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③] 오세훈 “김진태는 ‘강한 박근혜’, 황교안은 ‘정제된 박근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5 11:00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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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세훈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 “자유한국당, 호미로 막을 일들 가래로 막고 있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국민은 ‘박근혜’와 ‘박근혜’의 경쟁을 지켜보며 한숨 쉬지 않을까 싶었다.” 

한바탕 전당대회 보이콧 사태를 겪은 후 다시 경쟁가도에 나선 오세훈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의 전투력은 한껏 강해져 있다. 자신과 전당대회 3파전을 치르게 된 김진태·황교안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5·18 망언과 때아닌 친박 논쟁 등 연이어 ‘헛발질’ 중인 당에도 단단히 날이 서 있었다. 2월12일 보이콧 철회 선언 직후 다시 숨 돌릴 틈 없는 유세 일정에 뛰어든 오 후보는 “당이 지나치게 이념화·우경화되고 있다”며 거듭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내 ‘민생’과 ‘개혁보수’의 목소리는 오히려 파묻히고 있단 지적이다.

특히 오 후보는 자신과 경쟁하는 두 후보가 경선에 끊임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월13일 서울 광진구 모처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두 경쟁 후보에 대해 “스타일만 다를 뿐, 결국 ‘박근혜 프레임’에 당을 가두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이들로는 수도권·중도층에서의 총선 승리는 결코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길지 않은 인터뷰 시간 동안 오 후보는 최대 경쟁 상대인 황교안 후보의 면면에 대해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해 지적했다. ‘1억 수임료 문제’ ‘아들 병역특혜 의혹’ 등 황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물론, 그의 ‘지나치게 모호한 언어 구사’까지 비판했다. 오 후보는 향후 후보자 토론에서 황 후보의 이 같은 틈들을 제대로 검증해 최후 반전을 이뤄낼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당 대표 경선에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자주 거론되면서 계파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정당이 자신이 없을 때 인물에 의존한다. 그 인물에게 사고가 나는 순간 당은 와르르 무너진다. ‘박근혜 사태’로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나간 인물이다. 그분을 버리자는 게 아니다. 박근혜 중심의 프레임에서 좀 벗어나자는 거다. ‘문재인 심판’이 아닌 ‘도로 친박당’이라는 프레임으론 우린 또 패배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지금 김진태·황교안 두 후보를 보면 자꾸 박근혜가 떠오른다. 한 분(김진태)은 강한 박근혜이고, 다른 한 분(황교안)은 상대적으로 좀 약한, 정제된 박근혜랄까. 이들이 당 대표가 되면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필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확장성 면에선 확실히 두 후보에 비해 자신이 있다는 건가. 

“지나온 발자취를 보면 비로소 그 사람을 알게 된다. 난 실제 서울의 살림살이를 직접 운영하며 민생정치를 해 봤다. 부패한 정치권을 뜯어고치고자 ‘오세훈법’을 내기도 했고, 당시 냉전적 사고를 가진 강경보수 세력에 누구도 하지 못한 비판을 하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경험이 있다. 이런 이력만 봐도 난 이 두 후보와 확실히 대척점에 있다. 두 후보는 지금 당을 우경화시키고 당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며 팬덤 만들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의 발언이 당장 청량감을 줄 순 있지만 이들이 총선에서 122석이 걸린 수도권 승리를 가져올 수 있겠나. 민생정당으로서 신뢰를 줄 수 있겠나.”


 “황교안, 모호한 언어 등 정치권에선 낙제”

그런데 현재로선 황교안 후보 지지도가 우세하다는 관측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황 후보가 정치에 새롭게 입문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 정통보수라는 이미지가 있고 가슴팍엔 ‘박근혜’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다. 그게 지금은 전통 지지층에 어필되고 있지만 거기서 앞으로 더 확장성은 없다고 본다. 반대로 개혁보수인 내 표의 확장성은 아직 많다.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통보수가 아닌 개혁보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한다면 최종적으론 승리하리라 생각한다.”

당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지적의 연장선에서 5·18 발언 논란에 대해 묻겠다. 본인이 당 대표였다면 어떻게 대처했겠는가.

“특정 지역에 우리 당세가 약하다고 해서, 그 지역 주민들의 아픈 정서를 짓밟는 언동을 했다는 데 대해 즉각 사죄해야 했다. 광주에 지도부들이 다 내려가 회의를 열고 진정성 있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당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았다. 정치적인 결단은 타이밍인데 대표가 눈치 보며 놓쳐버리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거다. 만일 황 후보가 당 대표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러운 사태가 돼 있었을 거다. 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선 분께서 이번 사태에 대해 ‘그건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또 회피하지 않았나.”

