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연봉’은 놔둔 채 배당확대 꺼낸 한진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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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중시하겠다”며 순익 절반 배당 계획 검토
실적 나빠도 늘어나는 오너 보수는 언급 안 해

조양호 회장의 자충수일까, 노림수일까. 한진그룹이 “주주 중시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결정(2월1일)한 지 12일 만이다. 우선 고려되는 방안은 배당성향 확대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이미 상당한 보수를 받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계획은 우선순위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월13일 향후 5개년 중장기 계획인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회사는 작년 당기순이익의 약 50%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8년 9월12일 오후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자사 계열사와 계약한 경비인력을 자택 경비로 배치하고 그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출했다는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임준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8년 9월12일 오후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자사 계열사와 계약한 경비인력을 자택 경비로 배치하고 그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출했다는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작년 당기순이익 액수는 아직 알 수 없다. 개별실적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신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018년 계열사 손익을 포함한 한진칼의 당기손익은 187억원 적자였다. 반면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2월14일 “상표권 수익을 고려하면 플러스(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배당 확대로 당장 오너 일가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질 전망이다. 조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2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비율만큼 배당금을 챙긴다는 얘기다. 나아가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31.9%다.

조 회장이 그간 배당금으로 챙긴 몫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한진칼 배당 성향은 2016년에 0%였다. 이듬해엔 조금 올라 3.1%를 기록했다. 그래도 2017년 유가증권시장 평균 배당성향(25.1%)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조 회장은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란 입지를 바탕으로 2017년 한진칼에서 26억 5830만원을 연봉으로 챙겼다. 그 외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 3개 계열사에서 받은 연봉을 더하면 약 66억원이다. 게다가 지난해 상반기에 주요 기업 오너 중 ‘연봉킹’으로 꼽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당성향까지 높이면 총 보수는 더욱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기업 상황에 맞춘 보수 제한이 배당성향 조정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2016년 대법원은 이사의 보수에 관해 “회사의 영업실적에 비춰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 균형성을 잃을 정도로 과다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였던 한진해운은 2017년 2월 파산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영업이익은 2016년부터 매년 떨어지고 있다. 반면 조 회장의 보수는 비슷하거나 증가했다.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66억원, 2018년엔 상반기에만 58억원 넘게 챙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실적과 연봉이 반비례한다”는 조롱 섞인 비판도 제기됐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주들이 배당금과 비교한 이사 보수한도의 적정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경영진은 이사 보수결정에 크게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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