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혁명①] 넷플릭스, 한국 미디어를 흔들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3 08: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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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하지 못했던 넷플릭스 성장, 국내 방송통신 시장 판도 바꿨다

주류가 바뀌었다. 지상파 시청률이 기본은 나온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본방 사수’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보는 것을 거부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플랫폼에 접속한다. 이 새로운 니즈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약칭 OTT)를 방송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OTT는 국내 방송통신 시장의 판도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그 세를 무서운 속도로 넓히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국내 모바일 앱 사용자는 지난해 9월 기준 90만 명으로, 전년 동기 32만 명에서 1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본격 상륙한 2016년 8만 명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증가세다. 월 결제금액은 11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성장의 기반은 한국의 빠른 이동통신 환경이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성장한 넷플릭스는 스마트TV와 셋톱박스를 통해 또 한 번의 확장을 시도 중이다. 나이젤 뱁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는 “한국에는 수백만 가정에 셋톱박스가 있어, 유료방송·통신사와의 협력에 집중할 단계”라며 “셋톱박스를 디자인하는 데 관여하겠다”고 공언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전망은 밝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방송영상 콘텐츠 유통 플랫폼 해외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넷플릭스가 제휴할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힌 대상은 IPTV를 보유한 통신사였다. 그러나 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유치가 자사 경쟁력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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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어둡던 넷플릭스, 이통사·지상파 움직여

또 한국의 미디어 이용자들은 VOD와 OTT 서비스를 정액제로 이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월정액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가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이용 형태를 가속화시키고 영상물의 제작과 유통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면서도, “넷플릭스가 한국의 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틀렸다. 콘텐츠진흥원은 넷플릭스가 “적은 예산을 투입해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시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넷플릭스는 그 권고를 비웃듯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영화 《옥자》 등에 투자의 문을 열었고,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방영권 확보에 투자하는 등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13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방영 중인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킹덤》 이외에도 이나정 감독의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오진석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도 방영이 예정돼 있다. 


경쟁 체제에도 외면할 수 없는 넷플릭스 

한국 시장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고 넷플릭스를 평가절하했던 한국의 미디어 업계는, 이제 넷플릭스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전략대로 넷플릭스 콘텐츠가 IPTV로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우선적으로 고가 상품 가입자들에게 3개월 무료 프로모션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후 전용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와 KT에 비해 가입자 수가 적은 LG유플러스가 먼저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입 초반 넷플릭스의 국내 IPTV 진출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던 지상파도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SK브로밴드와 손을 잡은 것이다. 올 1월 SK브로드밴드의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푹(POOQ)’이 서비스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통신사 가입자를 기반으로 1000만 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옥수수와 지상파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푹을 결합해 ‘새 공룡’ 넷플릭스와의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 정도의 성장을 예측하지 못했던 국내 콘텐츠 업계와 유료방송 업계가 미디어 플랫폼 주도권을 넷플릭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외국 플랫폼 및 콘텐츠와의 경쟁이 격화하는 환경에서, PP(방송통신사업) 업계의 콘텐츠 제작 역량 향상을 위한 혁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도 아직 남은 과제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통신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이 트래픽 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페이스북까지 망 사용료를 내기로 하면서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국내 통신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정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나이젤 넷플릭스 디렉터는 1월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망 사용료 등 비용 지불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 최대한 다양한 파트너사와 일하고자 한다”며 “수익 배분 구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만 답했다. 

주도권 싸움과 망 사용료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신사는 넷플릭스를 위한 행보도 펼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접속 지연과 화질 저하에 따른 고객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망 회선 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위한 망 증설 비용을 스스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이용자 증가 추세로 볼 때 이미 제휴를 체결한 LG유플러스 이외에 다른 통신사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통신사의 OTT 전략과 계약 조건 등을 면밀히 고려해 어떠한 형태로든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타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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