황 후보의 모호한 발언과 자세에 대해 지적하는 건가.

“황 후보를 보면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그분의 언어 구사였다. 모든 질문에 답이 똑같고 모호하다. 그는 문제가 터지면 일단 눈치를 살피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급만 애매하게 하고 시간이 지나길 기다릴 거다. 장관 때처럼 아래에서 올라오는 결재만 하는 식의 일 처리를 아직 하고 있는 것 같다. 좌고우면하고 판단을 못 하는 거다. 이게 공무원으로선 무병장수하는 길일지 모르지만, 정치인 특히 한 당의 리더로선 낙제점이다.”

황 후보의 변호사 시절 1억 수임료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여러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과거 로펌에서 1억원 월급을 받았던 사실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려 한다. 결코 정상적인 보수가 아니다. 나는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후 들어간 로펌에 500만원만 월급으로 받겠다고 얘기하고 그렇게 받으며 일했다. 내가 공직에서 쌓은 경륜과 영향력을 비상식적으로 비싸게 팔고 싶지 않았던 거다. 황 후보는 이 점에 있어서 정말 부끄러워해야 한다. 본인의 영향력을 1억원 받고 판 것 아닌가. 1억원어치 일을 정말로 했나. 뭘 했는지 모르겠다.”

2월7일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연 오세훈 당 대표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2월7일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연 오세훈 당 대표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핵개발 논의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반도 비핵화 분위기가 큰 지금, 이 같은 주장을 한 까닭은 무엇인가.

“핵개발을 하자고 주장한 적은 없고, 핵개발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는 모습만으로도 미국과 중국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 수 있다는 게 정확한 입장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당사국이 아무 준비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국제사회와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는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거다. 그러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분명히 하고, 미·북 정상회담에 따른 한·미 간 정책 조율에 세심하게 임해야 한다. 만약 협상이 ‘미국만의 안전’이나 ‘북한만의 이익’으로 귀결될 경우, 우리도 새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경제 정책뿐 아니라 각종 인재(人災)에 대해서도 당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온수관 파열 사고와 KTX 탈선 사고 등은 전문성이 부족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발생한 문재인 정권 인재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영부인 친구라는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등 모두 개탄스럽다. 결정판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이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는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그런데 여당은 오히려 당내 사법농단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며 적반하장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무서운 심판이 뒤따를 것이다.”

유승민계를 비롯해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총선 전 복당할 거란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당 대표로 선출되면 이들을 비롯한 보수통합을 어떻게 이끌 예정인가.

“지난해 몇몇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직은 당 내부로부터 이들의 복당에 일부 반감이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분명한 건 ‘분열은 필패’라는 거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우리 당에도 이러한 인식이 강해질 거고,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당선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합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되, 또다시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인물 중심의 인위적 통합은 안 된다.”

‘그동안 한국당을 위해 뭘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누가 어떤 행보를 보여 당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는지는 판단이 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홍준표 전 대표가 나한테 ‘밥 다 지어놨더니 숟가락만 들고 덤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홍 전 대표는 전국으로 지원 유세를 못 다녔다. 역효과가 난다고. 당 대표가 당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나. 나는 무당(無黨) 상태였지만 전국을 고루 다녔다. 누가 당에 더 기여했나. 난 한 번도 자유한국당을 외면한 적 없다. 대선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 한번 승부를 보자고 판단했다가 실패했던 죄밖에 없다. 당을 위해 한 게 없다는 공격은 정말 ‘정치적’ 공격일 뿐이다.”

총선 전까지 무조건 선거제 개혁하겠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강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거제 개혁은 결국 제도를 바꿔 힘들이지 않고 의석수를 가져가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마치 선진적 시스템으로 가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그냥 몇 석 달라는 것 아닌가. 총선이 다가올수록 선거제 합의를 이루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게임 직전에 게임 룰을 바꾸자는데, 쉽게 동의할 정당이 있겠나.”

지난해 당 현역 의원들이 총선 공천에 유리한 당협위원장 자리에서 대거 탈락했다. 향후 총선 공천에서 이들을 어떻게 판단할 건가. 당 대표가 된다면 공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건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단연 당선 가능성이다. 그다음 중요한 게 당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 영입, 즉 전략공천·전문가 공천이다. 우리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번에 당협위원장 뽑으며 시도했던 슈퍼스타K 오디션 방식도 적절히 활용해 볼 계획이다. 물론 전 지역에 이런 방식을 취하는 건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상징적인 곳을 선정해 적절히 시도할 계획이다. 당협위원장에서 탈락한 의원들도 일률적으로 다 어떻게 하겠다 말할 순 없다. 그들도 이런 시스템적 원칙 안에서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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