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막 올랐다···현대차 광주에 온다
  • 광주 = 정성환·이경재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1.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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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만에 결실, 광주시·현대차 31일 투자 협약식
‘노사상생’ 지방정부 주도 첫 일자리정책 성공사례
부족한 투자금 조달·민주노총 반발 등 과제도 산적
정치논리로 기업에 투자압박·‘KDB공장’ 탄생 논란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아 온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자동차 투자 협약이 ‘2전 3기’ 끝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현대차가 광주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 7개월만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주도한 첫 일자리 정책의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 및 기반시설을 분담하고, 노사민정의 틀 안에서 자동차 공장과 합작법인의 운영주체를 맡는 시도도 세계 최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 이용섭 광주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와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 이용섭 광주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와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은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광주시, 현대차 관계자, 정부 부처, 국회의원, 노사민정 각계 대표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앞서 노사민정협의회는 전날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와 현대차의 잠정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5일 최종 협상이 무산된 지 두 달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자협약식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대차 투자협약은 노동계와 현대차의 갈등 때문에 지난해 두 차례나 협약 조인식이 취소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차가 절충점을 찾으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추진한 지 4년 7개월만에 구체적인 사업의 추진이 가능해졌다.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광주 투자로 인해 침체에 빠진 지역 제조업 부활과 함께 지역 청년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 보인다. 또한 지역 노동계의 대승적인 양보와 협조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현대·기아차노조 반대와 부족한 자본 유치, 정치논리 개입 논란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첫 모델사업, 우여곡절 끝에 극적 타결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지난해 3월 한국노총 광주본부·시민단체와 함께 ‘노사민정 공동 결의’(원안)를 발표한 뒤, 현대차가 5월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반값 임금 자동차 공장’을 위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지난한 협상이 이어져왔다. 광주시가 마련한 협정서의 “신설 법인 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 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대 달성 때까지로 한다”고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가 합작법인에 연간 7만대 생산 물량을 위탁하는 걸 감안하면 5년간 임금·단체협상이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노동계는 “노조결성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작년 10월부터 정치권이 조정에 나서면서 다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광주시는 노동계 의견을 적극 반영한 수정안을 내놨다. 당초 주 44시간 3500만원 임금을 주 40시간 3500만원으로 바꾸고, 단체협약 5년 유예 조항을 폐기했다. 이에 현대차가 “당초 합의안이 변질됐다”고 난색을 표하자 광주시는 작년 12월 초 다시 노동계와 현대차를 수차례 오가며 최종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안엔 ‘단체협약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까지(약 5년) 유예’ 조항이 빠져 있다며 현대차가 거부했다.

광주시와 현대차, 지역노동계 사이의 막판 쟁점은 ‘단체협상 유예’ 조항이었다. 단체협약 조건이 발목을 잡으면서 좌초 위기에 놓였던 협상 분위기는 광주시의 끈질긴 물밑 협상과 현대차 측의 통 큰 결단을 통해 타결 쪽으로 급선회했다. 노사민정협의회는 이날(1월30일) 노동계와 현대차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보완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근로기준법 등엔 단체협약은 2년, 임금협약은 1년마다 하도록 돼 있지만, 지속가능성·상생 발전을 위해 단체협약을 유예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대차와 추가 협상에 이어 지역 노동계와 꾸준한 대화를 통해 해당 조항이 5년 동안 노사 협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데 합의해 절충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신설법인 노사상생발전협의회 결정사항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목표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조항이 노조 활동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신 협의회는 지역 노동계 의견을 받아들여 부속 결의 형태로 노조의 합법적 활동을 보장하는 조항을 투자협약서에 명기하기로 했다. 

 

광주형 일자리란?

이용섭 광주시장과 참석위원들이 1월 30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과 참석위원들이 1월 30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자동차 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인 공장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의 일자리 모델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시작점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연봉 4000만원, 일자리 1만 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했다. 사회적 타협에 기반한 혁신적 노사관계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든다’는 지역 혁신 운동으로 출발했다. ‘제3지대 3법인’을 만들어 여기서 노·사·민·정의 대타협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결정하는 공동책임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의 골격이다. 

초기엔 아이디어 수준이었으나 외국 성공사례 참조와 조사·연구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틀을 갖췄다. 광주형 일자리의 프레임은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 등에서 따왔다. 폭스바겐은 2002년 대량 실업사태를 겪으면서 아우토 5000이란 별도 공장을 세워 지역경제 붕괴와 고용불안을 동시에 해결했다. 실업자 5000명을 고용한 뒤 기존 근로자보다 20%가량 낮은 임금을 줌으로써 일자리를 나눈 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빛그린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7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10만 대 규모의 1000cc 미만 경형 SUV 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다. 근로자의 평균연봉을 낮춰 생산성을 올리는 대신 자치단체가 주거·육아 같은 생활기반과 복지 여건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정규직 1000여명이 고용되고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1만2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법인 설립이 신속히 진행되면 올해 말에는 완성차 공장을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건립 기간은 2년 정도이며 2021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원사업인 행복·임대 주택, 노사 동반성장지원센터, 직장어린이집, 개방형 체육관 건립, 진입도로 개설 등 3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구축도 곧바로 추진한다.


노조 반발 등 과제도 산적 

기아·현대차노조가 1월 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확대 간부 파업에 돌입하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현대차노조가 1월 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난관도 남아 있다. 우선 민주노총의 반발이 변수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협약체결을 문재인 정부의 정경유착 노동적폐 1호”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당장 31일 간부들을 중심으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전국금속노조 현대·기아차 지부는 이날 협약식이 열리는 광주시청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과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한 향후 광주시가 한국노총의 동의 아래 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공장 직원들이 별도 노조를 결성해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파업권 등을 주장하면 법률적으로 막을 수 없다. 

부족한 자본 유치도 풀어야 할 숙제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자기자본금(2,800억원) 중 21%(590억원)를 부담해 신설하는 독립법인에 현대차가 19%(530억원)를 투자하는 구조다. 자본금 2800억원(광주시 590억원, 현대차 530억원 투자)과 차입금 4200억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나머지 자기자본금(1680억원)에 대한 재무적투자(FI)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별도로 공장 설립에 필요한 4200억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머지 자본금 1680억원과 차입금 4200억원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 역시 상당 부분을 산업은행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본다. 만약 이렇게 광주형 일자리에 소요되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산업은행이 책임진다면 민간 투자 비중이 작아 사실상 준 공기업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광주형공장’이 아니라 ‘KDB공장’ 신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부실이 발생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익성 확보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경차 수요가 연 14만대에 불과해 현대차의 기존 경차 생산라인(연 40만대)조차 완전 가동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과잉이 발생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광주시는 향후 친환경차 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친환경차를 위탁 생산할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광주시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신설법인을 통한 공장이 순항한다면 광주시의 재정 수익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대로 공장이 적자를 내거나 도산하는 경우가 생기면 시 재정 운영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에서 ‘제2의 영암 F1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이 광주형 일자리를 조급하게 추진하면서 본래 사업 취지가 훼손됐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과 정부가 일자리 분야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러 타결을 시도하면서 노사 상생모델이 ‘정치논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가 성과와 시간에 쫓긴 나머지 기업에 ‘대승적 차원’으로 ‘투자’를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광주시와 현대차의 지분 참여가 500억 수준(21.6%)인 투자유치에 불과한데도 광주형 일자리사업으로 포장해 정부와 단체장의 치적쌓기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질책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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