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도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 검토”
  • 윤삼수 前 청와대 선임행정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8 14:20
  • 호수 15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靑 집무실·비서실·경호실 등 외교부 청사로 이전 계획 세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을 때 나는 가장 ‘섹시한’ 공약이라고 공감했었다.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시민들의 출퇴근 모습에서 숨소리를 들으며 민심을 읽기를 바랐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 대통령 집무실은 저잣거리에 있다. 얼마 전 ‘광화문 시대’를 포기한다고 했다. 경호 등 여러 가지 문제라고 했다. 물론 풍수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10년 전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유명한 풍수가가 나에게 “청와대 터를 한번 보게 해 달라”고 해서 경내를 함께 다닌 적이 있다. 풍수가는 곳곳을 다니며 패철을 사용해 터가 가장 좋은 ‘혈’ 자리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다 이승만 전 대통령 집무실이자 관저였던 경무대 터(청와대 구 본관 터)에 이르자 몹시 흥분하면서 “이곳이 청와대 전체 터 중 가장 좋다. 특히 지금의 관저는 물이 흘러나가는 형국이라 누가 대통령이 돼도 불행하게 임기를 마칠 수밖에 없다”고 하며 “공터인 이곳에 관저나 집무실을 건축해 대통령이 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풍수가의 말을 믿고 건의할 수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이전 공간으로 검토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 시사저널 고성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이전 공간으로 검토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 시사저널 고성준

“국론 모아 청와대 이전 재추진하길”

그 후 사용하던 영빈관이 노후해 이전이나 재건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영빈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에게 부탁해 건축됐는데 건축비를 제때 주지 않아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께 전화해도 안 바꿔줘서 공사대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에피소드도 들었다. 이참에 영빈관, 국빈 숙소, 수행원 숙소, 대통령 관저까지 건축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없지만,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 중국 조어대, 북한 백화원 영빈관 모두 국빈 의전 숙소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경호가 쉬운 시내 모 호텔을 통째로 빌려 쓴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내가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경호실과 관련 전문가들과 검토한 안은 청와대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실을 현재의 (광화문) 외교부 청사로 옮기고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을 위해 급히 건축된 삼청각 일대에 영빈관, 국빈 숙소, 공식·비공식 수행원 숙소, 대통령 관저(서로 다르게 2동을 지어 1동은 비웠다가 후임 대통령이 취임하면 사용할 수 있게)까지 건축해 삼청각 뒤 산길을 통해 총리 공관을 지나 3분 이내 청와대로 나오는 도로를 닦으면 경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안을 만들었다. 비공식 수행원은 객실료를 받기로 했다. 청와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신축에 따른 여론에 신경을 써야 하고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니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난제가 있어 추진이 쉽지 않았다. 그 후 나는 퇴직했고 더는 추진되지 않았다.

지금의 청와대 비서동은 박정희 대통령 때 건축됐다. 건축한 지  50년이 지났다. 안전도 검사에서 위험한 D등급을 받았다. 영빈관 시설이 노후화되었고 장소도 협소해 국빈 행사와 국내 행사를 치르기 쉽지 않다. 귀빈 숙소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아쉬운 점이 청와대 이전이다. 청와대가 꼭 풍수적인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풍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시설이 낡고 부족해 이전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우연이지만 역대 대통령 모두 불행했다. 국론을 모아 청와대 이전을 재추진해 주기 바란다. 지금 추진해도 다음 정권이 사용하게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