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피해 없어도 충격·우려 큰 포항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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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규모 5.4 강진 후유증 채 가시지 않았는데…
포항시 "같은 단층 아니고 바다에서 발생" 공포감 확산 차단

'포항 주민들 괜찮나' '집값 더 떨어지겠네'
2월10일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한 포항에 다시금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17년 강타한 규모 5.4 지진이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지표면이 아닌 해역에서 발생했고, 2017년 강진과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한다. 그럼에도 '지진 청정지대'인줄 알았던 대한민국, 특히 포항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의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포항시청이 홈페이지 '지진상황 공유게시판'에 올린 2월10일 지진 발생 현황 ⓒ 포항시청
포항시청이 홈페이지 '지진상황 공유게시판'에 올린 2월10일 지진 발생 현황. ⓒ 포항시청

'또 포항'…앞바다서 규모 4.1 지진
이날 지진이 발생한 정확한 시점은 오후 12시 53분 38초다. 지점은 포항 북구 동북동쪽 50㎞ 해역이다. 이어 오후 2시 12분 38초 포항시 북구 동북동쪽 45㎞ 해역에서 규모 2.5, 최대 진도 Ⅰ의 지진이 났다. 첫 지진의 여진으로 파악된다. 발생 깊이는 두 지진 모두 21km였다.  

육지와의 거리가 45km~50km에 이르러 지진 피해는 뒤따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 접수 내용이 없다고 포항시청은 확인했다. 기상청은 "규모가 6.0에 미치지 않는 지진이라 해일(쓰나미)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 혹시 있을 수 있는 지진은 계속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기상청, 포항시청 등은 이번 지진이 2017년 포항 강진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일단 진단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항에서 2017년 11월15일 있었던 규모 5.4의 지진은 해당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첫 번째는 2016년 9월12일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

2017년 포항 강진으로 118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 또 집이나 도로가 부서져 845억75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보다 규모가 작았으나, 상대적으로 지표면과 더 가까운 지하 5㎞ 안팎에서 발생해 지하 14㎞ 부근에서 일어난 경주 지진보다 피해가 컸다.

2017년 여진 아니라지만, 커져가는 우려  
행정적·정서적 후폭풍이 뒤따랐다. 포항시는 2017년 지진 때 주관 부서뿐 아니라 300여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피해 조사에 나섰다. 워낙 피해 규모가 컸던 탓에 이 인원으로도 조사가 정확히 진행될 순 없었다. 많은 시민들이 지금까지 판정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한 피해 아파트 주민들은 '포항시가 지급한 주택복구재난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밖에 보상 규모 등과 관련한 지역 주민간 갈등도 속속 터져나온다. 집값은 피해가 심한 곳이 30%가량, 포항 전체적으로도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시사저널 2018년 12월17일자 [사고 공화국②] '지진 난민' 양산하는 탁상행정 기사 참고)  

지난해 12월11일 시사저널이 찾은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2017년 강진으로 파손된 뒤 방치되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해당 아파트 앞에 '2017년 11월15일 지진 피해에 따라 위험 건물로 지정돼 출입을 통제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부착된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해 12월11일 시사저널이 찾은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2017년 강진으로 파손된 뒤 방치되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해당 아파트 앞에 '2017년 11월15일 지진 피해에 따라 위험 건물로 지정돼 출입을 통제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부착된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한편, 포항의 경우 지난해 2월11일에도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2017년 강진의 여진으로 분석됐다. 이후 국내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난 것은 거의 정확히 1년 만인데, 또 포항이다. 국내 규모 4.0 이상 지진은 2016년 9월12일 경주를 기점으로 경주·포항에서만 7차례 발생했다. 2016년 경주에서 3차례, 2017년 이후 이날을 포함해 포항과 포항 인근 해역에서 4차례 일어났다.

포항시청은 대책회의를 열어 시민 우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그간 해역 지진은 꾸준히 생겨 왔고, 이런 지진이 반복돼야 (갑자기)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면서 "2017년 강진 때와 같은 단층이 아니고, 여진이 아닌 걸로 파악되는 만큼 시민들이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도록 정확히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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