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흠 명륜1번가 장학회장 “나눔은 다시 나눔을 낳는다”
  • 부산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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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륜1번가장학회 이끌어…2012년부터 620명에 3억1000만원 장학금
박달흠 회장, 부산 1호 부부·가족 아너…“부부 이름 딴 장학재단 설립이 목표”

“매달 5만원 이상 기부하는 명륜1번가 착한가게가 70%를 넘어서면서 ‘착한거리’로 지정됐습니다. 어려운 경기 탓에 장사는 어렵지만 소중한 정성이 모아져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눔은 다시 나눔을 낳는다’는 생각으로 나부터 솔선수범해 나눔의 문화가 동래구를 넘어 부산 곳곳에 전파되길 바랍니다.”

부산 동래구 지역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박달흠(61) 명륜1번가 장학회장은 앞으로도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명륜1번가 장학회는 지난 1월29일 동래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중‧고‧대학생 80명에게 총 4000만원의 장학증서 전달식 가졌다. 박달흠 회장이 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모습. ⓒ동래구
명륜1번가 장학회는 지난 1월29일 동래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중‧고‧대학생 80명에게 총 4000만원의 장학증서 전달식 가졌다. 박달흠 회장이 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모습. ⓒ동래구

명륜1번가 장학회는 지난 1월29일 동래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중‧고‧대학생 80명에게 총 4000만원의 장학증서 전달식 가졌다. 상인들이 장학금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명륜1번가 장학회는 2012년 설립 이래 매년 장학기금을 조성해 올해까지 총 3억1000만원의 장학금을 620명에게 전달했다. 

명륜1번가 장학회는 박 회장이 동래구청을 찾아가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기로 약정하자 이웃 상인들이 동참하면서 계기가 됐다. 당시 박 회장을 중심으로 상인 8명이 모여 “우리도 한 번 좋은 일 해보자”며 명륜1번가 장학회를 설립했다.

1번가 장학회는 첫해 2000만 원, 2013년에 3000만 원, 2014년에 5000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그러다 2015년 박 회장은 체계적인 장학사업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으며 보다 조직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매달 5만원에서 10만 원씩 꼬박꼬박 기부하는 게 부담스러운 가게도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 두고 영업하는 작은 가게가 많은 데다 경기마저 바닥이라 더 그렇습니다. 그래도 다들 나보다 어려운 누군가를 돕자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8일 부산지역 최초로 착한거리 선포식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명륜1번가 착한거리’라는 문구를 새긴 조형물까지 세워지자 상인들의 자부심과 결속력은 더 단단해졌다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이곳 상가 번영회도 장학사업을 거들었다. 병뚜껑 모으기, 빈 캔 모으기를 통해 십시일반 모아지고, 몇몇 잘나가는 업소들이 장학금을 내놓기도 했다. 

그 결과 규모가 커지면서 상인 55명이 십시일반 내놓은 회비로 2015년 7000만원, 2016년 5000만원, 2017년 5000만원, 2018년 4000만원, 올해는 4000만원의 장학증서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돈이 남아서 남을 돕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 열심히 살면서 자기 나름대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벌어 이웃을 도와야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장학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인 55명이 그들일 것입니다.” 

명륜1번가 장학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30년 넘게 나눔을 실천하면서 지역에선 ‘기부천사’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명륜1번가 장학회를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박달흠 명륜1번가 장학회장. ⓒ김완식 기자
명륜1번가 장학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달흠 회장. ⓒ김완식 기자

30년 넘게 나눔 실천…‘기부천사’로 알려져

그러다 2012년 소사이어티(이하 아너)에 가입해 부산에서 16번째 아너가 됐다. 아너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 원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아내 정미란씨(57‧부산 아너 34호)는 2013년, 장남 해경씨(29·부산 아너 49호)는 2014년에 동참해 부산 1호 부부·가족 아너라는 영예를 차지했다. 

그는 부자도, 재벌도 아니었다. 1958년 경북 청도에서 아들만 7형제인 가정에서 여섯째로 태어났다. 그는 넉넉지 않던 집안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군에서 제대한 뒤 부산으로 내려와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부산에 정착했다. 

그는 부산 동래의 한 대형 마트에서 판매 사원을 시작으로 3년 뒤에는 대형 조미료 회사에 영업 사원으로 들어갔다. 그 때 지금의 아내인 정미란 씨를 만나 결혼했다. 

1984년 아들이 태어나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장사에 뛰어들었다. 부산 사직동에서 분식집을 시작해 숯불 바베큐집, 통닭집까지 잇따라 업종을 바꿔 가며 제법 성공을 거두게 됐다. 

힘들게 번 돈이지만 이즈음부터 그의 선행이 시작됐다. 박 회장은 조금씩 돈을 모아 매달 30~40만 원으로 탈북 청소년들과 아동시설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에는 식당을 그만두고 화장품 유통업을 시작했다. 화장품 사업의 성공과 함께 그의 선행 활동도 더욱 다양해졌다. 동래지역 사회복지시설과 새터민 청소년들을 챙겼고, 포항 미륵어르신마을을 찾아 봉사를 했다. 

2010년부터는 부산 명륜동에서 다시 식당을 시작한 박 회장은 부인 정미란씨와 종합 화장품 가게와 국밥집 3곳, 쭈꾸미집 1곳을 운영하는 알부자가 됐다. 하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남을 위한 선행을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박 회장은 1번가 장학회사업과 관련해 “올해 목표는 1억 원”이라며 “명륜1번가가 시민의 사랑으로 번창하는 만큼 이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우리 부부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박 회장은 2012년 부산시 사회공헌상 나눔 부문 버금장, 2013년 동래구 선행 부문 애향대상을 받았다.

명륜1번가 장학회는 지난 1월29일 동래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중‧고‧대학생 80명에게 총 4000만원의 장학증서 전달식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래구
명륜1번가 장학회는 지난 1월29일 동래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중‧고‧대학생 80명에게 총 4000만원의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동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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