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괴물’의 유해성 실제보다 과장됐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1.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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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들, 13억원 쓴 국책 연구 허점 지적

어른 세대의 예전 어린 시절 공기놀이만큼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소위 '액괴'가 인기다. 액괴는 액체 괴물(슬라임)의 준말이다. 그런데 이 슬라임에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 들어있다는 한 편의 논문으로 슬라임은 진짜 '괴물'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를 근거로 일부 슬라임에 대해 리콜 조처를 내렸다. 소비자는 유해물질 공포에 빠졌고, 관련 업계는 피해를 봤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과학적 오류'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슬라임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의 최대 7배에 달하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국책 연구의 결과를 한국환경보건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 연구 등 어린이용품 환경유해물질 연구에 총 13억6000만원을 지원했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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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이란 붕소 화합물(붕사)을 가리킨다. 그러나 붕사는 렌즈 세정액, 화장품 등에 흔히 쓰고 시중에서도 구할 수 있는 위험성 낮은 물질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국제표준기구(ISO)도 가공제품에 대한 붕소 화합물 사용을 규제하지 않는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완구회사 마텔이 1976년 붕사를 이용해 만든 장난감이 슬라임이다. 슬라임은 40여 년 동안 판매됐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는 슬라임에서 최대 2,278mg/kg의 붕소가 검출됐는데, 이는 EU 기준인 300mg/kg의 7배에 달한다고 했다. 연구진이 논문에서 언급한 EU 표준문서(장난감안전기준)에 따르면, 300mg/kg은 슬라임에 있는 붕소 함량이 아니라 ‘입으로 삼켜 위 속에서 2시간 머물 때 위산에 의해 녹아 나올 수 있는 붕소의 양’에 대한 기준치로 확인됐다. 이를 다른 말로는 ‘용출량’이라고 한다.

이덕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장(서강대 화학과 교수)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가 슬라임에 있는 붕소 함량을 측정한 후 EU의 용출량 기준과 비교한 것은 과학적 오류다. 함량과 용출량은 엄연히 다르다. 이 때문에 유해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며 "국책 연구로 나온 논문으로 소비자와 관련 업계는 피해를 봤다. 이를 관리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기술표준원도 서울대 논문의 분석 방법에 의문을 보였다. 이 논문을 게재했던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측도 재심의를 통해 논문 철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이 슬라임을 안전하게 가지고 놀게 하는 방법


-피부가 매우 약한 아이가 슬라임을 만지면 피부가 붉어지거나 물집이 생길 수 있다. 품질이 나쁜 빨랫비누를 사용했을 때 경험하는 수준이다. 슬라임이 약한 염기성(pH 8~9)이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비닐장갑을 끼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슬라임을 만진 후에는 손을 씻어야 한다. 슬라임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손가락을 입에 넣지 않도록 지도할 필요도 있다. 

-슬라임에 수분이 있기 때문에 곰팡이나 세균에 의해 오염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슬라임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혹시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곰팡이나 세균에 의해 부패 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한 슬라임은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면 된다. 하수구나 ​변기에 버리면 막힐 가능성이 있다. 굳이 슬라임을 말려서 버릴 이유는 없다. 말렸더라도 수분을 흡수해서 다시 부풀어 오른다. 

-폐기한 슬라임은 다른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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