장을 포함한 2세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영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내부 경영 상황을 알면서도 지분을 증여했다면 배임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2세나 3세들의 지분이 높은 비상장 회사를 합병한 후 일감을 몰아줘 지배력을 높이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합병된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CJ㈜의 지분은 그대로인 반면, 오너 2세나 3세들의 지분만 높아진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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