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편집된 진실 정치의 실종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1 11: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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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임시국회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났고, 2월 임시국회도 간단치 않을 듯

‘우리는 다들 서로 다른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렌즈는 대개 우리가 듣거나 읽는 서로 다른 진실에 의해 형성된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사람들은 계속해서 진실의 어느 한 측면 내지는 어느 한 해석 쪽으로 우리를 몰아간다. 똑같은 세상을 보면서도 우리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이해한다. 진실은 아흔아홉 개 얼굴을 가졌다.’

《만들어진 진실》을 쓴 헥터 맥도널드의 말입니다. 설 명절 기간에 읽으며 밑줄을 쳤습니다. 맞습니다. ‘아흔아홉 개 얼굴을 가진 진실’이라는 말을 이해한다면 갈등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는 내가 보는 한두 개의 얼굴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편집된 진실’입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나 여야가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주장을 내놓는지,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습니다. 상대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게임으로 치면 테트리스 세대와 마인크래프트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치인들은 무언가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좀처럼 하지 않습니다. 틈만 나면 상대를 공격하기 바쁩니다. 표현이라도 절제하면 좋은데 투박하기만 합니다. 날이 서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정치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시사저널 임준선·고성준
ⓒ 시사저널 임준선·고성준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잇달아 법정 구속됐습니다. 드문 일입니다. 여권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두 사람은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차가운 감옥에 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오래가지 못함)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물론 김 지사의 경우 1심 선고이기에 향후 결과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았습니다. 법원 판결에 대해 여권은 ‘법원 내 적폐 사단의 저항’으로 몰아붙입니다. 야권은 대선의 정당성을 거론하며 대통령에 대해 공세를 펼칩니다. 둘 다 너무 나갔습니다. ‘편집된 진실’ 늪에 빠졌습니다. 

이번 판결이 불러올 나비효과는 아마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 구도를 바꾸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김경수·안희정 두 사람의 법정 구속이 불러온 여권 내 나비효과에 대해 집중 취재했습니다. 대선 판도에 미치는 영향, 서서히 움트고 있는 여권 내 비주류들의 목소리, 이슈를 대하는 청와대 대응의 문제점 등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 운용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는 듯한 흐름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여야 대결은 가열되고 있습니다. 1월 임시국회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2월 임시국회도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눈이 쏠려 있습니다. 진실은 편집됐고 정치는 실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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