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드우드CC 회생채권 은밀히 매입한 라미드그룹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08 14:12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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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측과 소송 중인 회원들 반발 불가피
라미드그룹 측 “인수 채권 회생절차와 무관”

중견 호텔 및 리조트 회사인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이 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중인 골프장의 채권을 은밀히 매입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이 골프장은 최대 채권자이자 실질적 운영사인 일광레저개발과 400여 명의 회원들이 입회보증금 상환 금액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미드그룹의 계열사인 ㈜라군이 일광레저의 채권 전액(270억원 규모)을 인수하는 계약을 회원들 모르게 체결했기 때문이다.  

라미드그룹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 인수를 앞두고 법무법인 등으로부터 법적 자문까지 마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골프장의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고, 입회보증금 상환 금액을 놓고 법정 공방이 오가는 상황에서 운영업체의 채권만 매입했기 때문이다. 거래에서 소외된 기존 회원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10년여 동안 4번의 도전 끝에 법원의 인가 결정을 받은 회생절차가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골프장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논란이 되고 있는 골프장은 천안에 위치한 버드우드CC다. 2004년 공사에 착수했고, 이듬해 회원권 분양을 시작했다. 하지만 골프장 개발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분양 허가금액(1200억원)의 52.5%를 채우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버드우드 측은 기존 회원권보다 조건이 좋은 새로운 회원권을 발행했다. 여기에 불만을 품은 기존 회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회원권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버드우드CC 회원 70여 명은 2018년 12월10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드우드CC의 대중 골프장 전환 추진은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버드우드CC 회원 70여 명은 2018년 12월10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드우드CC의 대중 골프장 전환 추진은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4수 만에 회생절차 승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골프장의 실질적 사주인 C씨가 3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면서 회사는 파산에 이르게 된다. 홍성섭 일광레저개발 대표는 기존 회원들을 설득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일광레저를 통해 골프장을 인수했고, 2011년 2월 골프장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버드우드CC는 2013년과 2015년, 2016년 세 차례나 회생절차에 돌입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입회보증금 상환 금액을 놓고 회원들과 부딪힌 결과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버드우드 측은 회원들에게 20.32%의 현금과 10%의 이용쿠폰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함께 어려움을 헤쳐 온 기존 회원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골프장의 경영 상황도 갈수록 악화됐다. 2004년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버드우드CC는 지난해 초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한 증권사의 대출투자(350억원) 조건부 확약서를 앞세워 네 번째 회생절차에 나선 것이다. 신규자금을 투입해 100억원의 체납세금을 납부하고, 나머지 250억원을 회생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방식이다. 이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는 이른바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을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해 5월 법원이 이 계획안을 받아들이면서 회생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제동이 걸렸다. 기존 회원들로 구성된 비대위가 지난해 11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기 때문이다. 전체 회원(796명)의 50% 이상인 400여 명이 이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회생계획 자체가 지나치게 편파적이다. 회원들의 경우 입회보증금의 70%를 무상 소각 당한다. 반면 일광레저개발은 채권액의 95%를 출자 전환한 뒤 버드우드CC의 1인 주주로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라미드그룹이 일광레저개발의 채권 전액을 회원들 몰래 인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생절차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라미드그룹은 힘 안 들이고 버드우드CC의 경영권을 넘겨받게 된다. ‘누이(일광레저개발) 좋고 매부(라미드그룹) 좋은’ 거래인 것이다. 

버드우드 측은 그동안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회원들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 왔다. 회생계획안에 동의한 회원들은 현금으로 변제하고, 끝까지 동의하지 않은 회원들의 경우 법원에 공탁하는 형식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밀히 라미드그룹과 채권 매각을 체결한 만큼, 기존 회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법원도 최근 ‘신탁공매로 골프장을 취득하더라도 기존 회원들의 권리·의무를 승계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버드우드CC 회원들 입장에서는 입회보증금 100%를 상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일광레저 채권만 라미드그룹에 넘긴 만큼 도덕적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버드우드CC. 오른쪽 작은 원 사진은 일광레저개발 채권을 매입한 라미드그룹 문병욱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뉴스뱅크이미지
충남 천안에 위치한 버드우드CC. 오른쪽 작은 원 사진은 일광레저개발 채권을 매입한 라미드그룹 문병욱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뉴스뱅크이미지

버드우드CC 회생 또다시 안갯속

무엇보다 버드우드CC의 회생절차가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대중제 전환이 필수다. 그 소관 부처는 서울회생법원이 아니라 버드우드CC가 위치한 천안시청이다. 기존 회원들이 반발할 경우 천안시청이 대중제 전환을 허가해 주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천안시청 측도 그동안 “회원들의 동의 없는 대중제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2010년 이후 4번째 도전 만에 어렵게 성사된 버드우드CC의 회생절차가 또다시 안개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미드그룹 측은 “일광레저의 주식 양·수도 계약은 단순한 주식거래일 뿐 버드우드의 회생절차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일광레저로부터 인수한 채권은 변제받는 것이 아니라 출자 전환되는 만큼 장시간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충청권 대중제 골프장의 시장가격이 500억~600억원이다”며 “버드우드CC의 경우 차입금 350억원과 회원들에게 제공한 이용권 80억원 등 전체 투입금액만 675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에도 버드우드의 차입금 이자 21억원과 일광레저의 차입금 이자 5억원 등을 매년 부담해야 한다. 버드우드를 정상화하기 위한 추가 투자비를 고려한다면 그룹이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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