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후폭풍①] ‘김경수 나비효과’ 충격에 빠진 여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1 08: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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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 차 文정부 정국 장악력에 심각한 악영향
총선·대선 전략에 비상등, 대권주자들 예의주시

김경수 경남지사는 유달리 피부가 희고 고와 정가에서 ‘최강 동안(童顔)’으로 불린다. 1967년생으로 50대 초반이지만, 얼핏 봐선 40대 얼굴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에 내려가 농사일을 하면서 얼굴이 그을려 군데군데 경미한 화상을 입은 것도 가까이서 봐야 겨우 알 수 있다. 

어찌 됐건 1월30일은 김 지사 인생에서 얼굴이 가장 하얗던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이날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댓글 조작 가담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징역 2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댓글 작업을 지속하는 대가로 일본 오사카·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 

성창호 판사의 판결이 끝난 직후 법정 안은 지지자와 반대파의 엇갈린 반응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실형이 선고되자 김 지사는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피고인석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다음 지지자들을 향해 몸을 돌려 큰소리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외쳤다. 순간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측근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번 판결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주변에서 재판을 걱정할 때마다 항상 ‘진실은 밝혀지지 않겠느냐. 너무 걱정 마시라’고 말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지사는 이날 즉각 항소했다. 변호인인 오영중 변호사는 “재판 내용을 언론에 알릴 생각도 했지만, 그때마다 지사님은 ‘그런 식으로 여론몰이 하지 말자. 재판부를 존중하자’는 입장이었다”며 1심 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측근 인사는 “오전엔 특검 측 증인 심문, 오후엔 변호인 측 증인 심문이 있었는데, 언론사 마감 일정상 오전 심문 내용만 주로 언론에 보도됐다”면서 “오후 심문에서 특검과 드루킹 쪽 논리가 맞지 않아 재판부가 수차례 지적할 정도였다”며 판결에 의구심을 표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를 타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민주당 “오염된 증거 받아들인 정치적 판결”

여권 전체도 충격에 휩싸였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특검 내부에서조차 ‘실패한 수사’라고 평가했기에 법정 구속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원 판결 직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재판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율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최고위원)은 “객관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이뤄진 판결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왜곡되고 오염된 증거를 기반으로 특검의 주장을 100% 받아들인 결과”라며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여권은 김 지사 구속이 정국에 미치는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직 도지사에 대한 구속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2015년 경남지사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현직 도지사라는 점을 감안해 구속은 면했다.  

정권이 출범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는 것은 분명 그동안의 법원 행보와는 다르다. 지난해 8월 특검이 김 지사를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때 법원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와 직업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정반대로 김 지사를 법정 구속하는 초강수를 뒀다.  

야권 “문 대통령, 최측근 비리 정말 몰랐나”

이번 사안은 ‘김경수’라는 정치인 개인의 판결로 한정하기 힘들다. 여권이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를 적폐세력으로 몰고 있는 것은, 이번 판결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정국 장악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지난 대선 기간 중 진행된 일부 세력의 선거부정 행위에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지난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진 게임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대선 불복으로까지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1월3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드루킹 사건은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불법 선거운동이고, 대규모 민주주의 파괴”라면서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은 태생부터 조작정권, 위선정권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간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우에 따라선 정치적 부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옮겨갈 수도 있다.  

현재로선 자연히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월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1주일 전보다 0.2%포인트 내려간 47.5%로 나타났다. 부정평가와의 격차는 0.3%포인트로 좁혀졌다. 리얼미터는 “그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였지만 1월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 구속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김홍국 경기대 교수는 “김 지사 판결이 곧장 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으로 연결되진 않겠지만 지난해 말부터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추세는 분명 하락세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다 보니 여권 내 책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전임 지도부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이 나오는 등 미세한 균열도 보인다. 민주당 내 한 초선의원은 “드루킹 김동원이 주도적으로 활동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댓글 공격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누군가. 바로 추미애 전 대표 아닌가. 추 전 대표가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엄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고 비판했다. 한 재선의원 보좌관도 “지난해 5월 야당과 드루킹 특검에 합의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특검이 수사에 들어간 이상 기소는 뻔한 일이었다. 이번 사태는 사법부에 빌미를 준 꼴”이라고 지도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속내도 복잡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의 딸이 해외로 이주한 것에 대해 정치권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자 언론들이 이를 확대 재생산한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됐다는 뜻”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참모진 실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월28일 터진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설화(舌禍)다. 파장이 가라앉지 않자 문 대통령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사표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김 보좌관을 경질했다.

김 지사 구속으로 여권의 차기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1심 재판부의 판결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김 지사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차기 행보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대권 도전보단 지사직 연임에 더 애착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0월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대권은 내가 부담해야 할 몫이 아니다. 경남 말고 다른 생각이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도지사 재선까지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록 자신의 대선 도전과 선을 긋고 있지만, 여당 내에선 김 지사를 ‘민주개혁 세력의 적통을 이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김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이 말해 주듯이 친노와 친문 세력을 한데 이어줄 적임자다. 지난해 경남도 선거에서 김 지사는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우리 경남은 두 거인을 키워낸 자랑스러운 땅이다. 거인은 거인을 낳는다. 노무현과 문재인을 이제 김경수가 이어간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월1일 항소심에서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월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월1일 항소심에서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월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김경수, 친노·친문 이어줄 민주세력 적통” 평가

이번 판결로 민주당으로선 아까운 차기 유력 대선주자 한 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사석에서 김 지사를 가리켜 “참 순수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던 이해찬 대표가 법원 판결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의 ‘집권 20년’ 구상에 김경수라는 카드가 분명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상실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친문 주류에 의한 정권 재창출’을 꿈꿔온 친문 세력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충격 그 자체다. 김 지사 구속 이후 민주당이 대응 전략에 혼선을 보이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또 다른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2월1일 2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재기가 힘들어진 상태며,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다. 남은 카드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도다. 

김 지사의 정치적 낙마로 다른 여권 대선주자들이 반사이익을 얻긴 힘들다. 오히려 동반 하락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김 지사가 구속된 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수야! 이럴 땐 정치를 한다는 게 죽도록 싫다. ‘정치하지 마라’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언이 다시 아프게 와서 꽂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함께 만감이 쏟아져 내린다”고 안타까워한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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