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사라진 친문(親文), ‘답답한 미래’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1.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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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들의 잇단 치명상…당장 정부 지지율 회복 동력도 곤두박질

"이제 재판 결과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도정에 전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는 1월30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번 판결은 경남 도정은 물론 문재인 정부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지지율 하락, 야권의 반사이익 속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를 도모할 방안이 더욱 줄어들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경수 1심 실형·법정구속…여권에 치명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이날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정 구속된 김 지사는 이제 지사직을 수행할 수 없는 직무정지 상태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선 무효에 처해진다. 일반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김 지사는 도지사는 물론 여권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돌연 비서 성폭행 혐의로 정치 생명을 잃은 데 이어 김 지사까지 벼랑끝에 몰렸다. 앞서 두 사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계승할 적통(嫡統)으로 꼽혔다. '미래 권력'에 가해진 치명상에 정부와 여당, 특히 친문(親문재인) 세력은 직격탄을 맞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주요 여야 정치인 12명을 놓고 지난 1월 21~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를 한 결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7.1%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전달 조사보다 3.6%포인트 상승했다. 이낙연 현 총리 선호도는 전달보다 1.4%포인트 오른 15.3%를 기록했다. 결집하는 보수세력을 등에 업은 황 전 총리에 비해 이 총리의 지지 기반은 약한 게 사실이다. 대통령 조력, 안정적인 국정 조정자 역할에 머물고 있는 이 총리가 대권 도전 험로를 택할 지 여부조차 현재 불투명하다.     

실질적인 여권 대권 잠룡들의 지지율은 지지부진하다. 이재명 경기지사 선호도는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한 7.8%로 3위를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0.8%포인트 내린 7.2%로 4위였다. 이어 김경수 지사(6.7%), 심상정 정의당 의원(6.3%),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6.0%),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5.9%), 오세훈 전 서울시장(5.3%)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이영자' 현상 가속화, 대선 정당성 문제 불거질 우려도   

자유한국당이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컨벤션효과'를 누리는 가운데, 야권 잠룡들에 쏠리는 관심은 더욱 커질 여지가 많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1월28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정당 지지율은 정권 교체 가능성이 좀 있어야 오를 수 있다. 현재 권력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반대편에선) 미래 권력이라 할 잠룡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과연 누가 (한국당 대표가) 될지 내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지금 황교안 전 총리가 유력하긴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이 연대하게 될 경우 판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년 뒤까지 어렵다고 했던 정권 교체가 당장 2022년에도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밥상머리에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도 미래지만, 당장 닥쳐올 후폭풍도 문재인 정부를 옥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영남 지역 민심 회복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12월엔 경남을 직접 찾아 경제 지원 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김경수 지사에게도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 역시 김 지사 구속으로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지지율 낙폭이 큰 유권자 층을 상징화한 '이영자 현상'(20대·영남·자영업자 지지층 이탈 사태)은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 만으로도 야권에선 2017년 대선의 정당성 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다. 상급심에서 끝내 선고가 뒤집히지 않으면 김 지사의 정치 생명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타격도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곧바로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댓글 조작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개입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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