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신화③] 차범근의 전설 넘어서기 위한 조건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5 16:59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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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10년가량 더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는 만큼 차범근 기록 경신은 확정적

축구선수의 전성기는 20대 후반에 열린다. 누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축구 지능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여전히 폭발력을 낼 수 있는 육체적인 능력과 고점에서 만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불세출의 슈퍼스타들은 보통 만 26~27세에 커리어 최고의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1992년생인 손흥민도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4년 차를 맞은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력을 검증받았다. 

차범근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의 유럽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가늠자다. 이미 30년이 지났지만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남긴 족적이 특별하다는 뜻이다. 아시아 축구에 대한 평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져 있던 시대에 10년간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121골을 기록했다. 한때 분데스리가 외국인 최다 골 기록도 보유했었다. 

손흥민도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롤모델로 차범근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손흥민은 제2의 차범근을 넘어설 수 있다. 병역까지 마치고 20대 중반에 유럽에 진출했던 차범근과 조건은 다르지만 손흥민은 112골로 전설의 기록에 근접한 상태다. 10년가량 더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는 만큼 기록 경신은 확정적이다. 

차범근 ⓒ 연합뉴스
차범근 ⓒ 연합뉴스

대신 차범근에게는 손흥민이 아직 넘을 수 없는 특별한 성과가 있다. 바로 두 차례의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이다.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각각 한 차례씩 UEFA컵을 들어올렸다. 두 팀 모두 당시 우승권 전력은 아니었지만, 차범근의 맹활약이 빛났다. 박지성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준우승을 한 차례씩 경험한 바 있다. 

손흥민은 수많은 개인상을 차지했지만, 정작 팀에서 들어올린 트로피는 없다. 그가 거친 함부르크, 레버쿠젠과 현 소속팀 토트넘도 우승에 다가서기에는 부족한 팀들이었다. 손흥민이 차범근의 전설을 넘어서기 위한 조건은 바로 그 우승이다. 리그 혹은 유럽클럽 대항전에서의 우승 경력이 더해져야 한다. 더 큰 클럽으로의 이적이 성사된다면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토트넘에 남더라도 트로피를 가져다주는 에이스임을 증명해야 한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축구선수의 전성기라는 20대 후반에 돌입했다. 이미 차범근, 홍명보, 박지성을 잇는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부진 속에서 2골을 터트리며 ‘역시 손흥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전까지 월드컵 본선 단일 대회에서 2골을 터트린 것은 홍명보(1994 미국 월드컵)와 안정환(2002 한·일월드컵)뿐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에는 국가대표팀의 정식 주장이 됐다. 기량에 대한 평가뿐만이 아니라, 그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특별하다는 것을 공인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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