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습?’ 구례군, 생태통로 훼손 논란
  • 전남 구례 = 정성환·전용찬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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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9번 국도 생태통로에 ‘관광길’ 공사
구례군 “국립생태원 등 자문 구해 문제없다”
환경단체 “흙길로만 조성 등 지침 위반했다”

‘자연으로 가는 길‘. 전남 구례군의 군정 캐치프레이즈다. 하지만 구례군이 지리산 자락 생태통로에 관광객을 위한 보행로 공사를 벌이면서 생태통로가 훼손돼 논란이다. 구례군은 상부기관과 협의해서 추진한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생동물의 거부감을 줄이려고 일부러 인적이 드문 장소를 골라 설치한 생태통로에 사람을 유인하는 보행로를 내는 무리한 행정을 펼쳐 군정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군이 환경부 지침까지 어겨가면서까지 ’왜‘ 생태통로에 보행로를 설치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행로는 ’관광활성화‘의 산물일까 아니면 특정업체를 위한 ’특혜‘의 결과일까.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구례용방 생태통로의 목재 데크 산책로 개설 공사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구례용방 생태통로의 목재 데크 산책로 개설 공사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야생동물 다니는 생태통로에 ’관광길 내겠다‘는 구례군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이라는 군정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구례군 로고.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이라는 군정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구례군 로고.

구례군은 남원~구례를 잇는 국도 19호선 용방면 죽정리 일대 구간에서 ‘농공단지 진입로 확장공사’를 지난 2017년 1월부터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13억원을 들여 용방농공단지로 가는 진입로, 산책로, 보행로를 정비하는 내용이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40%이며, 올해 5월까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군은 국도 19호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자연드림파크와 구만호수공원을 연결해 방문객을 늘리고, 주민소득을 높이겠다며 이 사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해당 공사 구간에 8년 전 설치한 생태통로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생태통로에 보행로 설치가 타당하느냐’가 논란거리다. 문제가 된 곳은 19번 국도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남원의 밤재 쪽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왼쪽 생태통로다. 이 생태통로는 국토부가 지난 2011년 길이 50m 너비 30m 규모로 설치했다. 2004~2006년 지리산 둘레 로드킬 실태조사에서 야생동물 로드킬이 가장 많은 곳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구례군 용방면 죽정리 산 24-14번지에 있어 ‘구례용방 생태통로’라고 불린다. 이곳은 지리산 노고단 자락의 호수습지인 구만제와 높이 650m 깃대봉을 잇는 길목이어서 야생동물의 출몰이 빈번하다. 현재도 고라니와 멧돼지, 산토끼 등의 배설물과 발자국, 비빔목이 다수 발견되는 등 야생동물의 이동통로이자 휴식지다. 

이 때문에 순천국토관리사무소는 2018년 6월 생태통로의 기능을 다 하기 어렵다며 사업안을 반려했으나, 그해 9월 구례군이 국립생태원의 자문안을 제시하자 뒤늦게 협의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곳을 통과하는 길이 238m, 너비 3m의 보행로를 목재 데크로 만들고 있다. 군은 생태통로를 가로지르는 부근에선 데크를 높이 2m로 올렸고, 분리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공사는 90%가량 진척됐다.

​지난 1월 30일 환경단체 회원들과 함께 현장 답사에서 나선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가 “구례군이 생태통로는 중앙부 너비를 30m 이상 확보하고, 보행로가 불가피하면 흙길로 만들어야 한다는 환경부 지침마저 무시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지난 1월 30일 환경단체 회원들과 함께 현장 답사에서 나선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가 “구례군이 생태통로는 중앙부 너비를 30m 이상 확보하고, 보행로가 불가피하면 흙길로 만들어야 한다는 환경부 지침마저 무시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방문객 늘어 주민소득 증가할 것” vs “생태통로 훼손 전국 첫 사례” 

지난 1월 30일 찾은 공사 현장은 환경단체의 반대에 따라 생태통로가 훼손된 채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보행로 횡단면은 방음벽과 너비 3m로 나무 데크가 조성되면서 일부 흙길이 사라져 있었다. 중앙부 폭도 27m로 줄어들었다. 특히 생태통로 위를 가로지르는 종단면이 문제였다. 종단 보행로는 육교형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생태 통로 위에 사람 통로로 육교를 만든 꼴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 ‘간섭’을 받아 위축된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지나기 어려워 보였다. 

구례군이 이곳 생태통로에 인위적으로 보행로를 만드는 공사를 벌이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날 전국에서 온 회원들과 함께 올무 제거를 위해 현장을 찾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 윤주옥 대표는 “생태통로는 인간 접근을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100m쯤 떨어진 국도 아래 지하농로가 있어 충분히 우회가 가능하다”며 “생태통로를 훼손한 전국의 첫 사례여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규정을 준수했느냐’도 문제다.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마련한 생태통로 지침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주장한다. 자연환경보전법 상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생태통로는 사람과 차량의 접근과 이용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며 생태통로의 중앙부 폭은 30미터 이상 대형으로 조성해야 한다. 또 예외적으로 보행로를 조성하는 경우에도 흙길로 조성하도록 돼 있다. 

