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화웨이 놓고 싸우는 이유…“지배구조 특수성”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2 11:3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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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기업의 굴기를 제압하라’
美국방부 “화웨이, 인민해방군과 깊은 관련”

#1. 1월16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의 제재나 수출통제 법률을 위반하는 중국 업체에 대해 반도체 칩·부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이례적으로 화웨이(華爲)와 중싱통신(中興通訊·ZTE)을 언급하면서 직접 겨냥했다. 의원들은 “화웨이는 사실상 중국공산당의 정보수집 기구”라며 “중국 업체가 미국의 제재 또는 수출통제 법률을 위반하면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ZTE는 2018년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의 벌금과 4억 달러의 보증금을 부과받았다.

#2. 1월28일 미국 사법 당국이 기술절취, 사법방해 등 혐의로 화웨이는 물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기소했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1일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다. 당시 체포된 이유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였다. 비록 멍 부회장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나 캐나다 내에서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멍 부회장의 혐의는 이번 기소로 이란 제재 위반에 기밀절취, 은행사기 등이 더해져 최대 13개로 늘어났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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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지분 98.6% 노동조합 소유?

멍 부회장에 대한 인도 요청이 알려지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1월29일 중국 외교부는 “즉시 미국과 캐나다에 강력히 항의했다”면서 “미국은 멍 부회장에 대한 체포영장과 신병 인도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멍 부회장이 체포된 직후부터 여러 차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한 민간인이 외국 정부로부터 범죄 혐의로 체포된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조치다. 중국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캐나다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전직 외교관과 대북 사업가를 국가 안보를 위해한 혐의로 체포해 구금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왜 화웨이라는 민간기업을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눌까.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화웨이가 지닌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 화웨이는 1987년 건설공정 부대에서 오랫동안 엔지니어로 근무한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전역 후 창립한 회사다. 멍 부회장은 런 회장의 딸이다. 초창기 화웨이는 홍콩 업체가 생산한 유선통신 교환기를 수입해 판매했다. 회사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설립했는데, 홍콩과 인접한 데다 런 회장이 퇴역 전 4년여 동안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 따라서 화웨이는 군대와 지역의 ‘관시(關係)’를 발판 삼아 단시간에 급성장했다.

그러나 취급제품에서 고장이 자주 발생하자 1989년부터 자체 상품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다. 1994년 첫 제품인 ‘C&C08’ 교환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C&C08은 외국산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졌으나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뛰어났다. 따라서 화웨이는 농촌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이는 ‘농촌을 먼저 장악하고 도시를 포위한다(農村包圍城市)’는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 전략을 원용한 것이다. 그로 인해 농촌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고 높은 수익률을 냈다. 흥미롭게도 화웨이는 다른 중국 기업들과 달리 수익 대부분을 R&D에 투자했다.

화웨이는 도시 시장도 차츰 잠식해 나갔다. 1996년부터 러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 중국의 우방국을 시작으로 해외로 진출했다. 역시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품질을 내세워 각국 시장을 개척했다. 특히 순익의 50% 이상을 꾸준히 R&D에 쏟아 부으며 첨단 이동통신설비 기술을 잇따라 확보했다. 2008년에 이르러서 화웨이는 세계 이동통신설비 시장에서 3위에 올라섰다. 또한 전 세계에서 1737건의 특허를 등록해 글로벌 ICT 기업 중 등록률 1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눈부신 성장세는 최근 지표로 확연히 드러난다. 2009년 매출은 218억 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1085억 달러를 기록했다. 9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현재 화웨이는 세계 이동통신설비 시장 1위다. 첨단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도 선도한다. 1월15일 외신기자회견에서 런 회장이 “5G 기지와 극초단파 기술을 결합해 5G 기지국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오직 화웨이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무엇보다 소비자 부문의 도약이 놀랍다.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2억 대였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1위 자리를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르면 내년에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한다. 또한 태블릿, 웨어러블 장비 등에서도 지난해 1억 대 이상을 판매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소비자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한 5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이동통신설비 및 단말기 시장을 모두 장악한 기업은 화웨이와 삼성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서 관세 부과 조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서 관세 부과 조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뿐 아니라 서방국 가세 조짐

미국은 이 같은 화웨이의 활약에 오래전부터 주목해 왔다. 2011년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안보 발전보고서’는 “화웨이가 인민해방군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뒤 미국 언론매체는 불투명한 화웨이의 지배구조를 끊임없이 비판했다. 화훼이는 비상장사라서 정확한 주주 구성을 알 수 없다. 다만 표면상 “주식의 98.6%를 노동조합인 공회에 가입한 직원이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직원은 재직 중 소유한 주식을 팔 수 없으며 퇴사하면 반납해야 한다.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2017년 화웨이 직원의 평균 연봉은 68만9000위안(약 1억1438만원)에 달했다. 물론 그에 따른 업무 강도도 살인적이다. 문제는 공회가 중국공산당의 직접 감독을 받는 하부조직이라는 점이다. 실제 공회는 단순한 노조를 뛰어넘어 사회주의체제를 지탱하는 사회단체다. 중국의 ‘공회법’에는 “공회가 공산당의 기본노선, 방침, 정책 등을 견지하고 당의 지도사상을 관철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화웨이는 서구의 종업원 지주회사와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미국은 화웨이가 각국에 수출한 이동통신설비와 단말기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해 중국 정부에 제공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5G 장비를 자국 기업과 동맹국에서 쓰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여기에다 1월11일 폴란드가 화웨이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런정페이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의 부당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만약 이 같은 요구를 받는다면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방국들의 의구심을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중국이 2017년 자국과 해외에서 개인이나 단체를 감시할 수 있는 국가정보법을 발효시켰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라 중국 정부가 화웨이에 정보 제공을 요청한다면 거부할 수 없다. 화웨이가 중국의 자존심으로 등극한 현실도 주목해야 한다. 화웨이는 자국 시장에서만 수익을 내는 다른 ICT 기업과 달리 해외의 점유율이 아주 높다. 중국은 화웨이가 무너지면 다른 자국 기업도 해외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 이는 미국이 화웨이를 타깃 삼아 중국 기업의 굴기(崛起·우뚝 섬)를 제압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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