구례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립생태원의 자문을 받고 순천국도관리사무소와 협의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아 보행로를 시공했다는 것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국립생태원에 자문을 구한 결과 폭 3m 정도 (보행자도로)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고 자문대로 수행했다”고 했다. 

야생동물이 다니는 구례 용방생태로를 줄여 너비 3m로 조성하고 있는 나무데크 보행로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야생동물이 다니는 구례 용방생태로를 줄여 너비 3m로 조성하고 있는 나무데크 보행로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시사저널이 입수한 ‘구례군 국도 19호선 생태통로 자문의견’ 공문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은 2017년 11월, 보행자 동선은 3m 이내에서 식재, 방음벽 설치 등의 기법을 통해 공간적으로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국립생태원은 흙길로 조성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긴 관리지침은 참고자료로 덧붙였다. 공문대로라면 구례군이 자문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고 주장해도 무방해 보인다. 

국립생태원은 문제가 되자 뒤늦게 ‘나무데크 산책로는 생태통로를 흙길로 설치해야 한다는 지침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립생태원은 보행로 조성으로 폭이 27m로 줄어든다고 해도 나무 데크가 아닌 흙길로 조성한다면 지침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 

이 때문에 국립생태원의 지침 해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주옥 국시모 대표는 “너비 3m의 산책로를 만들면 중앙부 폭은 27m로 줄어들어 30m 이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지침을 위반하게 된다”며 “이 문제에 관련해선 지침대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데 (지침을) 어기는 해석을 한 만큼 국립생태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립생태원이나 담당자가 지침을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구례군은 생태통로를 훼손했다는 반발이 나오자 공사를 일단 중단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다 맞다는 게 아니다. 상부기관과 전문가들에게 (생태통로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더 자문을 구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의 길인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은 하필이면 ‘이곳이냐’다. 이는 보행로 시작점을 두고 특정업체를 염두에 뒀다는 특혜 의혹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나무 데크의 시작점이 구례자연드림파크 과자공방이라는 점에서 방문객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게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도 이 같은 지적에 “일리 있는 얘기”라고 했다. 주민 A씨는 “지리산호수공원(구만리 저수지)는 일반인 낚시도 금지된 곳이고 인근 지역민들은 별도 통로가 있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 통행할 이유가 없다”며 “보행로 설치를 요구할 사람은 구례자연드림파크 이외는 없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구례군은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보행로를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자연드림파크뿐 아니라 국도 16호선 건너편에 있는 지리산호수공원을 잇는 보행로에 대한 민원이 많아 이를 설치하게 됐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군 관계자는 “애초 아래쪽에 보도교를 설치하려 했지만 순천국토관리사무소가 새로운 가교를 짓는 데에 반대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국도 위에 인도가 지나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도 있고 그쪽 토지보상도 원만치 않아서 불가피하게 생태통로 옆에 보행로를 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이라는 것이다.

용방생태통로 위를 가로지르는 종단보행로. 이 종단 보행로는 육교형 구조물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 ‘간섭’을 받아 위축된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지나기 어려워 보였다.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용방생태통로 위를 가로지르는 종단보행로. 이 종단 보행로는 육교형 구조물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 ‘간섭’을 받아 위축된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지나기 어려워 보였다. ⓒ시사저널 이경재 기자

 

“오비이락일까” 특혜 논란 못 피한 구례군…‘찜찜한 해명’

하지만 오비이락이었을까. ‘왜 이곳이냐’는 논란과 관련해 구례자연드림파크 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드림파크는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인구증가에 효자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곳은 매년 올해 들어 밀·배추·부추·파·버섯 등 20여 가지 농산물 10여억원 어치 이상을 구례에서 사들인다. 2012년 자연드림파크 설립과 동시에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전남도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 구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2만7115명이던 전체 인구는 매년 평균 100여명씩 늘어 2017년 2만7525명을 기록, 지방소멸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방문객도 2015년 11만1106명에서 2016년 14만2074명, 2017년 14만4201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구례 전체 인구의 7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매년 방문하고 있는 셈이다. 관이 갑(甲)이고 기업체는 을(乙)로 보는 것이 전형적인 갑을 프레임이다. 하지만 이쯤 되면 갑을관계가 역전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자연드림파크 북쪽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보행로 조성을 단순히 오비이락으로만 보기에 찜찜한 건 바로 이러한 배경에 있다. 자연드림파크가 구례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업체의 입김이 적잖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군청 안팎의 지적이다. 

구례군은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의구심 섞인 시선은 쉽게 걷어지지 않고 있다. 특혜성 논란은 구례군이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절차나 과정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이곳이냐’는 물음표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군이 생태통로 옆 보행로 설치가 관련 지침 위배 시비 뿐 아니라 환경단체의 반발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공사를 진행한 경위가 석연치 않아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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